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심 |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비서
Interview
Q. 보좌관 생활을 오래 하셨는데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정치 덕후였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부모님이 뉴스 좀 그만 보라고 할 정도로 정치를 좋아했어요. 16년도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일하면서 정치권에 입문했습니다. 그때 한참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시위가 일던 때였어요. 그때는 세상이 뒤집어질 것 같은 느낌이었죠. 18년도 혜화역 시위를 거치면서 여성 인권 활동가를 꿈꿨고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로 전향했어요. 21대 총선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된다는 소식에 여성계 원로들의 숙원 사업이었던 여성의당 창당에 기여했습니다. 21년도 대선 경선 때 다시 민주당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복당했습니다. 대선 때 알게된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비대위 당직자로 활동했습니다. 이렇게 보니 몇 년 새 아주 많은 일이 있었네요.
Q. 우리가 보통 참모라고 부르는 보좌관들은 그들의 가진 능력이나 영향력에 비해서 외부에는 잘안 알려지는 것 같아요.
A. 저는 플레이어보다 참모 직업의 특성이 제 성격에 훨씬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절 드러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세상은 바꾸고싶거든요. 그러니 플레이어와 팀으로 정치를 하는 ‘보좌관’ 업이 맞는 것이죠. 무엇보다 저는 무엇보다 정치 흐름 보는 걸 재미있어 하는 사람입니다. 당대표 격인 박지현 비대위원장을 보좌하면서 갑자기 중앙 정치의 한복판에 가게 됐는데, 정치덕후로서 얼마나 흥미로웠겠습니까. 그리고 정말 의미 있었습니다.
Q. 그러면 반전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이었나요? 이것도 정치 덕후의 연장 선상에 있는 활동인가요?
A. 우선 유승찬 대표님의 추천이 있었고요. 박지현이라는 정치인에게 동지로서 근본적으로 더 많은 힘이 되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전에 들어와야겠다고 생각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동료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Q. 반전의 강의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을 하나만 골라주실 수 있을까요?
A. 저는 첫 번째 강의였던 박성원 박사의 미래학 강의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 수업을 듣고나서, 나중에 공부를 더 한다면 미래학을 선택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그리고 좋은 수업이 많았는데 특히 수업 이후에 토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저는 이런 토론 수업은 정치학교 반전만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수강생들의 평가 중에 처음에 토론이 신선했는데 뒤로 갈수록 좀 정형화가 되었다라는 평가도있었어요.
A. 그 점은 아쉬운 점과 연결돼요. 저는 반전이 생각보다 보수적인 조직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토론을 해보다가 어느 정도 한계가 느껴지면, 다시 강의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거죠. 그런데 중요한 건, 수강생들도 수업이 진행되면서 그걸 알아차렸다는 거에요. 세 번 네 번 강의가 진행되고, 토론이 구색 맞추기에 가깝구나 라는 생각을 수강생들이 은연중에 하게 되었어요. 그게 토론을 더욱더 정형화하는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이 부분은 다음 기수때 개선이 필요 하다고 생각합니다.
Q. 지금 말씀은 앞으로의 반전 프로그램이 나아갈 개선 방향하고도 연결이 되겠네요?
A. 앞으로 반전 2기 기획하실 때, 운영진에게 제가 부탁 드리고 싶은 것은 수강생들이 여기 와서 마음껏 토론으로 경쟁할 수 있는 싸움터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1기는 사실 싸우지 않았어요. 하지만 제 생각에 반전이 지금보다 더 의미가 있으려면, 제대로 된 토론이 일어나게 하는 토양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싸움의 주제는 현재 가장 뜨거운 아젠더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예컨대 차별금지법이나 강간죄 그리고 좀 더 관점을 키우면 권력구조를 포함한 개헌 문제까지 몇 개의 꼭지를 가지고 6개월 동안 치열하게 토론을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Q. 앞으로 미래에는 참모로 계속 남고 싶으세요? 아니면 플레이어가 되는 것도 생각하고 계세요?
A. 저는 앞으로도 참모 생활을 좀 더 하면서, 정치 리더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그렇게 경력을 쌓고 10년 후에는 플레이어로 직접 나서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싶어요.
Q. 정치인이 되면 가장 먼저 바꾸고 싶은 게 무엇인가요?
A. 저는 한국 정치에 ‘시스템’이라는 것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어요. 불행히도 대한민국 정치에는 시스템이 없어요. 부족한 게 아니라 전무해요. 제가 국회의원실도 겪어봤고, 여성의당이라는 소수정당도 겪어봤어요. 특히 박지현 비대위원장을 보좌할 때는 민주당이라는 제1 거대정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도 면밀히 관찰할 수 있었어요. 제 결론은 대한민국 정치에 체계적인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지난 몇 년간 정당에서 일어난 일을 살펴봐도, 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정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는 공당이라면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전의 정당들은 그래왔다하더라도 앞으로의 세상에서 공당이 제대로 존재하려면, 시민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그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민주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지금 말씀하신 내용은 정당의 거버넌스에 해당하는 내용인 것 같은데, 앞으로의 반전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접근과 해법에 대해서는 고민이 좀 필요할것 같네요.
A. 저 역시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 대해 철학적으로 대화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 토론이 정말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그 이야기만 계속하는 것은 실용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요. 철학자가 정치를 잘하는 건 아니니까요. 정당의 시스템에 대해서 이야기하니 반전에서 다뤘으면 하는 세부 주제가 있어요. 반전의 수강생들은 청년이고, 청년들이 정당에 들어가서 활동을 하려면 최소한의 생계유지는 될 수 있는 시스템도 있어야 지속가능한 정치활동이 된다고 생각해요. 최저임금을 이야기 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정당은 내부자들의 노동 가치나 그것을 뒷받침하는 시스템 정비를 외면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정치 덕후로서 수많은 정치수업과 특강을 들었지만, 이 이야기를 제대로 하시는 분은 거의 없었어요. 이건 우리 세대에도 필요하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꼭 다뤄져야 하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반전이 앞으로의 교육 과정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뤄 주시고, 또 해결책도 함께 논의 해주신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아까 제가 반전은 앞으로 토론을 하는 싸움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드렸는데, 이 주제는 바로 토론을 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