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장지웅 | 인간:지능연구소(H:AI) 사무국장
Interview
Q. 라디오 PD를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원래 저는 학원강사였었어요. 주로 담당했던 과목은 ‘국사, 세계사, 정치, 법’이었어요.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시사에 대해서 계속 관심이 있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러다 국정 교과서 파동이 일어났고 그때 정치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준비없이 시작을 했었던 것인데 그때는 직접 정치를 해보겠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2016년 정의당 당적을 가지고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를 했었어요. 당 생활을 하면서 제가 그 전에 기대했던 것과 현실이 좀 차이가 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에 정치를 그만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 이후 라디오 방송 PD로의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러다 TBS에서 자리를 잡게 되었는데, 운명처럼 TBS 사태를 경험하게 되었죠. 권력에 의해 공영 방송이 흔들리는 부조리함,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의 불합리함을 느끼고 또 고생을 하다보니깐 잊고 있었던 정치에 대한 생각이나 감각이 다시 떠오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돌파구를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반전’에 알게 되었고 신청을 하게 되었어요.
Q. 자연스럽게 ‘반전’ 이야기로 넘어가볼께요. ‘반전’은 어떻게 알게 되신거고 또 신청하기까지 고민은 없으셨나요?
A. 제가 그 당시 하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 게스트로 반전 1기의 권지웅 님이 참여하고 계셨는데 제가 당시 그 분과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분의 생각이나 태도적인 면에서 굉장히 좋은 인상을 받았고 저런 정치인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제가 나온 학교의 후배인 이재정 님도 반전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제가 대학교 졸업을 앞둔 시기, 이재정 님은 이미 학교에서 실력있는 활동가로서 꽤 유명한 분이셨거든요. 권지웅 님과 이재정 님. 두 분이 경험한 ‘반전’이라면 이 프로그램은 신뢰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그래서 주저없이 ‘반전’에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Q. 반전의 첫인상에 대해서 여쭤볼께요. 처음에 오셨을 때 어떤 느낌이셨는지 궁금합니다.
A. 처음에는 사실 경계를 했었어요. 왜냐하면 지금 현재 운영되는 정치학교 혹은 정당 아카데미가 정말 많은데, 참여자들의 면면을 보면 허울에만 초점을 맞추고 내실이 부족한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반전’은 어떨까 하면서 한동안 관찰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유승찬 대표님이 한달 정도 지났을 시점에 그런 저의 태도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게 제가 ‘반전’에 마음을 열었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경계를 풀고 나서 느낀 반전에 대한 저의 생각은 다른 정치학교에 비해 실천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이 들어간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특히 현장 프로그램도 있고 그리고 수업 이후에 리뷰 노트 작성이 저한테는 큰 도움이 되었어요. 사실 그거 자체가 실행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실천하는 곳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 진정성이 더 전달되었던 것 같아요.
Q. 그러면 ‘반전’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을 여쭤볼께요. 수업이 될 수도 있고 경험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A. 사실 저에게는 모든 순간 순간이 좋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조금 과한 표현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제가 가진 생각을 가감없이 나눌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있었어요. 수업을 마치면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뒷풀이까지 관련된 이야기와 의견을 나누곤 했거든요. 그 순간들의 기억이 지금도 되게 좋게 남아있어요. 특히 ‘해커톤’ 시간에는 지금 생각하면 제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마음 속에 있는 많은 이야기를 동료들 앞에서 쏟아냈었어요. 그 경험이 당시에는 굉장히 후련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고, 지나고 보니 이 경험을 바탕으로 더 솔직하고 담백한 말하기가 조금은 가능해진 것 같아요.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의 힘을 느껴본 경험은 가장 좋았던 기억이자 앞으로의 정치 활동에 큰 디딤돌이 될 것 같아요.
Q. 그러면 앞으로 ‘반전’이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A. 우리 내부에서 하는 프로그램의 만족도는 사실 매우 높았어요. 그런데 그것을 외부로 확장하는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아쉬움이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커리큘럼 안에는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그게 후속 프로그램까지 연결되거나 확장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같은 기수의 동료들끼리는 그래도 다양한 대화를 나눴고 또 그것과 연결된 외부 활동도 있었지만 1기까지 포함하는 ‘반전’ 자체의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 같아요. 3기까지 마무리가 되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반전’이라는 안전하고 신뢰하는 그룹을 바탕으로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필요한 것 같아요.
Q. 이후에 반전 프로그램은 어떻게 발전했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생각도 궁금합니다.
A. 수료생들이 ‘반전’을 기반으로 더 많은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얘기인데요. 각자가 가진 관심사와 이슈들을 알음알음 연결하고 상호작용 하려면 각자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요. 그 부분을 반전이 채워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는 해봤어요. 그리고 제가 전의 질문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반전에서의 다양한 소통이 저에게는 평소에 가졌던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과정에서 나온 생각들이 실질적인 이후 활동까지 연결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반전 커뮤니티에서 나온 이야기나 아이디어 중에 정말 반짝이는 것들이 여럿 있었는데, 실행까지 가지 못한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것들을 실제로 해볼 수 있는 지원 과정이 생긴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Q. 인터뷰 전 대화에서 권력에 대한 욕망과 야망 사이에 고민을 말씀하셨는데요. 앞으로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고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지 말씀해주시는 것으로 오늘 인터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A. 이 질문은 ‘반전’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질문일 것 같은데요. 저는 반전에 오기 전까지는 ‘사랑’이라는 표현에 꽤 인색했던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 ‘반전’에 왔을 때 ‘사랑’이라는 단어가 너무 자주 또 많이 사용되어서 살짝 당황하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그 ‘사랑’이라는 단어가 쓰이는 상황이나 그 순간을 계속 관찰하다보니깐 ‘사랑’에 존중과 존경, 호감 등등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사용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이후에는 ‘사랑’이라는 단어 그리고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조금 더 많이 생각하고 또 되새기며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를 말씀드리는 이유는 제가 앞으로 추구하고 싶은 정치 철학이 이런 ‘사랑’에 기반한 것이었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에요. 수많은 미사여구로 수식된 어떤 거창한 표어가 아니라, ‘나와 당신, 우리를 사랑하니까 정치한다!’라는 선언을 당당히 할 수 있는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그런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반성’하고, ‘사랑’이라는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