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우 |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
Interview
Q. 인터뷰를 하기 전까지 고민이 좀 많으셨던 것 같아요?
A. 제가 제대로 된 인터뷰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고 말씀을 드렸던 것은 요즘 머릿속에 생각이 정리가 안 되고 혼란스러운 상태였기 때문이었어요. 사실 그걸 티를 안 내면서 이야기하면 되는데 제가 좀 솔직한 성격이거든요. 그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이야기할 것 같아서 고민을 좀 했어요. 아무튼 하기로 한 이상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Q. 저도 이태우씨 자료를 좀 보고 왔는데 솔직함은 일종의 천성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하시고 있는 고민들이 궁금해지네요. 우선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과정부터 좀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사실 저는 제가 정치와는 거리가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군대 다녀온 후 학교로 돌아가니 한창 교내에서 등록금 시위가 있었어요. 그때 뭔가 사회적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저렇게 처절하게 외치고 있는데 나도 저 문제 해결에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후 총학생 회장 선거를 준비하고 당선이 되었어요. 그리고 학교 측과 협상을 통해 등록금 인하를 이뤄냈는데 그때 제 자신에 대한 사회적 효능감을 처음 느꼈던 것 같아요. 정말 짜릿하더라고요. 당시 학우들이 저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줬는데 그때 당시에는 그것이 단순히 기분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일종의 명예욕구가 채워진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비슷한 시기에 대학가에 ‘안철수 현상’이 불어서 저도 자연스럽게 정치인이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현실정치에도 참여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안철수 현상’이라는 게 사실 겉으로는 아름다운 정치 개혁 운동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과 결과를 보면 대한민국의 개혁 세력이나 청년 세력이 얼마나 현실 정치에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지를 보여줬던 그런 사건이라고 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그 현상에 참여한 당사자로서 어떻게 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지금으로부터 10년 정도 전의 이야기인데요. 지난 10년이 사실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안철수 현상에 시작해서 여러 번의 반목을 거쳐 결국 거대 양당으로 다시 규합된 셈인데요.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려보면 당시 분위기는 정말 새로운 세상이 올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지금은 양당으로 쪼개진 청년 정치인들이 그때에는 정치인이 아닌 청년으로 함께 모여있었어요. 그런데 당시 우리나라 정치 시스템은 새로운 세력보다는 그 세력을 이끄는 스타를 원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가 그 분위기에 끌려간 면이 많이 있었던 거죠. 그렇게 그 세력을 대표하는 스타에게 모든 것을 몰아주고 난 뒤에 그 스타가 권력을 감당하지 못하자 전체 세력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던 거죠. 지금 생각해도 아쉽고 씁쓸한 기억입니다. 어떻게 보면 저는 아직 그 과정에서 완전하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Q. 지금 하고 계신 고민들이 절절하게 느껴지는데요. 자연스럽게 반전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반전에 오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세요?
A. 제가 반전에 오기 전에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제 청년 정치인으로서의 1막을 한번 정리해보자. 그리고 그 사이에 내 인생의 다음 챕터를 한번 모색해 보자. 사실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고요. 반전은 그 과정에 있었던 내 자신을 돌아보기 위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반전에는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동료들이 있잖아요. 과거에 함께 정치 활동을 했던 분들도 계시고 과거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처음 정치를 시작하시려는 분들도 보이고 그리고 과거의 저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저는 그분들을 관찰하면서 제 자신도 다시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반전 활동에는 다른 분들보다는 조금 더 소극적이었고 관찰 혹은 관망하는 자세로 임했던 것 같아요.
Q. 그러면 반전의 6개월 과정에서 좀 얻게 된 것이 있을까요?
A. 우선 사람을 얻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정치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이야기를 깊게 하는 관계까지 발전시키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반전에서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제3당 분들이나 페미니즘이나 생태적 운동을 하시는 분들과 제가 그렇게까지 깊게 공감하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실제로 그게 되더라고요. 저 역시 어떤 고정관념에 얽매여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순수하게 어떤 가치를 추구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저 자신에 대해서도 조금 돌아보게 되었는데요. 정치라는 걸 칼로 무 자르듯이 딱 나누어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제가 그동안 좀 입신양명에 너무 포커스를 맞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반전을 처음 신청할 때마다 저의 2막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강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많은 반성을 하게 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전이 앞으로 좀 더 나아져야 할 지점도 있지 않을까요? 반전의 약점은 무엇일까요?
A. 반전은 일정 부분 엘리트주의가 좀 느껴지는 것 같아요. 다양한 분야의 청년 정치인들이 함께 모여 미래 정치를 바꾸어 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교육 프로그램이지만 커리큘럼 자체가 그들을 압도하는 분위기가 좀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그런 실전 경험을 가지신 분들과 강의를 통해 지속적인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최고 장점이지만 그 이면의 그림자 역시 함께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수업이 진행될수록 자신감이 생기기도 하지만 역으로 자존감이 좀 떨어지게 되는 그런 경험도 했던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앞으로 반전이 다음 기수의 커리큘럼을 구성할 때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반전이 앞으로 미래의 정치인들에게 어떤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사실 그동안 의사 결정의 순간 순간마다 무턱대고 지르는 스타일의 정치를 많이 했어요. 제 안에서 끓어 넘치는 젊은 패기가 있기도 했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과정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 이슈의 주도권을 놓치기 싫었기 때문에 그렇게 했던 점도 분명히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반전의 수강생 중에서 그런 위치에 놓인, 진격을 할 수 밖에 없는 정치인들의 마음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어요. 요새 들어서 그런 결정의 순간마다 저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해주셨던 분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하고 있어요. 내가 내 상황에 너무 몰입해서 그 분들의 마음이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또 소통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약간의 후회가 섞인 반성이에요. 저는 반전이 개별 수강생들에게 그런 분들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커뮤니티가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