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 더불어민주당 여성리더십센터 부소장
Interview
Q. 반전에 들어오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사실 제가 지난 몇 년간 국회의원 보좌관 생활도 했었고 대선 캠페인에도 참여했거든요. 그 과정에서 정치권에 대한 환멸을 느꼈었고 지칠 대로 지쳐있는 상태였어요. 그 전에는 그래도 소신을 중심으로 일을 하자는 주의였는데 대선은 그렇게 진행이 안 되더라고요. 타협할 것이 너무 많았고 합리적인 의사 판단이 되지 않고 모든 것이 힘과 알력으로 결정이 되다 보니깐 실망도 많이 하고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때 마음 속으로 가장 많이 되새긴 문구가 ‘정말 정치가 이렇다고? 이렇게까지 후지다고?’였으니까요. 물론 그 안에서 분투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애정도 생겼지만 대선 결과까지 안 좋게 나오니까 정말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하나? 정치를 계속 해야 하나? 활동가로 다시 돌아가야 하나?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길을 가야 하나? 이렇게 고민하고 있을 찰나에 뉴웨이즈 박혜민씨와 반전 수강생인 제민수씨가 반전 프로그램을 추천해줬어요. 사실 대선을 거치면서 정치에 실망도 했지만 그 이후의 진행 상황들을 보면서 정치가 정말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희망을 좀 찾아보고싶었고 그걸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도 알아보고 싶어서 반전에 지원하게 된 것 같아요.
Q. 6개월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는 어떠신 것 같으세요? 정치의 희망을 발견하셨나요?
A.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하나 좋았던 것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는 거예요. ‘그동안 나만 모르겠던게 아니었구나’, ‘다들 이렇게 열심히 찾고 있구나’를 알 수 있었어요. 사회를 바꾸고 싶은 열의는 가득한데 어떤 길로 나아가야 될지 모르겠고, 그 길을 찾아보고 싶은 동료들을 만났다는 게 저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던 것 같아요. 일종의 동질감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요?
Q. 그러면 커리큘럼은 어떠셨어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강의라든가.
A. 저는 정성헌 이사장님의 강의가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분 강의는 정치인으로서, 뭔가 사회를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서 갖춰야하는 태도 같은 것을 많이 짚어 주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분 강의가 커리큘럼 초반에 위치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정치를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와 같은 개론적인 성격이 있었던 수업이라서 좋은 인상을 받았고 그 이후에도 말씀하신 문제 의식에 대해서저 스스로 많이 생각해봤던 것 같아요.
Q. 반면에 좀 아쉬웠던 점을 말씀해주신다면?
A. 수강생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커리큘럼이 좀 아카데믹했던 것 같아요. 너무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분야를 다루다 보니 깊게 들어가지 못했다는 점이 좀 아쉽고요. 사실 반전 수강생의 면면을 보면 정말 다양하잖아요. 그런데 그 다양성이 막상 수업에서 분출되지는 못한 것 같아요. 토론을 하기는 했지만 서로 좀 눈치를 보고 체면을 차렸다고 해야 할까요? 그 부분은 좀 아쉬움이 있어요. 그때 좀 더 실질적인 토론을 해서 많은 의견을 공유했어야 했던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그러면 반전이 앞으로 발전하려면 어떤 점이 제일 먼저 개선되면 좋을 것 같으세요?
A.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반전의 멤버를 보면 그 구성이 다채롭잖아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소수정당, 지역 분들, 사회운동가 분들, 전문가 분들 정말 다양하거든요. 사실 기존 정치권에서도 이렇게 모이기 쉽지 않은, 그런 조합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동일한 문제라도 이 분들이 그것을 대하는 태도와 인식이 서로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안에서 토론과 참여형 수업을 통해서 청년 세대들이 집중할 만한 아젠다를 규정하고 그 문제의 본질을 직면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늘려 나간다면 저는 사회적으로도 무척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문제에 공감하는 것과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또다른 이야기거든요. 제가 대학교에 처음 입학해서 청소 노동자분들이랑 같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함께 활동을 했는데 그때는 제가 문제 해결에 방법론을 잘 모르고 있었던 시절이니까 완전 정서적 공감에만 압도가 되어서 그분들 눈만 마주쳐도 울고, 이야기만 들어도 울고 그랬어요. 그 당시 저는 1년 내내 그 분들하고 점심을 같이 먹었거든요. 친구들은 저녁에만 만나고요. 그때의 저를 떠올려보면 정말 온 마음으로 그 분들을 공감하고 싶어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도 그 분들과는 관계가 돈독해요. 하지만 제가 그렇게 공감했던 그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거든요. 제가 활동가가 되고 그이후에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치계에 입문하면서 그런 지점들을 많이 깨닫게 된 것 같아요. 문제에 대한 공감은 너무나 중요하지만 우리는 해결책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죠. 저는 반전이 그 두 가지를 같이 추구하는 조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아까 대선을 거치면서 한국 정치에 깊은 실망을 하셨다고 했는데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A. 제가 생각했을 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너무 당리당략 안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거예요. 정치라는 게 사실 거시적 관점에서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낼 수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런 기능이 점점 더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정치의 기술은 있지만 비전은 없는 거죠. 우리 사회의 변화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잖아요. 정치인은 그 변화를 인지하고 거기에 맞춰 법도 만들고, 또 국민들에게 그것을 설명해 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당장 선거에서 내 공천이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 당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만 골몰하는 생존으로써의 정치, 기술로써의 정치가 저는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