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임운호 | 대학원생
Interview
Q.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와 정치학교 반전에 지원하게 된 이유도 말씀해주세요.
A. 저는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면서 제도권 정치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어요. 또 학생회 활동도 몇 년간 계속해왔는데, 그 경험들이 저한테는 정치적 효능감을 직접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지역구 국회의원실과 함께 ‘청년이 살고 싶은 지역 만들기’라는 주제로 입법지원 토론회를 기획했던 일인데요, 당시 지역인재 채용 문제가 대학 내에서는 큰 이슈였는데 그걸 해결해보려고 고민하고 부딪혔던 경험이 많이 남아 있어요. 지금은 의회에서 정책지원 업무를 맡고 있고, 자치행정학을 전공하면서 대학원 공부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까 실무 역량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제 사고의 폭을 넓히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무엇보다 저는 정치를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도구’라고 믿고 있어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동료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거든요. 그러던 중에 정치학교 반전의 멘토이기도 하신 유승찬 대표님의 특강을 들을 기회가 있었고, 그 자리에서 정치학교 ‘반전’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됐어요.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기고, 진지하게 참여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Q. 인터뷰 전에 2기 수료생분들께 누구를 추천하고 싶은지 여쭤봤더니, 많은 분들이 운호님을 꼽아주셨어요. 왜 그렇게 추천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정치학교 ‘반전’에 처음 왔을 때는 모든 분들이 처음 뵙는 분들이었어요. 수강생들마다 나이도 다르고, 경험도 제각각이니까 저는 무엇보다 ‘경청’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먼저 잘 듣고, 소통하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여러 수강생 분들과 두루두루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반전 2기 커리큘럼을 보면 각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전문가분들께서 오셔서 강의해 주셨잖아요. 저는 단순히 아는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금 더 비판적인 시각으로 수업을 듣고 참여하려고 했어요. 강의를 들은 뒤에는 "이걸 실제 정책으로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늘 갖고 수업에 임했거든요. 그런 과정에서 몇 가지 질문을 드렸던 적이 있었는데, 아마 그걸 좋게 봐주신 분들이 계셨던 것 같아요.
Q. “듣는 걸 좋아한다”는 말씀이 인상 깊었는데요, 왜 그런지 그리고 평소에 어떻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소통해오셨는지 좀 더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사실 저도 예전에는 말하는 걸 더 좋아했어요. 뭔가 제 생각을 풀어서 설명하고 설득하는 데에 더 익숙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정책 관련 일을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 '듣는 게 더 중요하구나'라는 걸 많이 느끼게 됐어요.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그 문제에 얽혀 있는 여러 사람들의 입장을 알아야 하잖아요.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뭘 필요로 하는지를 충분히 듣고 나서야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취지로 만든 정책도 현실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거나 오히려 반발을 사는 경우도 더러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요즘은 ‘잘 듣는 것’이 정책을 만드는 데 있어 정말 중요한 시작점이라는 생각을 자주 해요. 그리고 그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그걸 바탕으로 방향을 함께 고민해나가는 과정에서 오히려 말할 때보다 더 큰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요. 아마 제가 지금 하는 일을 통해서 ‘소통이 주는 효능감’을 많이 체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Q. 그동안 ‘반전’ 수업에서 여러 질문도 많이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그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거나 가장 인상 깊었던 수업 한 가지를 추천해주신다면 어떤 수업일까요?
A. 저는 당시 조희정 ‘더가능연구소’ 부대표님의 강의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강의 전에 사전 인터뷰를 진행했던 분이기도 한데, 실제 강의에서 전해주신 내용이 훨씬 더 인상 깊게 다가왔어요. 보통 도시재생을 생각할 때, 어느새 눈에 보이는 시설이나 기반 인프라 중심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었는데요, 부대표님은 도시재생의 출발점은 결국 사람들 간의 관계, 그리고 공동체의 회복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하신 걸로 기억합니다. 그 말씀을 들으면서, ‘무엇을 짓는가’보다 ‘어떻게 사람들을 연결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가 더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습니다. 또, 인구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자주 놓치는 지점을 짚어주셨는데요, 인구 감소나 세대 구조 변화 같은 거시적 흐름에 대한 이해 없이, 단기적인 수치 회복이나 인구 유입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이 많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 지자체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정책이나 조례가 잘 나오지 않는 현실로 이어진다는 점도 함께 강조하셨습니다. 저도 어느 순간 그런 식의 익숙한 접근에 익숙해져 있었던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됐고요. 전체적으로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에도 여러 가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 강의였습니다.
Q. 그러면 수업 외에 좋았던 기억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예전에는 그냥 묵묵히, 열심히 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뭔가 성실함에 더 초점을 맞춘 삶이었죠. 그런데 ‘반전’ 커리큘럼을 들으면서 개인적으로 크게 느꼈던 건, 결국 나 자신을 어떻게 드러내고 알리느냐, 즉 ‘브랜딩’이 정말 중요하다는 거였어요. 내가 무엇을 잘하고,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를 주변에 알리고, 그것을 통해 내가 원하는 정책이나 방향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치의 본질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반전’에서 제가 그런 브랜딩을 잘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문제의식을 처음으로 갖게 됐다는 점만으로도 저한테는 큰 수확이었다고 생각해요.
Q. 그러면 반전 프로그램에서 좀 아쉬운 점은 없으셨나요?
A. 반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수강생 분들의 관심사 폭이 좀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누구나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그런데 때때로 그 외의 영역에 대해서는 조금 무관심한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사실 정치라는 게 어떤 한 분야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여러 영역이 서로 맞물려 있고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잖아요. 그래서 관심 밖의 주제에도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눴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Q. 앞으로 미래의 ‘반전’에 대해서 혹시 해주실 말씀 있으실까요? 이 질문으로 오늘 인터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A. ‘우리가 정치를 왜 하는가?’라는 질문이 반전 수강생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졌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 질문이 단 한 번의 답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각자가 삶 속에서 끊임없이 다시 정의해가야 할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이나 중요한 질문이 ‘우리가 어떻게 정치를 할 수 있는가?’라고 봅니다. 앞으로의 프로그램에서는 이 ‘어떻게’라는 부분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이고 섬세하게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왜’와 ‘어떻게’는 분리된 질문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많이 느꼈거든요. 그런 점에서 ‘반전’이 단순히 동기를 부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정치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볼 수 있는 방향으로 확장되었으면 합니다. 물론 이런 고민은 결국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나’라는 주체가 가장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도 해서,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