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
Interview
Q. 추적단 불꽃 활동을 하시다가 지난 대선을 계기로 정치인이 되셨는데 본인이 정치인이 된 것은 숙명이라고 받아들이시나요? 아니면 스스로 선택했다고 생각하시나요?
A. 결론적으로 제가 선택했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다만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말 한 마디 한마디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구나라는 것을새삼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대선 때 영입 되었던 것은 매체의 부탁을 받아서 제가 권인숙 의원을 인터뷰하게 되었고 인터뷰 후 앞으로 정치를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마흔 넘어서는 해볼 생각이 있다고 이야기를 한 것이 그 시발점이 되었거든요. 그렇게 대선 캠페인에 참여하게 되었고 더불어민주당의 비대위원장까지 맡게 되었죠.
Q. 후회한 적은 없으신가요? 그 전과 비교했을때 너무나도 다른 삶이 되어버린 것이잖아요.
A. 기본적으로 제 삶의 모토 중 하나가 ‘후회는 하지 말자’이기 때문에 엄청나게 후회하고 그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제가 꿈꿔왔던 미래의 제 인생과는 거리가 생기고 있죠. 예컨대 저는 아이들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추적단 불꽃 활동을 하면서 디지털 성범죄 범죄자들을 찾는과정에서 아동 청소년들이 얼마나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직접 목격했잖아요. 활동가에서 이제는 정치인으로 세상에 알려지고 나니, 내가 낳을 아이가 너무 걱정돼서 앞으로 아이는 못 낳겠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예요. 그래서 지나가다 아이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뭉클해지고 막 억울한 마음도들고 그래요. 그래도 내가 선택한 길이니깐 어쩔 수 없지, 내 아이를 잘 키우는 것보다 지금 길거리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는 것으로 대신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어요.
Q. 심리적인 부담감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해커톤에서도 그것을 잠깐 언급했었죠.
A.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단시간에 너무 많이 유명해졌고 비상대책위원장이 된 이후에는 또 너무 많은 욕을 한꺼번에 먹으니까 사람이 굉장히 위축되고 자격지심이 생기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성공하는 정치인이 되려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도움을 요청할 줄도 알아야하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누가 나를 도와주겠다고 하면 걱정부터 되는 거예요. 나랑 같이하면 앞으로 욕 먹을 텐데 저 분은 괜찮을까 하는 그런 생각. 그리고 그동안 몇 번이나 그런 사례가 있다 보니 같이 하고 싶어도 차마 함께 하자고 말을 못 꺼내겠는 거죠. 저는 평소에 소심한 사람이 아닌데 제가 아닌 모습을 저에게서 발견하고 놀랄 때가 있어요. 이것을 어떻게 돌파하지 하고 전의를 불태울 때도 있지만, 나에게 일어난 최근의 일련의 사건들이 나를 너무 다르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Q. 그런 상황에서 반전에 들어오시게 된 건데, 들어오시게 된 계기를 설명해 주신다면.
유승찬 대표님이 정치학교를 준비한다는 것을 들었고 그동안 꾸준하게 소통을 해왔어요.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기획 단계부터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치학교 반전이 추구하는 바가 정당을 가리지 않고 선출직 정치인이 되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들었는데, 그 컨셉이 너무 매력적으로 들렸어요. 단기간이지만 그동안 제가 경험한 정치는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정치였거든요. 제가 무엇인가를 말하면 기성 정치인들은 들으려고 하지 않았고, 제가 가만히 있으면 대화하지 않는다고 비판을 했었어요. 정작 제 직책은 당에서 가장 높은 의사 결정을 하는 위원장이었으니 참 모순적이었죠. 그런 경험을 지칠 정도로 한 상태였기 때문에 무엇보다 토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게 저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어요. 그리고 나와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과도 소통하는 경험을 가진다는 것은 나중에도 좋은 자산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들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Q. 그러면 반전에서 들으셨던 수업 중에 가장 좋았던 수업은 어떤 것이었나요?
저는 대부분 맨 앞에서 정말 열심히 들었어요. 정치 공부에 대한 갈급함이 되게 강했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당에서 비대위원장을 하며 경험했던 것은 소중한 시간이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경험’이고 거기에 대한 이론적인 베이스나 인사이트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수업 중에 가장 좋았던 수업은 조소담님의 캠페인에 관한 커뮤니케이션 수업이었어요. 그 수업이 저한테는 약간 저격 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의 페르소나를 고민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당연한 것 같이 보이지만 지키기 어려운 그런 내용이었어요. 저 역시 그동안 같은 시대를 사는 또래 세대와 함께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을 계속 해왔었는데 제 자신의 소통 방식을 한 번 더 점검하는 된 계기가 된 수업이었어요.
Q. 혹시 앞으로 반전에서 더 다루었으면 하는 주제나 강의가 있을까요?
A. 저는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지식이나 기술은 이미 나와 있는 교재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메시지는 사실 개별적인 맞춤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 반전에서도 유승찬 대표님의 메시지 강의와 조소담님의 캠페인 강의 그리고 캠페인 실습 등이 있었지만 이 부분이 조금 더 강화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는 정치인 한 사람의 철학과 메세지를 연결하는 작업이 브랜딩이라고 생각하는데 개개인에 브랜딩에 대한 수업이나 특강도 2기에는 생길 수 있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이런 인터뷰를 하면서도 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거든요. 메시지, 인터뷰, 수사법, 브랜딩, 캠페인 등에 관련된 수업이 좀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Q. 조금 시야를 넓혀서 지금 시대의 청년 정치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당에 들어가서 굉장히 놀랐던 게 당내에 있는 청년 정치인들의 견제가 너무 심한 거예요. 온갖 말도 안되는 소문과 루머가 돌아다니고 그로 인한 억측이 사실처럼 만들어졌는데 나중에 보니 그 소스가 청년 정치인들에게서 시작된 경우도 많았어요. 나는 공적인 마음으로 이곳에 서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나를 공격할 수 있지? 하는 의문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분들의 마음도 이해가 가는 면이 있어요. 10년 동안 조직 안에서 열심히 활동했는데, 그분들 입장에서 보면 저는 낙하산으로 느껴지는 거죠. 어떻게 보면 이런 사건은 지금의 청년 정치의 단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청년 정치인들이 서로 소통을 통해서 공감대를 넓히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반전이 가장 좋았던 점은 그런 동료 의식이 있었다는 것이었거든요. 조직이나 기득권의 논리에 휘둘리다 보면 청년 정치의 세대적 특성이 사라지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Q. 마지막으로 한국 정치에 대해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A. 예전에는 김영삼 후보와 김대중 후보의 대통령 선거 때는 누구를 뽑더라도 그것은 개개인의 선택의 문제이지 이렇게까지 사생결단의 영역은 아니었기때문에 유권자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없었다는 글을 책에서 봤어요. 이 내용을 보는데 제가 눈물이 나더라고요. 사실 이게 당연한 거잖아요. 누구를 뽑든한 진영의 대표니깐 당연히 괜찮은 대통령이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지난 대선은 그렇지가 않았던 거죠. 그게 참 분하고 씁쓸하더라고요. 왜 우리 정치는이 모양 이 꼬라지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차악과 최악을 다투는 게 아니라, 최소한 최선과 차선을 뽑는 선거가 될 수 있는 정치 지형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진영 논리를 앞세우고, 팬덤 뒤에 숨어 자기 안위만 챙기고, 더 나은 사회가 아니라 더 쉬운 재선의 길을 선택하는 정치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 가는 정치를 더 많은 분과 함께 꿈꾸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