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김나율 | 동화작가
Interview
Q. 우선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대부분 다 그렇겠지만 ‘정치’라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질 계기라는게 쉽게 생기는 것은 아니잖아요. 저 역시 어릴 때 친구 중에 나중에 커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이야기하는 친구가 제일 신기했어요. “그걸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거야?”라는 생각부터 먼저 들었거든요. 그렇게 내 삶이 정치와는 크게 닿아있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다가, 문단내 성폭력 사건을 접하게 되었어요. 저는 문예창작과에서 시를 전공했는데, 시를 쓰는 사람은 다 알만한 시인들이 가해자였던 거예요. 피해자의 대다수는 저와 비슷한 문창과 학생이거나, 등단을 준비하는 사람들이었고요. 우리나라 문학계는 등단이 안되면 활동이 어려운 시스템인데, 등단 심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 다수가 가해자였던 셈이죠. 저를 포함해서 많은 문학도들이 다들 등단 자체에 목을 메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사건에 저를 대입 했을때 ‘나는 이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자신이 없었고 그때부터 비등단 작가로서 사는 방식에 대해서도 처음 생각을 해본 것 같아요. 이후에 ‘고민이 자라는 밤’이라는 퀴어 그림책이나 ‘원의 마을’ 같은 장애 아동을 위한 그림책을 발간했지만 그것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어요. 생계 유지를 위해 반전에 오기 전엔 국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했어요. 그런데 제가 동의할 수 없는 사교육 시스템 안에서 먹고 산다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안 좋은 거예요. 돈이 벌리면 벌릴수록 더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그때 제가 저 자신이 굉장히 정치적인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 일을 해서는 저 스스로가 자신을 좋아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그런 삶의 과정 속에서 지금 세상의 시스템에 대한 불만 그리고 그것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생기게 된 것 같아요. 그러던 찰나에 ‘반전’을 만나게 된거죠.
Q. 그런 과정이 있었군요. 설득력이 있는 설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율씨는 반전 2기의 수강생이기도 하지만 반전이 처음 생길때부터 함께 있었던 직원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누구보다 ‘반전’이라는 조직과 프로그램을 깊게 알 것 같아요. 1기에는 운영자로 경험했고 2기는 참여자로 경험했으니까요. 본인이 생각했을때 ‘반전’이 가장 중요한 기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반전’을 크게 나누면 강의가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과 구성원끼리의 소통이 중심이 되는 ‘커뮤니티’로 나눌 수 있어요. 사실 이 두가지가 개별적인 것처럼 같아 보이지만 서로 연결되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제 개인적인 취향은 ‘커뮤니티’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프로그램’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1기 때는 프로그램과 커뮤니티의 간극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었고 기존 정당에 정치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이 많이 참여하셨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좀 더 초점이 맞춰졌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2기부터는 ‘펠로우’ 제도도 만들어서 운영했던 것 같고요. ‘펠로우’는 1기 수료생 일부가 2기의 활동을 돕는 제도인데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데에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2기 펠로우들의 많은 노고가 있어서 가능했어요. 앞으로도 계속 진행을 써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Q. 그럼 2기를 지원하시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A. 사실 반전 1기는 저에게 직장의 의미가 훨씬 더 컸어요. 그것 외의 의미는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상하잖아요. 공적가치에 헌신하기 위해 돈도 시간도 내어놓겠다는 내 또래들이 그렇게나 많다니.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거나 사기꾼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기가 마무리 될 무렵부터 총선 기간이 시작되었거든요. 그때 몇몇 분들의 출마선언문이나 기자회견문을 피드백을 드린다던지 아니면 초안을 함께 작성한다던지 하는 일들을 했는데, 그때부터 반전이 직장 이상의 개념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아무래도 또래 친구들이 많고 그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을 옆에서 돕다 보니까 이들과 무언가를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이게 적절한 표현일지는 모르겠는데 마치 스타트업을 함께 시작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 느낌을 조금 더 확인하고 싶어서 2기 지원까지 가게 된 것 같습니다.
Q. 청년들이 정치를 시작하는 그 마음과 과정을 옆에서 직접 지켜보게 되신건데 청년 정치인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이 뭘까요?
A. 진짜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가장 큰 문제는 돈이에요. 정치를 하면 돈 벌기가 어려워 생계유지를 걱정해야 하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정치하는 것 자체에도 많은 돈이 들어요. 그래서 돈이 정말 문제에요. 사실 이 주제는 꽤 본질에 가까운 이야기에요. 하지만 공론화는 쉽지 않아요. 그리고 한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경험의 부재도 참 극복하기 힘든 부분이에요. 전문성으로 따지면 청년 정치인들도 분명히 자신이 강점인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지금 사회가 워낙 다양성이 강조되고 세분화되다보니깐 거꾸로 ‘제너럴리스트’ 되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 있어요. 저도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요. 기성 세대의 세상에서는 이게 어느 정도 가능했는데 우리 세대는 더 많은 분야를 공부하고 또 다른 분야와 연결할 줄 알아야 대중에게 어떤 약속을 할 수 있는 ‘정치인’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Q. 이제 조금 세부적인 이야기도 해볼께요. 반전 수업 중에 가장 좋았던 수업을 하나 꼽아주실 수 있을까요?
A. 저는 단연코 이승윤 교수님 수업이었어요. 사실 ‘플랫폼 노동’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감’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이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바꿀 것인지 그리고 우리는 이 새로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거든요. 제 시야가 그 수업을 듣고 넓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Q. 앞으로의 반전에 꼭 적용했으면 하는 제안이 있을까요?
A. 저에게 만약에 다음 ‘반전’의 커리큘럼 짤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면 저는 수업은 반으로 줄이고 기획 세션을 대폭 확대할 것 같아요. 좀 더 실용적이고 실천적일 수 있는 세션들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세션들을 늘리려면 결국 기존 강의를 줄이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프로그램 자체가 너무 커져버리까…일종의 딜레마지만 그게 좀 더 미래 지향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Q. 끝으로 본인이 정치인으로써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한 말씀 하나 부탁드려도 될까요?
A. 저는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에 가난해서, 차별 받아서, 일하다가 억울하게 죽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26살에 자살을 선택해서 이제 영원히 저보다 어린 나이로 남은 선배, 군인으로 살고자 했으나 강제 전역 처분을 받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트랜스젠더 하사, 로켓배송을 하다가 숨진 노동자, SPC공장에서 일하다 죽은 노동자들. 이런 죽음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정치를 하고 싶어요. 이 마음이 공허한 구호로 끝나지 않고, 진짜 변화를 만들기 위해 정치적 힘을 가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