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박제민 | 녹색정치연구소 공동대표
Interview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A. 초등학생이 되기 전부터 신문 1~3면에 있는 정치 기사를 주의 깊게 읽을 만큼, 정치에 관심이 많았어요. 사람에게는 누구나 이유 없이 끌리는 것이 있는데 저는 그것이 정치였습니다. 자연스럽게 정치학을 공부하게 됐는데 그때 녹색당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요. ‘이런 정당도 있구나’ 하는 신선한 충격이 있었고 그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습니다. 그러다가 2012년 한국에서 녹색당을 창당할 때 입당했어요. 그 후에 당직자로도 일하고 2022년 지방선거에도 출마하게 되었어요. 선거 후에는 이런저런 선출직, 임명직 당직들을 맡아서 하다가, 2024년 총선에서 (사퇴의 변에 쓴 것처럼) ‘솔직한 욕망을 보고 정직하게 절망하며’ 당직을 모두 그만두었습니다. 지금은 ‘녹색정치연구소’라는 연구단체를 만들어서 녹색정치를 연구하고 또 활동하고 있습니다.
Q. 반전을 알게 된 계기와 참여를 결정하시게 된 이유?
A. 반전의 존재는 1기 모집 때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제가 정당에서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참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당직을 그만두었을 때 2기 모집을 보게 되었는데, 사실 그때 제가 정치 활동 자체에 거리를 두고 싶은 상황이어서 처음에는 애써서 쳐다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계속 SNS에서 관련 내용들을 보다 보니까 좀 호기심과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앞으로 내가 정치 자체를 계속할지 있을지 정치를 한다면 어떤 정치를 하게 될지 스스로에게 되물을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반전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Q. 정당 생활도 하시고 선거 경험이 있으신 상태에서 앞으로 정치를 계속할지 고민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정치 활동을 하는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A. 거대 양당도 아니고 진보 정당도 아닌 녹색당을 선택했던 건 제가 삶을 통해 가져온 이상을 담을만한 정당이 녹색당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녹색당도 정당이거든요. 정당은 현실 정치에서 경쟁해야 하고 선택을 받아야 생존할 수 있어요. 제가 생각해 온 이상이나 가치가 현실에서 그것을 돌파해야 할 어떤 계기를 만드는 데에는 실력으로나 조건적으로나 많은 어려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이상이 현실을 이끌고, 현실이 이상의 방향으로 바뀌는 희망의 선순환이 가장 중요한데, 우선 저 자신이 그게 잘 안되었던 것 같고 정당 안에서도 쉽지 않았던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Q. 반전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경험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A. 저에게 반전은 제가 앞으로 정치를 계속할 수 있을지를 알아볼 수 있는 시험대였었거든요. 사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어요. 저도 그동안 정당 생활을 하면서 실망스러운 일들도 많이 겪었고, 그걸 그대로 겪은 저 자신에 대한 아쉬움도 컸기 때문에, 정치학교인 반전에 대해서도 의구심 혹은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반전이 수강생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고 뜯어내려 하기보다는, 되려 계속 채워주고 성장하게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해커톤 시간에서 자신의 취약성을 이야기했던 경험도 너무 좋았고, 저의 언어로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에 관해서 정의하는 3분 스피치를 만드는 과정도 좋았어요. 그러면서 저도 제 마음의 빗장을 모두 풀게 되었던 것 같아요. 강의도 전반적으로 좋았지만, 특히 운영위원들이 직접 진행했던 강의가 특별히 더 좋았어요. 수강생과 반전에 대한 애정을 깊게 느꼈고, 저도 반전에 대한 소속감과 애정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반전이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는지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저에게 반전은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공간만은 아니었어요. 무엇보다 저는 반성하고 비전을 만든다는 가치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반전을 경험한 사람들이 그 가치를 퍼트리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이건 저 자신도 포함한 이야기예요. 저는 반전이 앞으로도 진보나 보수, 녹색 할 것 없이 한국 정치가 가진 고질적이고 수구적인 관성에 대한 문제점과 그 해결책을 계속 상기시켜 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구상 중인 본인의 미래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 주신다면?
A. 솔직히 말하자면 정치에 관한 사실 제 고민은 끝나지 않았어요. 그런 면에서 여전히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제가 여전히 붙잡고 있는 화두는 평범한 사람들이 주권자로 사는 세상, 사람뿐만 아니라 여러 생명이 지구에서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녹색정치가 지금보다 활발하고 또 실제적인 정치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연구하고 활동하는 정치를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