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현 | 전 경기도 의회의원
Interview
Q. 정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세요?
A. 거슬러 올라가면 고등학생 때 였던 것 같아요. 1학년 입학하자마자 어떤 마음이었는지 제 마음속에 학생회장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1학년 때부터 친구들을 인터뷰를 하면서 우리가 다니는 학교를 좀 재미있게 바꿔보자는 공약을 만들었고 그걸 가지고 2학년 때 학생 회장 선거에 출마했고 당선이 되었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공적 가치를 실현하는 일 자체에 제 자신이 좀 매료되었던 것 같아요.
Q. 제도권 정치에 입문하신 건 언제부터죠?
A. 2012년에 민주당의 청년비례대표 오디션에 지원했고 최종까지 갔었어요.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지역 사회 운동을 했었고 2018년에 도의회에 입성했어요.
Q. 지난 10년 간의 청년 정치가 거쳐온 길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A. 아무래도 제가 직접 경험한 것들이니까요. 사실 민주당의 청년비례대표 오디션은 두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었는데요. 우선 외부 수혈이라는 것 자체가 당내에 인재가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선출 과정 자체가 너무 외부에 보여주기 식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2012년에는 원래 4명에 할당되었던 것이 2명으로 줄었고 2016년에는 경선 과정에 문제가 생겨 제도 자체가 없어졌어요. 청년끼리 할당해서 경쟁시키는 이 구조가 이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다 제도화된 것 같은데 이제 청년 정치인들 스스로가 성찰을 해봐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조금 심하게 이야기하면 이건 기성세대가 청년들을 줄세우는 일련의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거든요. 이제 우리도 지난 10년을 성찰하면서 우리의 판을 만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정치학교 반전에 들어오신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과정처럼 느껴집니다.
A. 사실 반전의 시도는 고맙죠. 왜냐하면 정치 선배들이 모여 정치인이라면 가져야 할 소양을 만들어주는 공간을 열어주고 평상시에 만날 수 없는 좋은 동료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고 또 정치 분야에서 나름 최고의 전문가라고 하는 분들의 강의와 멘토링을 제공해주는 프로젝트인거잖아요. 이것은 정말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여기에서도 청년 정치인들이 주도적이고 주체적으로 활동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결국 기성세대가 만들어준 판에서 노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죠. 반전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청년 정치인들 스스로가 자강하고 찾아내고 실험하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구요. 동시에 제가 가능성을 발견한 프로그램은 수강생들이 자신들이 평소에 관심 있는 과제를 가지고서 전문가, 활동가, 관련 학자들을 만나서 목소리를 듣고 정책으로 제안하는 과정이었어요. 저는 이 프로그램은 2기에는 좀 더 살렸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정책을 제안하는 것을 넘어 입법 청원까지 해보는 것도좋을 것 같아요. 입법 청원은 5천명을 모아야 하니 좀 어렵다면 시의원이나 도의원과 함께 조례 같은 걸 만들어보는 것은 무척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우리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의 최고 수준의 강의를 듣는 것도 당연히 필요한 것이겠지만 정치인은 우선 우리의 삶을 직접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를 목표로 해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과정을 거쳐서 ‘이게 되는구나, 어렵지 않구나, 가능하구나’를 느끼는 그 과정 자체가 살아있는 교육이 될 수 있다고 믿는 편이에요.
Q. 정치인이라는 직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정의내리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정치인은 정확히 말하면 책임지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다만, 책임을 지되 종교와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100%의 선함, 100% 내 것을 이루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게 정치인인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의원 되고 나서도 한동안 지금까지 사회 운동을 하면서 느꼈던 우리 사회의 부정의함에 대한 제스스로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치라는 것이 결국 51 대 49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이게 무슨 이야기냐면 정치의 공간에서 이 사회의 공통된 어떤 진보 가치를 실현하는 선이라고 하는 51을 위해서 그냥 두려움 없이 49와 마주 설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된다는 거에요. 그 용기가 없으면 정치하면 안 되거든요. 아까 말했던 그런 사람들 불의함과 부당함 속에서 희희낙락 웃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혼자 분개하고 화만 내서는 나는 정의롭겠다고 스스로 자위할 수 있더라도 세상은 바뀌지 않아요. 결국 그 사람들이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해주고 손을 잡아줄 때 법도 통과되고 예산도 세워지고요. 그래야 내가 하는 말에도 권위가 실리거든요. 그러면 시민운동가 혹은 종교인처럼 100%의 정의 혹은 선을 위해서 맹목적으로 살아왔던 분들도 고귀한 삶을 살고 있지만 마땅히 49라고 생각하는 부당함, 혹은 불의함과 마주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정치인도 저는 충분히 고귀한 직업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정치인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꼭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은 주제가 ‘정의감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에요. 이건 제가 4년의 도의회 의원 활동을 하면서 배운 것이거든요. 정의감에 더불어 실현하고 실천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 이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것들이 바로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고 정치인의 역량을 가름 짓는 잣대라고 생각이 듭니다.
Q. 마지막으로 정치인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 하나를 꼽으신다면?
A. 저는 무엇보다도 공감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나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을 이해한다는 일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는 제가 정치인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공감을 뽑은 것은 지금의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이해하는 능력이 정치인에게는 꼭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특히 우리 사회에서 약자 혹은 소수자의 층에 있는 분들의 삶을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소중해요. 그들에게는 정치의 힘에 누구보다도 필요하거든요. 물론 공감에도 위험한 요소가 있어요. 특히 내 진영 내에만 매몰되는 공감은 특히 그래요. 자기 정당 정치인에만 공감되는 것. 혹은 우리를 지지하는 이해 관계자에게만 공감하는 것, 저는 이것은 공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공감이라는 것은 정치가 필요한 누군가를 향해야하고 그래서 꼭 성찰이라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해요. 저는 있는 그대로를 존중한다는 말 자체는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치인은 이 도그마에 너무 빠지지 않도록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있는 그대로가 최선의 것이라면 정치가 필요 없죠. 무관심의 사회로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기다움에 기초해서 있는 존재 그대로 살아가는게 필요한 사람도 있지만 당장의 무너져버린 내 삶의 구조를 다시 복원하고 희망을 갖고자 애쓰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 사람들에게는 정치의 힘이 절실해요. 정치의 힘은 공감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공감할 수 있는 정치인이 행동도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모든 정치인이 가져야 할 가장 근본적인 최소한의 자격기준이 바로 공감하는 능력에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