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은 | 정의당 광주시당 위원장
Interview
Q.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실 수 있다면?
A. 직업으로서 정당인을 기입한 지는 13년이 되었어요. 대학생 때 진보신당에 입당해서 지금은 정의당 소속이고 첫 출마는 2014년 국회의원 선거가 처음이었습니다. 지역은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사전 인터뷰에서 자신의 인생 그래프를 설명하면서 선거 때마다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저는 지금까지 총 네 번의 공직 선거에 출마했어요. 아무리 작은 정당에서 출마를 하는 사람들도 처음 시작을 할때는 당선을 목표로 상정하고 준비를하거든요. 그리고 얼마 안 있어 현실을 마주하게 되죠. 그런데 그 과정 안에서 예정된 패배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충격파가 생각보다 커요. 처음에는 괜찮은 것 같고 이겨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실제로 제 안에서 지워지지 않는 상흔이 남고 또 그것이 오래간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어요. 물론 나만 힘든 게 아니니까 그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또 동료들과 서로 의지하면서 버텨내려고 하는데 내적으로는 많이 무너지게 되는 것 같아요.
Q. ‘반전’의 의미는 반성에서 비전이 나온다는 것인데 구조 자체가 그것을 방해한다면 실질적인 반성이나 비전 설립 자체가 어렵게 되는 것 아닌가요?
A. 그렇다고 정신 승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한국 사회에서 변화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선거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할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시민들의 생각과 눈높이라는 것이 안 변하는 것 같으면서도 자세히 보면 그때그때 분명한 변화와 경향이 있거든요. 선거가 시험이라고 하면 우리가 출제자가 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요즘 들어 많이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그동안 오답 정리를 좀 불성실하게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하고 있어요.
Q. 소수 정당이면서 동시에 양대정당 중 하나인 민주당의 영향력이 가장 센 광주라는 지역에서 정치를 한다는 것, 거기에다 여성 청년 정치인이라는 조건은 정말 고난의 연속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A. 그렇죠. 광주에서의 민주당은 기득권 독점 정치 세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수도권이나 서울에서는 민주 개혁 세력으로 보여질 수 있지만 광주에서는 지방 토호들과 아주 오랫동안 유착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거든요. 저는 광주에서 이들을 건강하게 제어할 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에요. 지금은 정의당과 진보당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예전에 통합진보당 때는 지지도가 18%까지 나왔었어요. 진보정당이 자신만의 대안을 가지고 있고 시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한다면 분명히 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Q. 그러면 자연스럽게 반전으로 넘어가 볼게요. 지난 13년의 정당 경험을 뒤로 한 채 다시 정치학교에 지원을 하셨어요. 반전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반전이 문정은 씨에게 어떤 존재인지 궁금합니다.
A. 저 자신이 우선 신실한 스타일이 아니에요. 진보 정치를 오랫동안 하고 있지만 신념이나 믿음이 강해서 하나에 직진하는 성격이라기보다는 약간의 의외성이 있는 캐릭터에요. 끊임없이 주변을 탐구하고 관심 있는 것을 직접 해보기도 하는 조금은 자유로운 성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반전은 비전보다 반성을 앞에 내세우잖아요. 거기에 제 마음이 움직였던 것 같아요. 제가 일찍부터 활동이나 정치를 했었기 때문에 정말 많은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거든요. 그러다보니 그런 프로그램에 대한 선입견을 좀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그런데 반전은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김성식, 유승찬, 안병진 그리고 이진순 이라는 인물에 대한 신뢰가 있었던 것 같고요. 사실 반전이 저랑 어울릴까에 대한 고민을 꽤 많이 했어요. 뭐라고 그럴까 반전은 조금 도시적인 느낌이 있는 프로그램이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제가 경험한 프로그램들과 다를 것 같고 새롭게 배울 것이 있을 것 같아서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들어오고 난 후에는 이 안에서 나의 목표가 무엇이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사실 반전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나의 물리적 에너지를 상당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잖아요. 그래서 그 최소한 목표를 꼭 정하고 싶었어요. 저는 20, 30대의 수강생들과 50, 60대의 운영위원 혹은 강사 사이에서 그들 간의 간극이나 오해 그리고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연결점을 탐색해 보고 싶었어요.
Q. 사실 반전에는 세대 간의 연대를 프로젝트를 통해 모색해 보자는 의미도 함께 담겨져 있죠. 반성을 공유하고 비전을 창출한다는 게 사실 그런 의미잖아요. 그러면 6개월 동안 반전을 경험을 하셨는데 앞으로의 반전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이 질문은 정말 답변에 고민이 많이 되는 질문인 것 같아요. 저는 한국 정치에 된장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고 늘 생각해 왔어요. 된장은 촌스럽고 누가 잘 사먹지도 않고 원래 집에 있는 것이지만 집밥을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의 재료잖아요. 집에서 된장이 다 떨어지기 전까지는 그 소중함을 알지못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가 잊고 있었던 그 중요성이 드러나잖아요. 지금의 한국 정치에는 그런 묵묵한 전진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그때그때 이슈 중심으로 현상을 돌파하려고 하는 단기적인 사고에 매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렇다고 제가 그동안 그런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하는 것은 아니에요. 저도 그렇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 과정을 오랫동안 지켜본 경험이 있거든요. 이 문제는 생각보다 중요하고 풀기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너무잘 알고 있어요. 대한민국에서 기본에 충실한 정치를 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에요. 저는 반전이 그런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20-30대에 어떤 새로운 사회적 현상에 대한 정확한 답을 가지기는 아직 어려워요. 하지만 자신의 역할과 그것에 대한 실마리들을 이해하게 된다면 그 답에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패스트푸드나 스트리트푸드는 쉽게 만들고 또 먹을 수 있고 자극적이지만 그것이 우리의 주식이 될 수는 없잖아요. 우리가 변화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서 그 변화의 기본이 무엇일까를 이야기하고 또 함께 만들어 가는 그런 프로그램이 된다면 저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Q. 그러면 6개월 동안의 시간 중에 가장 본인에게 도움이 많이 된 프로그램은 무엇이었나요?
A. 진보 정치를 하다 보면 놓치거나 부족하거나 우리의 역할과 고민이 아니라고 지레 생각하게되는 영역이 있어요. 외교안보 이슈라거나 경제 이슈라거나 말로는 그런 거 우리도 안다고 하지만 확실히 노동이나 민생 문제보다는 우리가 물리적으로 투여하는 시간도 적고 우리가 평소에 찾는 현장과도 조금 다른 영역이거든요. 하지만 이 영역들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을 저 역시 체감하고 있어요. 그런 관점에서 진행되었던 수업이 저는 정말 좋았어요. 국가 전체적인 통치의 관점에서 전략을 고민하는 시간이 저에게는 굉장히 값진 교육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것은 공부하는 것은 좋지만 정치는 그 과정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지금 인공지능이후의 시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많이 나간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문제를 회피하는 느낌도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반전은 지금의 문제를 앞으로의 관점으로 치열하게 다루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