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 | 대구시 수성구의회 정책지원관
Interview
Q. 우선 간단하게 자기 소개 및 반전에 오신 계기를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A. 현재 대구 수성구의회에서 정책지원관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실 대외활동을 즐기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예전에 대구에서 지역 청년 활동을했을 때 인연을 맺은 당시 대구시 청년정책 과장님께서 저에게 반전을 추천해 주셨어요. 그분은 이제 공무원 생활을 정리하고 출판업을 하고 계시는데 반전을 보고 저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으니 한 번 지원해 보라고 하셨어요. 저도 그분을 평소에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Q. 정책지원관 일을 하게 되신 계기도 함께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제 개인적인 정치 실험들이 실패하면서 이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전까지는 저는 국회의원 보좌관 생활을 했었거든요. 그렇게 1년을 일하다가 시의원에 출마하고 싶어서 그만두고 나오게 되었어요. 결과적으로 당선이 되지 못했고 그 이후에 잠깐 쉬면서 공부를 하던 중에 제가 살고 있는 그 지역의 정책지원관 공고를 보고 지원해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Q. 공적인 일을 맡아서 하는 것에 대해서 어려서부터 관심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A. 사실 제가 어릴 적에 가정 형편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그때 ‘삼국지’를 우연찮게 읽게 되었는데 굉장히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요. ‘삼국지’를 시작으로 ‘초한지’나 ‘열국지’도 탐독하게 되었는데 그 중국 고전들을 보면서 공적인 영역에서 직접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계속 꾸어 왔던 것 같고요. ‘삼국지’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 ‘제갈량’이었거든요. 똑똑한 것도 똑똑한 것이지만 그의 전략들이 나오는 과정이나 고민들이 정말 좋았어요. 공공성에 대한 헌신도 있었겠지만 세상을 바꾸고 싶은 리더십이나 권력의지 역시 책을 보면서 많이 키워 나갔던 것 같아요.
Q.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반전에 오기 전에 그런 현장 경험을 쌓으신 건데 현실에서 직접 일을 해보신 느낌은 어떠신가요? 어릴 적 꿈을 꾸면서 상상해온그 일들과 일치했나요?
A. 현실은 꽤 많이 달랐어요. 제가 되고 싶은 모습은 ‘제갈량’이었는데 현실에서는 ‘조조’를 더 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참모로서 무대의 뒤편에서 전략을 짜고 그 설계도대로 현실을 바꿀 때의 쾌감은 분명히 있었지만 의원들이 실제로 그것을 실행하는 모습을 보면 만약 나라면 어떻게 했을 것이고 왠지 내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끊임없게 하게 되거든요. 법안이 통과될 때의 희열감이 분명히 있지만 동시에 약간의 공허감도 함께 생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자연스럽게 반전 이야기를 넘어가 보면 어떨까 싶은데요. 들어오기 전에 반전에 대한 기대감과 수료한 이후에 다시 돌아본 반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일단 지원한 것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고요. 시간이 흐르면서 이 프로그램은 꼭 유지가 되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터부시되면서도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다양성이잖아요. 제 자신도 사실 여기 오기 전에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인간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저에게 반전은 모험이었고 리스크였는데 마치 고체가 액체가 되고 액체가 기체가 되는 것처럼 제 자신이 변화하는 것을 느꼈던 과정이었어요. 만약에 기존 정당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면 과연 제가 그런 변화를 경험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회의가 좀 있고요. 사실 저에게 페미니즘, 장애, 소수자 문제 등은 그전에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주제였거든요. 매주 수업을 진행할 때마다 제 인식에 균열이 조금씩 생긴 것 같고요. 6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제 자신이 그 전과는 좀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그런데 반전이 가진 다양성은 반전이 의도한 것으로 생각하세요? 아니면 기존 정당에서 운영하지 않는 대안 프로그램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비주류들이 모여 이뤄진 결과물이라고 생각하세요?
A. 밖에서 봤을 때는 일단 정당과의 연계성이 없기 때문에 마이너리그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처음 왔을 때 그런 부분을 조금 의식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수업이 진행되고 서로 소통을 하면서 우리가 지향하는 정치적 삶이나 이상적인 상황이 정당과 별로 관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보자면 노무현 대통령이나 오바마 대통령을 보면 이것은 주류와 비주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추구하는 삶의 목적이 정치로 표현되냐 마느냐의 문제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주류와 비주류는 고정된 게 아니잖아요. 거꾸로 우리가 그것을 고정된 것으로 볼 때, 혹은 자꾸 고정화 시켜려고 할 때 많은 악습과 폐단이 생겨난다고 보고 있고요. 반전 역시 지금은 비주류지만 나중에 충분히 새로운 주류가 될 수 있고 그때는 우리가 그동안 추구해온 삶의 목적으로 평가 받고 또 도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그 점을 잊지 않고 다음 기수의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반전 커리큘럼을 들으면서 많은 변화를 느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의 계기가 되었던 시간은 언제였나요?
A. 많은 분들이 이미 꼽았을 것 같은데 단연 해커톤이었던 것 같아요. 해커톤을 통해서 우선 마음을 열게 된 것 같아요. 솔직하게 내 마음과 의견을 이야기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용기를 준 시간이었어요. 사실 어떤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는 것과 나의 정치성향까지 거리낌없이 밝힐 수 있는 사이가 된다는 것은 좀 차원이 다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해커톤은 반전과 반전 수강생들에 대한 저의 태도를 바꾸게 해준 시간이었어요. 사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지금은 이렇게 좋지만 앞으로도 우리가 계속 접점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에 대한 확신이 없었는데 해커톤을 통해 그 의심들이 사라지게 된것 같아요.
Q. 일종의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된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어떻게 보면 초창기에 수강생끼리의 토론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도 이와 같은 경험이 아직 부족해서였을 수도 있겠네요.
A. 사실 처음에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고요. 저희가 당도 다 다르고 살아온 경험도 너무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탐색하고 또 관찰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기존 정당에서 운영하는 학교조차도 이 벽을 넘는게 정말 어렵거든요. 그런데 반전에서 그것을 실현해냈다는 것에 저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요.
Q. 반전 1기 동기회장으로 선출 되신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 반전 동기회는 어떻게 운영하실 예정이신지 궁금합니다.
A. 우선 자주 만나려고 하고요. 우리의 강점이 운영위원들 그리고 자문, 고문, 멘토단이 함께 한다는 점이잖아요. 그래서 이들과의 지속적인 만남도 추진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커리큘럼에서 정식 프로그램으로 넣지 못했던 과감한 기획의 특강들도 추진해 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창출한 다양성을 좀 더 확대하고 또 앞으로 2기에게 그것을 넘겨줄 수 있는 그런 1기가 되고 싶고 저도 동기회장으로서 운영진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