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 | 제11대 경남도의회 의원


Interview


Q. 정치는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건가요?

 

A. 2012년 대선이 끝나고 나서 민주당에 당원으로 가입했어요. 당시 경남에는 민주당원이 거의 없었거든요. 제가 그때 23살이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외롭게 당원 생활을 했던 것 같아요. 당시 지역에는 민주당에 대한 일종의 혐오 정서가 있었어요. 일베가 막 태동할 때였기 때문에 뭐만 하면 바로 종북이라는 프레임이 씌어졌어요. 술집에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서 부지불식으로 그런 표현들이 나왔어요. 당시 어린 나이에 속으로 굉장히 억울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당원 활동을 하면서 버텨내다 보니깐 그 사이에 정치인으로서 좀 단단해진 것 같아요. 2016년에 당시 국회의원에 출마하셨던 김경수 전 지사를 120일 동안 수행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인에 대한 꿈을 꾸게 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옆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나도 이와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대학생 위원장, 청년 위원장 이런 자리를 맡게 되었고 그 일들을 열심히 하면서 저 자신이 성장하는 것을 느꼈어요. 그렇게 도의원에도 출마하게 되었고 도의원 활동 이후에는 도지사 경선에도 나가게 되었죠. 당시 정말 박빙의 차이로 도지사 경선에서 떨어졌는데 나이 어린 정치인이 꽤 의미있는 결과를 내니깐 중앙당에서도 눈여겨 봤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죠.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니깐 정치인으로는 정말 열심히 활동했고 나름 순탄한 길을 걸어왔던 것 같습니다.   

 

Q. 지역에서 나름 탄탄하게 정치적 입지를 가지고 계신 것 같은데 그러면 반전에 오시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시나요? 사실 반전이 지방에서 활동하면서 다니기가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잖아요?

 

A.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처음에는 별 기대가 없었어요. 그냥 내년에 총선을 나가야 하는데 뭐라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신청을 했었어요. 그런데 막상 시작을 하니깐 제 예상보다 수업의 질이 너무 좋아서 좀 놀랐죠. 뭐라고 그래야 할까 좀 더 날 것의 내용이 담긴 강의였어요. 강의는 다 듣고 난 후 집으로 돌아갈 때 머리가 정말 복잡해지는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운영위원들이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강사를 하루에 함께 지정해 놓은 날도 있었는데 그런 날에는 돌아가는 KTX 안에서 저 자신이 자아 분열하는 것 같은 경험을 했어요.

 

Q.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여쭤보면 가장 인상적으로 들었던 강의가 무엇이었나요?

 

A. 외교 분야의 모든 강의가 그랬어요. 천영우 수석님, 김원수 대사님, 조영남 교수님 등의 강의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해요. 사실 당 내에서 진행하는 특강도 많이 들었는데 아무래도 그 방향성이 서로 교차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반전은 너무 설득력이 있는 내용들의 강의가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으니 들으면서도 혼돈 그 자체였어요. 또 김현미 교수님의 페미니즘 강의도 제 나름의 관점에서 좋았는데 그 수업은 수강생들끼리의 논쟁도 좀 있었고 내용이 너무 어렵다는 불평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 자체가 필요한 강의라는 것을 논증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여러 시선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죠.

 

Q. 그러면 반전 강의에서 아쉬운 점은 없으셨나요?

 

A. 불만이라기보다는 제안인데요. 저는 인원은 더 줄여도 될 것 같아요. 그래서 개개인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커리큘럼이라면 선출직 정치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원래 취지를 좀 더 잘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고요. 연결되는 이야기인데 맞춤형 프로그램이 좀 더 늘어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입니다. 실제 선거에 나갈 사람이 들어야 될 커리큘럼이 또 분명히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막상 선거가 다가오면 정신이 없어서 이렇게 체계적으로 준비를 하기가 정말 어려워요. 실제로 강의 후반부에는 지역 행사랑 일정이 겹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정말 고민되더라고요. 마음은 반전에 가 있는데 몸은 지역 행사를 향해 움직이는 경우도 있었어요. 2기에는 따로 심화 과정을 두지 말고 아예 그런 강의를 함께 진행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지역 관련된 활동이 좀 더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시리즈로 한 지역 씩 방문하면서 강의를 진행한다거나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사실 너무 서울에만 일정이 집중되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반전 자체가 좀 도시적인 느낌의 조직인 것 같아요.

 

Q. 지역 이야기도 하시고 아까 세대 이야기도 하셨고 젠더 이야기도 하셨는데 청년 정치가 좀 힘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공통적인 아젠다가 있을까요?

 

A. 반전의 멤버들과도 사석에서 항상 하는 이야기가 그 고민이에요. 우리는 풀어야 하는 문제의 난이도는 높고 상대적으로 쪽수는 적은 쉽지 않은 세대거든요. 586 운동권처럼 적이 명확한 것도 아니고 이런 다원화된 세대에서 공통된 아젠다를 찾는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조직화가 불가능하다고 결론짓는 것은 또 아니라고 생각이 들고 제 개인적으로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단순하게 ‘세대교체’로 접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여러 가지 가치들을 하나로 묶어 줄 수 있는 키워드는 저는 ‘세대교체’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Q. 그런데 지금과 같은 서로를 적으로 생각하는 양당제 구조 하에서 그 아젠다가 함께 통용될 수있을까요?

 

A. 그게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청년 세대가 함께 정풍 운동을 할 수 있어야 그 아젠다가 힘을 받을 텐데 현실에서는 그 계기가 잘 안 만들어지거든요. 그렇다고 ‘세대교체’라는 아젠다를 쉽게 포기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요. 쉬운 일이라면 벌써 현실화가 되었겠죠. 예전 586 세대 선배 정치인들은 정말 피 흘리면서 목숨 걸고 정치를 했는데 그들 이후 새로운 세대를 앞세워 권력을 잡고자 한다면 남다른 비전과 끊임없는 성찰 그리고 끈질긴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대립과 갈등의 정치를 우리 스스로가 깰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반전이 신상훈 씨 개인에게 남긴 것이 무엇일까요?

 

A. 반전 이후 제 스스로가 그 전과 정말 바뀌었구나 하고 느낀 적이 많아요. 사실 그전까지는 저도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좋은 게 좋은 거다 하면서 문제를 도외시하는 습관이 조금씩 생기고 있을 때였거든요. 그런데 그 시점에 반전에서의 경험 자체가 저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을 다시 돌아보게 했던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기존에 반전의 과정을 통해 제가 가지고 있던 시야도 많이 깨졌고 토론을 통해 새로운 시야도 장착하게 된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면 지금은 갈등의 정치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으로 재편된 것 같아요. 정치를 바꿔야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확신이 좀 더 생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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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우 |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