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박근영 | 태재미래전략연구원


Interview

Q. 반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A. 제가 사실 어렸을 때부터 공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근데 공적인 것에 제가 왜 관심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왜 여기에 관심이 있는지 한번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마음이 가는 것들을 관찰하고 따라가면서 그런 활동들에 임했던 것 같아요. 이후에 이런저런 활동을 하다가 우연찮게 반전 1기 수료생이기도 한 양소희님을 알게 되었는데요. 그게 아마 제가 고등학생일 때였던 것 같아요. 고3 때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하게 되었었는데 양소희님도 선배 수상자였거든요. 그래서 그분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더라고요. 이후에 국회의원실에서 인턴비서관으로 일하면서 외부에서의 새로운 영감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소희님이 트레바리에서 <나쁜 정치의 비밀>이라는 독서 클럽을 운영하셔서 신청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클럽에 참여하면서 ‘반전’과의 인연도 시작되었어요. 왜냐하면 소희님이 반전에 대한 소개도 많이 해주셨고 결정적으로 마지막 날에 유승찬 대표님이 게스트로 오셨는데, 그때 반전이 신비하고 좋은 느낌으로 다가와서 더 궁금해졌던 것 같아요.

Q. 그런데 반전에 대해서 인지하게 되는 것하고 직접 참여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잖아요. 거의 6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을 통째로 헌납해야 가능한 프로그램인데 참여를 결정하시게 된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A. 제가 소희님을 통해서 반전을 알게 됐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고등학생 때부터 그 분을 봐왔었는데 어느 순간 굉장히 단단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흔들리듯이 좋게 변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전까지 본인이 지향하는 프로젝트를 스스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고, 또 블로그에도 관련된 이야기들을 많이 올려주셨었는데요. 좀 더 혼자보다는 '함께'라는 단어가 묻어나게 추구하는 바를 이루어가시는 모습을 제가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저 역시 소희님을 통해 제 자신을 비추어왔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존경하는 마음에서 닮고 싶은 분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저런 변화를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리고 유추해 보니 그 지점에 ‘반전’이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제 성향상 ‘반전’은 조금 버거움이 있는 거창한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느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자신이 더 나아지고 싶다는 마음, 호기심, 기대, 저에게 있어 답이 있을까 잘 모르겠는 질문에 그래도 한번 답을 찾아가고 싶다는 작은 용기에 반전에 직접 신청을 하게 된 것 같아요.

Q. ‘버거움’과 ‘거창함’이 꽤 재밌게 들리는 단어인데요. 좀 더 자세하게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A. 저는 답이라는 것은 살면서 스스로 마주치는 것이자 흘러가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다시 말하면 ‘정답’ 또는 ‘답’이라고 여겨지는 것들도 어느 시점과 상황에, 어떤 시선으로, 누가 보느냐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거예요. 사람이 관계와 맥락 속에서 규정된다는 말과 비슷하죠. ‘반전’의 프로그램을 처음 봤을 때 조금 부담스러움이 있었어요. 왠지 이미 스스로 정답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있는 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 선택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같아 보였거든요. 그게 아마 ‘버거움’이나 ‘거창함’이라는 단어로 표현된 것 같아요. 초기에 한 2개월 정도는 제가 조금 적응하는데 쉽지 않은 느낌이 있었어요. 본인의 꿈이나 목표 그리고 이미 체화된 가치에 대해서 너무 다들 잘 말씀을 하시는데, 저는 사실 그것들에 대해 알고 싶어서 ‘반전’에 온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토론이나 대화를 할 때 생각할 시간도 다른 분들에 비해 더 필요했고 조심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친분이 생기고, 그다음부터는 저도 제 일상 속에 반전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녹여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지만 초반의 그 시간이 조금은 낯설고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에요.

Q. 그럼 자연스럽게 ‘반전’에게 가장 좋았던 기억을 여쭤볼께요.

A. 이건 이전 질문과 연결되는 것 같은데요. 반전은 지금까지 제 인생에서 가장 다양한 가치와 이념 그리고 사람들이 여러 각도에서 얽혀있는 커뮤니티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초반에는 그런 지점들이 낯설고 어색해서 스스로 제 자신을 지켜려고 노력했던 것 같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이 공동체를 굉장히 ‘안전하구나’라고 느꼈고 그 느낌을 의심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을 때가 있어요. 어느 날인가 유승찬 대표님 그리고 2기 수료생 중 박서영님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요. 함께 대화한 건 아니고 따로따로 대화를 했었는데 그때 그 ‘안전함’에 대한 느낌을 가졌고, 그 뒤로는 훨씬 더 검열하지 않고 제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조금씩 먼저 다가갔던 것 같아요. 그날이 언제였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그 느낌은 지금도 저에게 반전에 마음이 열렸던(마음을 열었던)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그때가 분기점이 되어서 저의 반전에서의 활동도 이전과 이후를 나눌 수 있을 만큼 많이 달라졌던 것 같아요.

Q. 그럼 수업에 관해서도 질문드려볼게요. 가장 좋았던 수업은 어떤 것이었나요?


A. 전반적으로 전체 강의 수준이 매우 높았어요. 저도 이런저런 강의를 많이 경험했는데 그 수준이 달랐다고 느껴졌어요. 제가 한동안 매 수업에서의 강의가 1천만 원의 가치가 있고, 이 커리큘럼은 100억을 줘도 바꾸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하고 다녔거든요.(반전에서의 경험을 포함해서) 그 정도로 현재의 언어로는 담아낼 수 없는 감동이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유승찬 대표님이 진행하신 ‘메세지 강의 - 1강, 2강’는 다른 강의들과는 확연히 차별화되었고 솔직히 좀 충격적이었어요. 그 수업 때 처음 마주한 표현을 빌리자면 ‘복부의 사유’와 같이 배웠다기보다는 느껴졌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정도의 경험이었어요. 제가 사실 그전에는 시와 소설, 인문학이나 철학에 관심이 없는 편이었거든요. 실용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사실 좀 했었어요. 그런데 그날 이후로 점점 생각과 마음이 변하게 되었고 지금은 오히려 저를 구성하는 일부가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유승찬 대표님이 저에게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집 『끝과 시작』을 선물해 주셨었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니 ‘두 번은 없다’, ‘끝과 시작’ 이 두 편의 시가 전하는 메시지가 ‘저의 반전’을 갈음할 수 있을 것 같네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개인적 목표가 될 수 있고 가치적인 지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A. 저는 계속 변하고 싶어요. 흘러가고 싶다는 표현도 맞을 것 같아요. 사실 시간이 흐르고, 시대도 변하고.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변하지 않음 안에서도 변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러면서 얻는 인생의 경험도 늘어나게 될 것이고. 반전의 시작에 영감이 되었던 아도르노의 『계몽의 변증법』처럼 ‘변하지 않음’과 ‘변함’을 기꺼이 반복하면서 끝없는 답을 마주쳐 가고 싶어요. 그럼에도 제가 애초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공적 영역에 대해서는 신호를 만들고 응답하는 삶을 살아갈 거예요. 3분 스피치 때 저에게 있어 정치는 ‘정답이 없다고 여겨지는 질문들에 답을 피하지 않고 찾아가는 유일한 여정’이라고 얘기했던 것처럼 계속 변화하되 그 지향점을 잃지 않는 것. 수많은 처음을 만들며 그 속에서 관측되지 않았던 가능성과 걸어가는 것이 지금의 제 인생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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