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소희 | 유난무브먼트 디렉터
Interview
Q. 다양한 사회 활동 경력이 있으신데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신다면?
A. 저는 제 삶에서 겪어낸 여러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나 더 포용적이고 다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관심과 열의가 있는 사람입니다. 제가 고향이 제주도인데 10대 시절에는 제 주변에 여러 불합리, 불평등과 같은 문제에 굉장히 저항하고 싶어 했던 청소년이었어요. 자연스럽게 청소년기부터 작은 캠페인을 기획하는 활동가적인 삶을 살았고 그 과정에서 공동체에 대한 구체화된 문제의식이나 솔루션을 가지고 국제 회의체에도 많이 참석을 했어요. 그리고지금은 디지털 기술과 정치의 교차점 그러니까 ‘시빅해킹’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가지 실험들을 하고 있어요.
Q. 사적인 영역에서의 경험이 공적인 영역으로 확장되었다고 봐도 되는 걸까요?
A. 사실 어릴 적에는 뛰어난 개인이 되어서 지금의 불평등한 환경을 뛰어넘어야 그다음을 상상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게 유일한 해답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그 과정을 거치면서 제가 느낀 것은 저 혼자 그것을 뛰어넘었다고 세상에서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어요. 저에게는 이것이 큰 모순으로 다가왔고 20대 초반부터 ‘나는 이 문제에서 평생 벗어날 수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의 능력을 키워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저의 답은 잘못된 문제 정의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 거죠. 그리고 나서부터는 구조적인 문제에 좀 더 집중을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사회와 국가의 거버넌스를 만드는 정치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이 문제의 본질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에 좀 더 가까워진 이후부터는 ‘나는 정치적인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졌고 정치라는 것도 언젠가는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게 되었습니다.
Q. 그 과정에서 반전 1기 수강생으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입학 계기도 설명을 부탁드릴게요.
A. 맨 처음에는 제가 총선에 나갈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큰 관심이 있지는 않았어요. 그냥 지금 정치 현실에 필요한 기획이니 잘 됐으면 좋겠다와 응원하고 싶다 정도의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 몇 분에게 또 추천을 받아서 호기심이 생겨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내용을 다시 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때 이 조직을 만든 취지나 함께 하는 분들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어요. 반성과 비전이라는 그 이름과 문제의식 그리고 기득권 선배 정치인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는가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나니까 이 모토에 마음이 끌려서 오는 사람들의 얼굴이 너무 궁금해지는 거예요. 이 내용에 움직여졌을 사람들이 어떤 꿈을 가진 사람들일까 너무 궁금해졌고 동료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지막에 지원하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Q. 들어오셔서는 어떠셨나요? 가장 좋았던 것과 2기를 위해 개선되어야 할 점은 이야기해주신다면?
A. 강의 후 토론 수업을 병행하면서 조별로 기획 활동을 했을 때가 가장 재미있었어요. 정해진 주제 안에서 다른 수강생들과 합을 합쳐서 문제를 해결하는 그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 새롭게 느꼈던 것은 토론 시간에 랜덤으로 조를 뽑아서 제가 평소에 반대하는 진영에 서서 그들을 변호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경험이 무척 흥미로웠어요. 아쉬웠던 점 혹은 2기에 개선했으면 하는 점은 강의가 강사 중심으로 진행된 경향이 좀 있었다는 거예요. 반전 운영팀에서 정말 다양한 전문가들을 모셔오신 것에 대해서는 너무 감사하는 마음이지만 우리가 맛을 음미하면서 먹기에는 너무 많은 뷔페식 진수성찬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초반에는 조별 토론이 꽤 활성화가 되었는데 뒤로 갈수록 동력이 떨어졌던 부분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어요. 저는 제가 이해한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무척 궁금했는데 그런 소통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수강생들이 단지 학생이 아니라 그동안 각자의 삶에서 정치적인 일을 해온 분들이기 때문에 분명히 거기서 배울만한 인사이트가 있었을 것 같은데 그걸 서로 교환하면서 자극 받고 시너지를 일으키는 그런 시간들이 2기에는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드리고 싶어요.
Q. 이야기를 조금 넓혀서 지금의 청년 정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A. 저는 청년 정치가 그동안 제대로 잘 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세계관을 제대로 정의하지 못하고 또 그것을 규합해 내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청년 정치라고 했을 때 나이가 어리다는 것 외에 어떤 대안을 제시했을까에 대해서 다 같이 깊이 성찰해 봐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 다음 앞으로 30-40년간의 과제가 무엇인가와 그것을 어떻게 주체적이고 유능하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걸 못했다는 점이 아쉽게 생각이 되고요. 정치 문화적으로 본다면 비토크라시에 너무 빠져있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나이 많은 사람들을 일방적으로 구태로 규정하면서도 정당 안에서의 성공모델을 구세대의 그것을 그대로 따라가려고 했다는 점도 꼭 이야기하고 싶어요. 가끔 보면 정당 생활 시작한지 2, 3년 밖에 안됐는데 마치 5선 의원님과 대화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또래 청년 정치인들도 있어요. 당시에는 그냥 의아하게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기존 정치 문법에 우리를 너무 맞추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런 모습들은 우리가 반성해야 하는 지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책임을 청년 정치인 개개인의 잘못으로 오롯이 돌리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동료들을 대변하는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시스템적인 문제를 개개인의 역량으로 돌파하는 것은 그 시스템의 문제를 애써 외면하는 것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어있기 때문에 전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행위 자체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지만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나에 대한 이야기도 동시에 해야 하는 거죠. 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왜 우리 서로가 서로에게 롤모델이 될 수는 없었나와 같은 질문도 해보고 싶어요. 지난 10년의 청년 정치가 아쉬운 점과 한계가 분명히 있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인정하고 지금 여기서부터 다시 새롭게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Q. 그러면 앞으로 그것을 만드는데 반전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A. 저는 반전이 그 고민들을 이어주는 좋은 허브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사실 그와 같은 고민이나 갈증은 그동안 개별화되고 개인화되어 파편적으로 나뉘어 있었거든요. 솔직히 저도 반전에 오기 전까지는 그런 것을 고민하고 갈증을 느끼는 사람이 저 밖에 없는 중 알았어요.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서로 공유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도 되면서 함께 해결책을 논의할 수 있는 그런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저도 무척 기대하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정치인이 아닌 기획자로서 반전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A. 반전이 가진 큰 무기 중 하나는 홍대 중심의 하나의 단독 건물을 인프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에요. 이건 정말 큰 장점인 것 같아요. 플랫폼으로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계속 떠들고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게 엄청난 장점인데. 여기에서 여러 이벤트들과 교류가 벌어질 수 있도록 반전에서 많이 동기부여와 자극을 해주시고 수강생들끼리도 무엇인가를 함께 만드는 그런 주체 의식도 더 늘어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새로운 정치의 꿈을 키워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