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남 |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Interview
Q. 간단하게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A. 저는 군인권센터라는 군장병 인권 이슈를 다루는 단체에서 사무국장 업무를 맡고 있는 김형남이라고 합니다. 군인권센터가 저의 첫 직장이어서 활동가로 지낸 지는 2016년부터 7년 정도 지났습니다.
Q. NGO를 첫 직장으로 선택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A. 우선 어릴 적부터 공적인 일에 관심이 있었고요. 첫 직장을 지원할 때 세 가지 정도의 길을 놓고 고민을 했었어요. 우선 우리가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큰 규모의 시민단체가 있을 수 있겠고 그 다음에는 규모는 작지만 전문성이 있는 시민단체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의도 국회에서 보좌진으로 취업을 하는길이 있었어요. 그리고 이 중 가장 취업 가능성이 높은 길은 세 번째 길이었어요. 그런데 제 첫 직장을 여의도에서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처음부터 그곳에서 시작하면 사고의 틀이 아예 거기에 갇혀 버릴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저는 주도적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보다 젊을 때 필드에서 일하면서 현실에 대한 경험을 쌓고 싶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선택을 하게 된 것 같아요.
Q. 군대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모두 일정 기간 경험하는 곳인데 그 사회적 영향력에 비해 가치를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A. 맞아요. 사실 군대는 시민 운동의 영역으로 보면 거의 블루오션에 가까워요. 아까 제가 필드에서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군인권센터는 저에게는 정확히 그런 곳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동안 되어있는 것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많은 것을 해볼 수 있는 영역이에요. 제가 처음 들어갔을 때는 상근자가 두명이었어요. 지금은 8명 정도의 조직이고요. 소규모의 조직에서 일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고 조직이 성장하는 과정도 함께 경험해보고 싶었는데 저는 운이 좋게 두 가지를 다 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리고 군인권센터는 사회적으로 꽤 주목받는 사건도 많이 담당했기 때문에 여러 방면의 일을 제대로 배워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Q. 반전으로 오게 된 계기도 여쭤보고 싶어요. 사실 시민 운동은 정치와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잖아요.
김성식 위원장님과는 예전에 의원 하실 때부터 업무적인 인연이 있었어요. 그래서 반전을 만드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고요. 중간중간에 저한테도 관련해서 이것 저것 여쭤보셔서 제가 답변을 드렸었는데 저는 그때 당시에 너무 수업만 있지 않았으면 좋겠고 실무적인 경험을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반전에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이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목적이었어요. 처음에는 말씀을 잘 안 해주셨는데 시간이 지나고 기획이 완성되어 가면서 하나하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죠. 제가 반전에 끌렸던 이유는 시민 사회 안에서 일을 하다보면 정말 만나는 사람이 한정적일 수 밖에 없거든요. 생각보다 그 범위가 너무 좁아요. 그래서 느껴지는 갈증이 있습니다. 활동의 영역이나 범주가 다르더라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그런 동료를 만나고 싶다는 그런 갈증이죠. 그 갈증이 제가 반전을 지원하게 된 가장 큰 계기였던 것 같아요.
Q. 그러면 지금 반전 6개월을 돌이켜보면 어떤 느낌인가요? 간단하게 총평을 해주신다면?
A. 우선 수강생 면면이 전 너무 좋았어요. 사실 프로젝트는 결국 구성원이 누가 되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반전은 학교니까 수강생을 누구를 뽑았느냐가 반전의 정체성을 상징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우선 맘에 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밖에서 봤을 때는 어떻게 이렇게 돈키호테같은 사람들만 모아놓았느냐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저는 그게 더 좋게 느껴졌어요. 안될 것 같은 일을 진정성과 열정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그룹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것만으로도 느껴지는 설렘이 있었고요. 초기에는 좀 데면데면하다가 3개월 정도 이후부터는 물꼬가 트였고 이후부터는 서로 의지하면서 6개월 커리큘럼을 마쳤던 것 같아요.
Q. 반면에 좀 아쉬웠던 부분은 뭐가 있을까요?
A. 우선 수업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보통 수업이 끝나면 저녁 6시가 넘었는데 그때는 너무 지쳐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됐던 것 같아요. 하루 종일 수업을 듣고 나면 강사가 중점을 두고 설명한 내용이 오히려 잘 기억이 안 나게 되더라구요. 상대적으로 토론의 시간도 점점 줄어들게 되었던 것 같아요. 저는 2기 때는 이런 부분이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수강생끼리 나중에 다시 대화를 하다보면 강사에 대해서는 또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정작 그 강의에 대해서는 곱씹으면서 토론을 다시 해본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Q. 앞으로 반전의 이상향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A. 저는 사실 반전에 처음 들어올 때 개인적으로도 좀 힘든 상황이었거든요. 제가 그 전에 변희수 하사를 담당했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내상이 있는 상태였어요. 과거에는 정치가 사람들을 설득해서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막연하게 나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요 몇 년 사이에 책임감이라는 것에 제 자신이 많이 흔들린 것 같아요. 정치가 가지고 있는 그 무게감이라는 게 있거든요. 누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고그 변화에 대한 책임감을 함께 가져야 하는 그 무게감이요. 제가 그런 일을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을 처음으로 가졌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반전에와서 동료들을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일종의 위로와 용기를 조금 얻은 것 같고요. 사실 2기를 새로 뽑아도 지금 1기와 멤버 면면이 크게 달라질것 같지는 않아요. 아마 어딘가에서 주류를 꿈꾸는 비주류들이 또 모이겠죠. 재미있는 건 수료식 날 분위기가 어땠냐면 당장 내일이라도 창당할 수 있을것 같은 그런 분위기였다는 거예요. 뭔가 앞으로 대단한 일을 벌일 것 같은 에너지가 막 넘쳤는데 지금 한 달 정도 지났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현실이라는 게 나가면 또 녹록지 않은 것이고 상황에 따라 고려해야 할 될 요소들도 너무 많잖아요. 저는 반전이 앞으로 우리가 겪게 될 난관의 순간에 꺼내 볼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이자 커뮤니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함께한 6개월의 시간과 기억이 결정적인 순간에 변화를만드는 하나의 동력이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