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서윤 | 전 한국방송공사(KBS) 장애인 앵커
Interview
Q.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A. 저는 척수장애라고 하는 장애를 가졌고요. KBS에서 5년 정도 앵커와 리포터 생활을 했고 지금은 무장애 관광 영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장애인 분들의 사회 참여를 독려하는 활동을 많이 해왔는데요. 무장애 관광은 제가 몇 년 전 유럽에 여행 갔을 때, 그곳의 장애인들이 여가를 즐기거나 생활을 하는 방식이 비장애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고 나서 대한민국에도 이런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도 도입, 프로그램 개발, 컨설팅 업무 등을 진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사전 인터뷰에서 장애인을 사회적 약자라고 표현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고 그 단어를 개인적으로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좀 더 설명해 줄 수 있으실까요?
A. 사실 장애인에게 약자라는 수식어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을 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 표현을 선호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약자라는 말 자체가 구분을 짓는 단어잖아요. 어딘가에 강자로 구분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고 누구나 다 약자보다는 강자가 되기를 원할 것이고 저는 사회적 약자라는 표현이 타자화나 대상화를 부추기는 단어라고 생각해요. 어떤 소수자라도 그들만의 주체성이 있는데 장애인은 사회적 약자로 등치시키는 이 구조는 몸이 하나의 권력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라서 저는 좀 불편하고요. 그런 단어가 사라질 수 있을 정도의 사회가 오기를 희망합니다.
Q. 그러면 SNS에 요새 자주 등장하는 ‘워싱’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자기 자신에 대한 브랜딩을 위해 그런 단어들을 보란듯이 쓰는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잖아요.
A. 저도 그것 자체가 대상화의 일종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TV를 보면 그런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어요. 물론 이슈가 되면 감춰져 있던 문제들이 사회에 알려지는 효과는 있죠. 그리고 말씀하신 ‘워싱’을 하는 분들도 그 홍보 과정에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런 프로그램들이 그렇게 인기를 끄는 것은 역설적으로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거든요. 진짜 변화가 일어났는지에 대한 여부는 그와 같은 프로그램이 너무 일상적인 이야기여서 더이상 재미를 느끼지 못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Q. 말씀하시는 걸 듣다보니 장애에 대한 인식 그 자체가 사회화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A. 맞아요. 제가 무장애 관광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그런 것 같아요. 여행이라는 것이 사실 일상을 벗어난 휴식의 의미가 있잖아요. 그런데 장애인은 일상 그 자체가 쉽지 않단 말이죠. 여행이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일상의 복원은 이미 완성된 상태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는거죠. 우리가 생각해 보면 안경을 쓴 사람에게 장애인이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일부 국가에선 안경을 쓰는 사람도 장애가 있다고 보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휠체어를 타고 있는 사람에게는 다른 시선을 준 단 말이죠. 참 이상해요. 무장애 관광이라는 것은 장애인을 위한 여행 코스나 상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것은 여행을 하는데 사회적, 환경적 장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거든요. 장애인 뿐만 아니라 신체 기능이 약화한 노인들이나 아직 다 기능이 온전하게 성장하지 않은 어린이들 모두 쉽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사회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살기 좋은 국가가 되었다는 뜻이잖아요.
Q. 자연스럽게 반전 이야기로 연결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반전에는 어떻게 오시게 되셨나요?
A. 우선 주변의 몇 명에게 추천을 받았어요. 더불어민주당의 박지현 위원장과 전장연의 변재원 전활동가에게 추천을 받았고요. 사실 반전은 처음 만들어지는 조직이고 모든 게 다 새로울 수밖에 없잖아요. 제가 들어가서 장애청년 정치의 선례가 되면 2기, 3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2016년부터 더불어민주당에서 활동을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민주당에 있으면서 아쉬웠던 건 청년 정치인들이 발화할 수 있거나 혹은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것이었어요. 물론 거기에도 정치 아카데미가 간혹 열리고 연사들도 오셔서 강의를 해주시는데 그것을 하나의 기획으로 묶어 주는 그런 프로그램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이런 교육 프로그램은 강의로만 끝나서는 안 되고 함께 논의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받는 그런과정이 함께 있어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기존 정당 안에서는 그게 잘 안 됐어요. 거기다 선거 시즌이 시작되면 모든 것이 올스탑되기 때문에 그런 프로그램에 대한 갈증 자체가 저한테 있었던 것 같아요.
Q. 반전에 와서 가장 좋았던 점이 뭐였다고 생각하세요?
A. 저에게 가장 큰 것은 정서적 충족이었어요. 일종의 분위기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 모든 조직이 그렇듯이 반전도 처음에는 좀 어색하고 서로 각 재고간 보는 그런 탐색을 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리고 우리는 사회 활동을 각자 하는 사람들이니깐 누가 누구인지 대충 알잖아요.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관찰하는 시기가 분명히 있었어요. 그런데 수업이 진행되고 함께 토론을 하면서 그 빗장이 풀어졌고 그 다음부터는 일종의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처음에는 누구는 국힘이고 누구는 민주당이고 누구는 녹색당이고 하는 그런 프레임이 어느 정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시간이 지나면서 개개인의 취향이나 철학, 그리고 아젠더 중심으로 재편되었던 것 같아요. 그게 좀 새로웠어요. 저도 그동안 정당 안에서 그것을 해보려고 했지만 잘 안됐거든요. 그런데 반전에 있으면서 ‘어! 이게 되네.’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Q. 강의 자체는 어떻게 들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반전의 커리큘럼에서 제가 의미 있게 생각했던 부분은 기존의 프로그램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알고는 있지만 어려운 길을 직접 가고자 시도했던 거예요. 요즘 많이 나오는 이야기 중에 친중이냐 친미냐 하는 프레임이 있잖아요. 그런데 반전에는 중국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시는 분과 미국과의 동맹을 강조하시는 분이 같은 날 강의를 했던 경우도 있어요. 수강생 입장에서는 굉장히 곤혹스러우면서도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생각의 틀이 깨어질 수 있는 그런경험이었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반전이 선정한 강사의 퀄리티에 대한 자부심이 과정 내내 느껴졌어요. 내용 없이 선동적이기만 한 강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단 말이죠. 저처럼 정당 안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고민했던 사람 입장에서 본다면 많이 배웠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그럼 마지막으로 가장 좋았던 수업을 하나와 그 이유를 꼽아 주실 수 있을까요?
A. 대구대학교의 김양희 교수님 강의가 정말 좋았어요. 안보의 맥락 속에서 경제를 이야기하고 그것을 다시 정치로 연결하는 강의였는데 솔직히 들으면서 닭살이 돋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어요. 저는 복지나 관광 영역에 전문화 되어 있다고 생각을 하고 나머지는 그때그때 뉴스나 책으로 이해하는 수준이었는데, 사회 모든 영역이 연쇄적으로 연결 된다는 걸 알게 된 시간이었어요. 그러다보니 고민들의 실타래를 엮어 하나의 관점으로 재구성하는 그런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를 해야겠다라는 방향성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던 수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