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현 |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공동대표


Interview


Q. 페미니즘 활동가로 잘 알려진 분인데 반전에 지원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A. 저는 일단 뭔가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데 정치라는 영역은 보이는 것과 달리 학습을 할 기회가 별로 없어요.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겠지만 제가 페미당 창준위 대표인 것, 국회의원으로 이미 한 번 출마한 것 그리고 변호사 및 노무사 공부를 하고 있는 것 등 때문에 시도하기 좀 어려운 측면이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생활에서 경험을 통해 알게 되는 그 감각을 중시하는 편이거든요. 사실 머리로는 이해해도 실제 체험해 보지 않으면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러던 차에 녹색당의 김혜미 부대표가 반전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면서 혹시 생각 있으면 해보라고 추천을 해주셨어요. 예전에 한겨레에서 이진순 운영위원이 저를 인터뷰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분에게도 좋은 인상과 어떤 믿음 같은 것이 있었어요. 그 분이 와글을 운영하셨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 와글에서 장혜영 의원이 함께 했다는 것 알고 있었거든요. 장혜영 의원도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정치인 중에 한 명이라서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 함께 하고 또 주변에서 추천하니까 더 마음이 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Q. 그 후 6개월이 지나고 수료를 하시게 되셨는데 어떠신가요? 처음에 생각하신 그대로인가요?

 

A. 막상 끝나고 나니까 너무 아쉬운 거예요. 사실 수업 과정이 쉽지는 않았거든요. 너무 수업도 많았고 분야도 넓었고 또 제 나름대로 하고 있는 일도 동시에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프로그램이 마무리가 되니깐 아쉬움이 밀려오더라고요. 이제 조금 알 것 같고 왠지 지금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냥 끝나버린 그런 느낌이에요. 요즘에 동기들하고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다들 비슷한 느낌을 가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냥 이 시간이 이렇게 마무리되는 게 마냥 아쉽다는 느낌입니다. 

 

Q.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반전 커리큘럼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강의는 무엇이었나요?

 

A. 채이배 대표와 이상민 연구위원이 함께 해주신 국가 예산 관련 강의가 저는 가장 좋았어요. 강의를 들으면서 국가라는 조직을 예산을 기준으로 바라보니 정말 정치인의 권한이 생각한 것보다 너무 작은 거예요. 공무원과 행정권력의 파워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저에게는 정치인이라는 직업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과연 정치인의 핵심 역할이 무엇일까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해준 강의인 거죠. 만약 정치인이 바꿀 수 있는 권한이나 권력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적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이 언론에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해서 고민을 좀 해봤는데 결국 정치인은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는 직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결과는 법과 제도의 변경이지만 그 과정에 사람들의 욕구와 마음을 반영해야 그것이 실질적인 결과물이 되는 것이잖아요. 그리고 그 생각을 계속 이어가다 보니깐 정치인에게 왜 말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Q. 반전에 대한 평가 중에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부분이 바로 다양성이에요. 그런데 이가현씨는 반전에서 그 다양성을 대표하고 있는 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전에서의 경험이 본인의 페미니즘 활동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처음에는 이 안에서 활동하면서 그 부분에 대한 책임감도 좀 느끼는 것 같아요. 내가 대표선수까지는 아니지만 저라는 렌즈를 통해서 제가 추구하고 활동하는 사회 운동을 이해하려고 하시는 분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관계가 가까워지면서 저도 동료들도 서로 익숙해진 것 같아요. 개별 주체로 서로를 바라봐 줄 수 있게 된 거죠.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부담이 좀 줄어들었어요. 그리고 제 생각이나 시야 자체도 그 전보다 훨씬 넓어진 것 같아요. 그렇다고 페미니즘에 대한 제 생각이 바뀐 것은 아니고 페미니즘을 중심으로 제 고민들이 이전보다 넓어지고 또 정교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들어요.

 

Q. 그런 변화에 결정적 동기를 준 경험이 있을까요?

 

A. 해커톤 시간이 큰 영향을 주었는데 이 부분은 많은 분들이 이야기를 했을 것 같아서 강의 중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조희정 박사님과 이승윤 교수님의 강의가 저에게는 좀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내가 너무 고정된 틀을 가지고 생각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하게 되었고요. 우리는 눈에 보이면 그냥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게 되잖아요. 그런데 정치인은 그 이면의 매커니즘도 함께 고민을 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송호근 교수님 강의도 좋았는데 무엇보다 우리가 586세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해볼 수 있겠다는 점에서 새로웠어요. 사실 사회운동을 하다보면 586세대는 거의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신들 같은 느낌으로 규정이 되거나 아니면 정반대의 방향에서 비판을 받거든요. 송호근 교수님의 강의는 우리가 같은 역사 속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강의였어요.

 

Q. 이제 반전의 미래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어요.     

 

A. 저는 반전이 정치에 관심이 많은 청년 세대들에게 서로의 경험과 인식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 세대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일수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우리 세대에 공통된 공유지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그게 제대로 모여진 적이 없다고보는 편이거든요. 반전에서 이런 경험을 줄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도 함께 도모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해봤어요. 저는 반전이 앞으로 이와 같은 방향으로 확장되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 정치에서 고치고 싶은 것 하나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이건 참 어려운 질문인데요. 저는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것은 이미 나와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어떻게 이 문제를 풀 수 있을지는 저도 잘모르겠어요. ‘진영논리’라는 것에 정말 무력감을 느낄 때가 많아요. ‘진영’이라는 것은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끼리 자연스럽게 모이면서 생기는 것이니깐 당연히 있을 수 있는 것인데 이게 너무 집단화가 되니깐 문제인 것 같아요. 진영끼리 전혀 협력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옳고 그름으로, 승리와 패배로만 나누는 경쟁 일변도로만 가는게 정말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사실 우리가 사람 사이에서도 갈등이 있다고 하면 그 갈등을 서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면 되지 갈등이 있다고 해서 모든 관계를 단절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한국 정치에서는 ‘진영논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바로 모든 관계가 단절되는 문화가 있어요. ‘절교’의 일상화라고 할까요? 이렇게 되면 제대로 된 관계가 만들어질 수가 없잖아요. 저는 이건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고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좀 진절머리가 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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