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김수윤 | 문화기획자
Interview
Q.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먼저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A. 저는 문화예술기획 일을 해왔어요. 스무 살 때 학창시절 동안 억눌렸던 욕망이 공연이나 연극 쪽으로 터졌던 것 같아요. 창작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그러던 차에 배움에 대한 갈증이 생겼고 유학을 결정하게 되었죠. 영국에서 예술사와 시각문화를 공부했고, 다양한 시민 참여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했어요. 영국에서의 그 시간은 제 인생에서 분명한 분기점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다른 분기점이 되었던 지역으로 돌아온 지금은 전과 비슷한 영역에 있지만 조금은 다른 관점과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Q. 그러면 반전에 오시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소개를 듣다 보니 궁금해졌습니다.
A. 1기 수료생인 박지현 씨가 책을 낸 후 전국을 순회하면서 북토크를 진행했었거든요. 그때 제가 그것을 기획하는 일에 참여했었어요. 또 다른 1기 수료생인 김연웅 씨가 저에게 박지현 씨의 북토크를 같이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했었거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반전’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요. 그 뒤로도 함께 이런 저런 일들을 했었는데 제가 가장 큰 영향을 받았던 것은 김연웅 씨가 저에게 들려준 ‘반전’에 대한 평가였어요. 이 경험이 아주 좋았고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도 너무 좋다면서 저에게 강력하게 추천을 했었어요. ‘반전’을 경험하면 자신의 문제를 직면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에 끌려서 저도 신청하게 된 것 같아요.
Q. 그럼 평소에도 정치에 관심이 있으신 편이었나요?
A. 저에게 정치는 사실 제 일이라기 보단, 정치인들이 서로의 옳고 그름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사 프로그램을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이런 저런 인연으로 정치와 정치인을 실제로 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안타까운 건, 제가 지금까지 만난 정치인은 다른 사람의 그름을 지적하면서 본인 역시 거기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로 보인다는 거에요. 본인들도 비슷한 잘못을 답습하게 되는 거죠. 지금도 그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근본적으로 자기모순을 가질 수밖에 없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반전’이 가진 의미가 ‘반성’과‘비전’의 줄임말이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정치와 정치인에게 ‘반성’은 거의 존재하는 않는 영역 같은 느낌이에요.
Q. 청년 정치도 그 모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A.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그 한가운데 있다고 생각해요. 현대사회에서는 구성원들이 시장에서 자신의 무언가를 팔게 되잖아요. 저는 청년 정치인들은 젊음을 팔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 밖에 팔 게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사실 ‘청년’이라는 카테고리가 이 분야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장년의 정치인이 해결하면 그것도 청년 정치가 되는 것이 아닌가요? 저는 문제 중심으로 사고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Q. 그럼 ‘반전’에서의 경험은 그런 생각들을 더 강화시켜주었나요?
A. 크게 변한 것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새벽까지 남아서 서로의 이야기를 함께 나눴던 경험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 동기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긴 시간을 함께 보냈던 것 자체가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Q. 커리큘럼은 어떠셨어요? 좋았던 수업들을 꼽자면?
A.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는데요. 에너지전환 포럼의 임재민 사무처장님 수업이 있었거든요. 수업 전에 제가 프리뷰 인터뷰를 갔었어요. 그런데 거기서 “마주하지 않고 감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손에 맡겨두지 마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게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어요. 수업으로만 놓고 보면 메시지와 캠페인을 강의해주신 유승찬 대표님과 경제 관련 내용을 말씀해주신 주진형 선생님 강의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수업들을 듣고 제가 그동안 파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지식들이 하나의 괘로 맞춰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Q. 지역에서 활동을 많이 하셨는데 ‘로컬 재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사실 로컬, 지역과 관련된 전반적인 논의 자체가 중요하고 실질적인 우선순위는 후순위에 두고 진행되는 느낌이에요. 지역을 두고 일자리가 없다는 말을 많이 하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논할 수 있겠지만 제가 지역에 살며 느끼는 건 사실 함께 일할 사람이 없다는 거에요. 일이 없는 것보다도 함께 일 할 사람이 없는 것이 더 크게 느껴져요. 지역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저는 아주 현실적이고 또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특히 의료 문제 같은 것은 시급해요. 이건 앞으로 일어날 예측이 아니라 이미 일어난 현상이에요. ‘반전’ 강의 중에 조희정 박사님이 해주신 강의도 매우 좋았는데 현장을 알고 계시는 분은 확실히 좀 다른 것 같아요. 실상을 알고 나면 나이브하게 접근할 수가 없는 문제에요.
Q. 마지막으로 ‘반전’에 대한 제안이나 앞으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A. 저는 ‘반전’이 좀 더 스스로를 돌아보며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너무 조급하게 변화를 추구하지는 않고, 확장하더라도 단단하게 했으면 좋겠고, 운영함에 있어 보다 소통이 열려있는 그런 조직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일종의 사외이사 같은 외부인사들과도 더욱 협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반전이 어떤 면에서 과속할 때는 그들이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앞으로 할 일은 이제까지의 제 삶이 반영된 일이 될 거에요.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자신의 삶의 궤적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반전 덕분에 ‘지역’ 에 대한 관점을 공유할 수 있는 동료를 만났어요. 그분들과 앞으로 ‘지역’을 기점으로 다양하고 또 새로운 삶을 그려볼 수 있는 방법을 실천적으로 또 정책적으로 접근해 보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작년부터 해오던 이주민 청소년 멘토링이 마무리되어서 그 과정이 <열네 살, 한국에 왔어요> 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에요. 이걸 계기로, ‘다문화’ 나 ‘문화 다양성’ 분야의 일을 더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어요. 더불어서 요즘에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는데, 아이들을 마주한다는 게 굉장히 보람차면서도 한편으로는 저 자신을 자꾸 돌아보게 되는 일이더라고요. 아이들 앞에서 떳떳하려면 아이들에게 하는 말을 나부터 굳건히 지켜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깐요. 그 감각이 좋아서 앞으로도 잘 살려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