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준 |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대학원 석사과정
Interview
Q.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신다면?
A. 반전 1기 수료생이고 현재는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진행 중인 박민준입니다. 제가 반전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정말 우연에 가까운데요. 반전 오픈하우스 때 참석한 친구의 동행이 오지 못하게 되면서 제가 대신 오게 되었어요. 우연찮게 와서 내용을 봤는데 커리큘럼이 괜찮은 것 같아서 덜컥 지원을 하게 되었어요. 사실 저는 학생 신분이고 정치 활동에 대해서도 별다른 게 없어서 그냥 가볍게 구경 온 것인데 와서 흥미를 느끼게 된거고 일이 커지게 된 거죠.
Q.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계신가요?
A. 국제정치경제 쪽인데 저는 특히 여론에 관심이 많습니다. 개별 국가들의 여론이 어떻게 국제 여론과 연결되는가에 대한 부분인데요. 국제 문제에 대한 국내 여론이라고 간단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주로 세계화에 대한 개별 국가 내의 반발이 글로벌하게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잖아요. 이런 문제를 정치인 혹은 정부의 입장에서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Q. 그럼 세계화는 어쩔 수 없는 지구적 현상이니 우리가 그것을 어쨌든 남들보다 잘 받아들어야 한다는 입장이신 건가요?
A.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세계화의 장점을 잘 활용하자는 이야기도 포함이 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바람직한 세계화의 모습을 함께 찾는 성찰이나 각성까지 포함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지금까지는 세계화가 워낙 규모의 성장을 가져왔기 때문에 그 부작용들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성장이 더 이상 대중들에게 잘 나눠지지 않고 그 성장이 가져온 폐해도 늘어가는 형국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세계화라는 담론에 대한 국내적 여론과 국제적 여론을 동시에 보고 그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미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학창 시절을 보낸 특이한 경험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세계화를 바라보는 두 개의 방법론 중에는 어떤 것을 더 선호하시는 편인가요?
A. 사실 그 문제에 대한 제 의견도 계속 바뀌는 것 같은데요. 2000년 대 후반과 2010년 초반에 중국의 성장세는 정말 엄청났거든요. 카드도 통용되지 못했던 나라에서 단숨에 모바일 결제가 되는 나라로 변모했어요. 당시에는 중국과 같은 1당 체제가 이런 발전을 감당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 중국의 모습에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실망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과연 중국의 체제가 미래 지향적인가 그리고 지속가능한 모델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반면에 미국은 중국보다는 좌충우돌하기는 하지만 조금 더 가치 지향적인 것 같아서 지속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미국의 방식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는 뜻은 아니고요. 앞으로도 이 문제에는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Q. 그러면 자연스럽게 반전으로 넘어가 볼게요. 반전을 다니시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무엇인가요? 가능성도 좋고 한계도 좋습니다.
A. 먼저 가능성부터 말씀드린다면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기존 시스템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논쟁할 부분이 없어요.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만 이야기하면 됩니다. 기존 것을 고칠 것인가와 완전히 바꿀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우선 소통의 출발점에 대한 공감대가 매우 높은 편이에요. 저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굉장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출발부터 많은 소음들이 제거된 공동체인 거죠. 그리고 반전이 가진 한계는 정치와 사회운동에 대한 구분이 좀 희미하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관심을 가진 아젠다에 대해서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정치라는 영역 자체에 대한 관심은 그에 반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물론 커리큘럼을 통해 그 지식을 늘릴 수 있지만 정치 그 자체는 수강생 개개인의 우선 순위에서 조금 밀리는 것 같아요. 가능성과 한계가 서로 배치되고 조금 모순되는 것 같지만 과정을 진행하면서 느낀 솔직한 생각입니다.
Q. 이건 6개월 기간의 코스가 가진 한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장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은 지금의 것이지만 정치에 대한 이해와 실행은 공부한다고 바로 실력이 늘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A. 관심사가 너무 다양한 세상이라는 것은 거꾸로 이야기를 하자면 하나의 담론으로 무브먼트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사회의 관점 자체는 분산되어 있지만 동시에 문제는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이 지금의 시대이기 때문에 이 현상에 맞는 새로운 모델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어요. 무브먼트라는 게 국민들에게 동의를 얻어 그것을 스노우볼처럼 키워나가야 하는 거잖아요. 이것은 결코 해결이 쉽지않은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Q. 다시 반전으로 돌아와서 그럼 6개월 동안 그런 문제의식을 가장 자극한 강의가 어떤 것이었나요?
A. 저는 두 개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한화에너지 정인섭 대표님이 진행한 에너지 강의와 한화투자증권의 주진형 전 대표님의 경제 관련 강의가 가장 와닿았어요. 현실의 이야기이면서도 미래를 함께 조망하는 그런 강의였다고 생각합니다. 주진형 전 대표팀의 경우 강의도 강의였지만 강의 끝나고 뒤풀이에서 해주신 이야기도 정말 좋았어요. 지금의 문제도 지금의 문제이지만 후세에 청결한 시스템을 물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굉장히 공감하면서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반전의 강점은 강의 자체도 있지만 그런 중간중간의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부가적인 인사이트도 빼놓을 수 없는 것 같아요.
Q. 반전 1기는 이제 마무리가 되었는데 반전의 미래에 대한 것도 조금 여쭤볼게요. 앞으로의 반전은 어떤 모습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저는 우선 의견의 다양성이 공존하는 조직을 목표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다양성이 공존한다는 전제가 우리 사회의 모습과 너무 동떨어진 공동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우리 사회의 현재의 모습이 있고 앞으로 기대되는 이상적인 미래가 있다면 그 사이 어딘가에 반전의 지향점이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끔 너무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아직 사회에 정착되지 않은 이슈들이 별다른 토론이나 과정 없이 그냥 제시만 되고 휘발된 경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류적 시선과 비주류의 시선이 서로 교차하고 또 증폭되는 그런 커뮤니티가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우리의 모습을 제3자의 시선으로 볼 수 있는 메타인지 능력도 필요할 것 같고 우리의 활동을 그것들을 풀어내는 기획 능력도 함께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