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김홍민 | 더불어민주당 비서관
Interview
Q.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공적 활동을 해오셨는데 정치에 대해서 어떻게 정의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사실 저에게 ‘정치를 한다’라는 개념은 실존적인 선택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저의 라이프 스타일에 가까운 개념인거죠. 어떤 사람은 돈을 버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다 각자가 삶을 통해 이루고 싶은 원하는 바가 있는 것이잖아요. 저는 그게 정치와 가까운 것 같아요. 지금 이 세상에 있는 모순이나 부조리를 외면하고 살 수가 없는거죠. 특히 그게 타인의 고통과 연결될 때 더 그런 것 같아요. 한때 저도 그것을 끊어내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는 이게 나의 라이프스타일이구나 하고 받아들이면서 살고 있어요.
Q. 그러면 그 라이프스타일이 반전과는 어떻게 연결되나요? 여기에 오시게 된 계기가 참여를 결정하게 된 이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A. 20대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좀 있었어요. 저는 20대 초반에는 지역에서 진로 교육단체를 만들어서 활동했고 20대 후반으로 가면서 장교로 군대를 갔다오고 또 경제활동을 했었어요. 물론 거기에서 얻는 만족감도 있었지만 그 반대급부의 허망함도 함께 있었거든요.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요새 채상병 사건과 박정훈 대령 관련 사건들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그 사건 자체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지만 그것에 그다지 분노하지 않는 어떤 사회적 분위기라고 할까요? 그게 좀 기괴하게 느껴졌어요. 다들 정치적인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게 정치적인 이야기인가요? 박정훈 대령이 정치인인가요? 그 사람이 겪고 있는 고초나 모순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애써 보지 않는 것에 대해서 답답함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반전은 그런 질문에 대한 이야기와 답을 생각해보고 싶은 마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반전은 초당적 모임이잖아요. 커리큘럼만 봐도 얼마나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일지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끌렸던 것 같아요. 제가 찾던 공론장이었던거죠. 사실 제가 활동하는 그 범주라는게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잖아요. 그러다보면 소셜 버블에 둘러싸일 수도 있고 말이죠. 그런데 여기에서 기존에 만날 수 없었던 분들과 함께 대화하고 수업을 들으면서 제 스스로가 확장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실제로 저의 성장으로까지 이어졌는지는 아직 확답을 할 순 없는지 세계관이 넓어지는 것은 분명히 느꼈습니다.
Q. 아까 20대 초부터 지역에서 진로교육단체를 운영하셨다고 했는데 그 점이 전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본인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또 다른 사람들의 고민도 들어주는 일을 하셨단 말이죠. 본인에게 진로 탐색이라는게 어떤 의미일까요?
A. 저는 삶이 유한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정말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요. 사실 우리가 지금 시대에 계엄이 일어날 것이라고 누가 예상을 했었겠어요. 진로를 설정한다는 것은 바로 그 유한성 안에서 나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거든요. 내 자신을 인지하고 지금의 세상을 분석하고 그리고 내가 갈 길을 택하는 것이잖아요. 그런 과정을 거쳐야 나중에도 후회를 안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한 인간에게 그리고 그의 인생에서 너무나도 중요한 과정인데 우리 교육 과정이 그것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20대 초반에 그런 단체를 운영한 것이 그런 현실에 대한 분노가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고 여러가지 경험을 겪으면서 과연 내가 이 문제를 온전히 다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더 많이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돌아보면 결국 그게 제 자신의 진로 탐색의 과정과도 연결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그 해결책과 가장 가까이 존재하는 단어가 ‘정치’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그러면 되고 싶은 정치인의 모습이 어떤 것인가요? 사실 반전은 청년 정치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인데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사회 경험이 부족하잖아요. 그러면 제시할 수 있는 솔루션도 빈약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누군가는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나 피해자를 대변해야 하겠지만 전체 유권자를 대표하는 대중 정치인이 되는 것은 또다른 문제잖아요. 저는 청년 정치인들이 소수자를 대변하는 것이 정서에 맞기도 하지만 그 길 외에 다른 길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동시에 하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저는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은 쪽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 여러 정당이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민주당을 선택한 이유가 바로 그 이유에요. 저희 취향이나 가치관에 부합하는 면도 있지만 그것보다 전체를 바라보고 싶은 마음에 컸던 것 같아요. 물론 그것이 타협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죠. 앞으로도 그럴 수 있고요. 하지만 저는 대중 정당과 소수자를 연결하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어렸을때부터 지역에서 많은 활동을 하면서 제 스스로에게 느낀 것은 저는 연결에 굉장히 강력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20대 초반에 했던 지역 활동이나 지금 민주당 안에서 비서관으로 하고 있는 활동도 결국 그 ‘연결’이라는 단어로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되고 싶은 정치인의 모습과도 일맥 상통한 것 같습니다.
Q. ‘반전’이라는 프로그램 이야기도 조금 해볼께요. 아까 ‘반전’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셨는데 끝나고 나서의 생각은 어떠세요?
A. 사실 ‘반전’이 끝나가는 시점에 이 주제에 대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었거든요. 지금은 조금 흐릿해진 상황이기는 합니다. 저는 ‘반전’을 두가지로 나누거든요. 교육 프로그램과 공론장, 그런데 제 자신은 공론장으로서의 ‘반전’을 더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비슷한 꿈을 가진 사람끼리 모여 터놓고 맘껏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으로서의 ‘반전’이 정말 좋았어요. 커뮤니티라고 표현해야 될까요? 아까 제가 ‘연결’을 저의 중요한 키워드라고 소개했었는데 ‘관찰’ 역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거든요. ‘반전’은 그 두가지 단어가 동시에 구현될 수 있는 곳이어서 저에게 의미가 있었어요.
Q. 1기 선배들도 많이 만나봤을텐데 본인이 생각하기에 1기와 2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A. 1기는 아무래도 실제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 분들이 많았잖아요. 또 선거가 거의 임박해 있었고요.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커리큘럼이나 활동도 그것에 맞춰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에 비해 2기는 정치권에서 활동하지 않는 분이나 옆에서 관찰을 하셨던 분들도 꽤 많이 오셨거든요. 그러다보니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더 많은 대화가 이뤄졌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2기는 1기에 비해 커리큘럼보다 커뮤니티 활도에 좀 더 집중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제 자신의 취향과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반전이 어떻게 진화했으면 좋겠는지와 정치인으로서의 본인의 포부도 함께 짧게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A. 우선 ‘반전’은 지금보다 더 정치적으로 변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3명만 모여도 정치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여기는 정말 많은 사람이 있잖아요. 이 커뮤니티 안에서 정치적 작동이 어떻게 될 수 있는지 많은 실험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실제 권력도 나누고 집행도 하는 그런 실험들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서로 공약도 걸고 경쟁도 하고 실행도 하면서 민주주의를 경험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 자신에 대해서는 저는 선을 긋는 사람이 아니라 그 선을 지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정치라는 것이 ‘세상을 바꾸게 하는 일’이라기보다는 ‘세상을 견디게 하는 일’에 더 가깝다고 생각할 때가 많거든요. 누구도 스스로 힘들고 싶어서 힘드는 사람은 없잖아요. 세상을 제대로 잘 견디는 방식으로서의 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그런 정치인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