2기 정윤호 | ‘숲과 나눔’ 캠페이너
Interview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A. 현재 기후생태 관련 NGO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반전 2기를 수강하던 쯤에는 제21대 국회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에서 기후 문제와 사회적 참사 문제를 담당한 비서관 생활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때 제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그 사건이 저에게는 본격적으로 사회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어요. 제게 세월화 참사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 실패처럼 느껴졌어요. 대학에 들어가서도 공공성에 관한 문제를 두고 활동했어요. 등록금 문제, 학내 인권 문제, 학내 노동자의 처우 문제까지 다양하게 공공성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장혜영 의원과는 인스타그램 내 시각장애인 접근성 문제로 캠페인을 진행하다 연이 닿아서 국회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추가로, 최근에는 ‘오키나와클럽’과 노래패 ‘반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비서관을 그만 둔 후 다녀온 오키나와 기행을 통해 숱한 어려움 속에도 인간과 평화를 믿는 오키나와 사람들에게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것을 나누고싶어 ‘오키나와클럽’을 운영하며 책모임, 오키나와 비건버거 판매 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노래패 ‘반디’의 경우 지난 윤석열 정권 탄핵 정국 가운데 만들게 되었고, 노래가 세상을 바꾸진 못해도 노래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으로 거리에서 노래하는 시간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국회의원 비서관 그것도 소수정당의 비례의원을 도운 동료로서의 경험에 대해서 말씀해주신다면?
A. ‘이야기’와 ‘동지’의 중요성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세상을 이야기 단위로 기억한다, 라며 함께 일했던 장혜영 의원은 평소 이야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제가 국회에서 경험한 내용들은 사실 이 문장으로 압축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공적금융이 수익률을 위해 돈을 써야한다는 이야기와 우리의 진짜 미래를 위해 녹색에 투자해야한다고 하는 이야기, 이태원에 놀러가서 죽은 사람들에게 국가가 뭘 해줘야되냐는 이야기와 애도와 안전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여기에 국가와 공동체의 역할이 있다고 하는 이야기, 장애를 갖고 태어난 어떤 사람들은 반드시 시설에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와 모든 사람들은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갖는다는 이야기 사이에서 집요하게 후자의 편에 서온 시간이었습니다. 한편, 근미래가 될 수 있는 이야기는 한 사람이 아닌 집단에 의해 선택된다고 느꼈습니다. 동지의 중요성을 깨달은 이유입니다. 한 사람의 열걸음 대신 열 사람의 한 걸음으로 계속 나아가고 싶습니다.
Q. 반전에 오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1기 수료생 중 평소 친분이 있던 ‘재정’과 ‘민수’가 추천을 해줬어요. 또, 장혜영 의원실에 있으시면 자연스럽게 반전을 오갈 일이 많았습니다. 국회 퇴직과 함께 더 많은 동지를 찾고자 했던 제게 반전은 그 목적에 최적화된 커뮤니티이자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원을 하게 됐습니다.
Q. 반전에서의 기억 중에 가장 좋았던 기억을 말씀해주신다면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 얻게 된 동지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반전에서 맺은 인연이 새로운 활동으로 확장이 될 때였습니다. 2기 수료생 중에 ‘재상’과의 일화가 제겐 소중한데요. ‘재상’과 저는 이태원참사 국조특위로 활동한 의원실의 비서관으로 일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이후까지도, 무언가 다 해결되지 않았다는 공허함과 책임감을 공유하는 사이기도 했고요. 평소 그런 이야기를 종종 나누다, 하루는 반전 수업을 마치고 제가 활동하고 있는 ‘이태원을기억하는호박랜턴’의 2주기 추모 행사에 ‘재상’이 함께 와준 일이 있었습니다. ‘재상’은 스탭으로까지 열심히 함께해주었는데요. 그날 행사를 마치고 재상은 그간 이태원에 오지 못했던 마음이 오늘 행사를 통해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반전을 통해 배운 점 중 하나는 저마다 인생에서 이따금 찾아오는 각자의 빛나는 순간들을 동시의 순간으로 잇는 작업이 훌륭한 정치라는 것인데요. ‘재상’과 이태원 참사 2주기를 함께 지낸 기억이 제겐 꼭 그런 느낌을 주어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Q. 제일 좋았던 수업이나 프로그램은 무엇이었나요?
A. 대구의 모스크 건설 현장에 다녀온 일이었습니다. 당시 모스크를 지으려는 경북대 학생들과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어, 나중에는 무슬림 학생들을 의도적으로 모욕하기 위해 길가에 돼지머리를 둔다거나 하여 크게 논란이 된 곳이지요.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실제 갈등의 전선은 무슬림 대 반무슬림 사이가 아닌 지역민 대 외부인 사이에 놓여져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장을 둘러보고 관련된 사람들의 증언을 종합하며 모스크 건설 현장을 둘러싼 오래된 갈등의 연표를 세세히 살펴볼 적에 결국 해당 문제와 지역에 대한 애정 또는 맥락 없이 외부에서 투입된 혐오세력들과 이 문제를 방치해온 행정의 문제가 이 문제의 진짜 주범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본인이 꿈꾸고 있는 미래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개인적인 목표도 괜찮고 사회적 변화에 대한 목표도 좋습니다.
A. 현재 대한민국은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전 국토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합니다. 저는 이 작업에 일조하며, 동시에 이러한 미래야말로 많은 사람들의 안녕을 책임질 수 있는 미래이자 책임있는 대안이라고 인정받고 싶습니다. 화석연료를 계속해서 사용하는 미래만큼이나 생태계를 무시하는 기후위기 대응책 역시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몇해 전 잼버리와 새만금 개발계획을 둘러싼 논쟁 당시, 국회에 있으며 이러한 목소리가 지역소멸을 경험하고 있는 지역민들에게 가닿지 못하는 경험을 한 바 있는데요. 다가올 5년 또는 그 이후의 시간들에는 저의 언어와 대안들을 더 발전시켜 기후위기 시대의 책임있는 대안으로 인정받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