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철 | 법무법인 디라이트 파트너 변호사
Interview
Q. 본인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A. 저는 대학교 때 이제 물리학을 전공을 했었어요. 그냥 물리학이라는 학문 자체를 너무 좋아했었는데 군대 생활하면서 불합리한 시스템과 부조리에 대한 경험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에도 눈을 좀 띄게 된 것 같아요. 제대 후에 고민이 많아졌고 학문의 길보다는 사회 활동을 통한 자아실현 쪽으로 삶의 목적이 바뀌면서 변호사가 되기 위해 로스쿨로 진학하게 되었어요. 변호사가 된 후에는 초기에는 노동이나 인권 문제에 천착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적 혁신으로 관심이 옮겨가면서 지금은 스타트업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문하는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제 3지대 활동에 지속적으로 관심이 있어서 새정치연합이나 시대전환이 창당하는 과정에 참여했던 경험도 가지고 있습니다.
Q. 정치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또 거기에서 본인의 역할은 어떻게 규정하시나요?
A. 정치는 기본적으로는 갈등을 해결하고 조정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지금은 이 기능 자체가 굉장히 많이 붕괴되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변호사 업무라는 것의 대부분이 이해조정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그 중요성에 대해서 좀 더 명확하게 이해를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스타트업 업무를 전담하면서부터 우리 사회가 정말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를 체감하게 됐거든요. 이 혁신적 변화를 사회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데 이부분 역시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고 있어요. 보통 물리학이 향후 100년을 앞서가고 공학이 30년 앞을 본다고 이야기하는데 지금의 법학 혹은 정치학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 있어요. 저는 어쩌다 보니 그 과정들을 다 겪게 되었고 그래서 느끼는 문제의식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정치 영역에서의 제 사회적 역할도 함께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Q. 반전의 수강생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운영위원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만드는 과정에도 참여를 하시고 직접 수업도 들으셨는데 반전에서의 경험은 어떠셨나요?
A. 반전이라는 조직은 말 그대로 이제 운영위원들이 수강생을 뽑아서 학교를 운영하는 구조잖아요. 그 가운데에서 운영위원들은 반성과 비전이라는 반전의 이름처럼 진심으로 반성에서 출발해서 이 조직을 운영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본인들 스스로가 이 정치적 구조가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고 그 반성 아래서 무엇인가 대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던 그 진정성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수강생들 같은 경우에는 다양한 정치적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저 같은 경우는 그 수강생들과 운영위원들 사이의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하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지금의 반전 1기는 사실 일종의 테스트에 가까워서 저는 1기에 대한 평가와 그것을 통해서 2,3기 얼마나 발전해 나가는지가 정말 중요할 것 같아요. 말 그대로 반성에서 비전을 만드는 거죠.
Q. 그러면 반전에서 제일 좋았던 프로그램과 2기에는 더 추가했으면 하는 프로그램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기본적으로 각 세션 강의들이 워낙 내공 있는 분들 중심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정말 좋았어요. 들으면서 제 생각도 많이 정리되었고요. 그런데 그 중에서도 두 개만 골라본다면 우선 중앙대학교 이승윤 교수님 수업이 전 참 좋았어요. 지금 현재 청년들이 겪고 있는 노동시장에서의 문제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주시고 또 다양한 관점을 소개해 주셔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그리고 저희가 현장 활동을 하는 체험 수업이 있었는데 저 같은 경우는 플랫폼 노동자들과 불안정 노동자들을 만났었거든요. 그들과 대화를 하면서 현재의 삶의 조건이나 개선 방향에 대해서 정치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어요. 무엇보다 지금 지나고 나서 보니 이승윤 교수님의 수업과 현장 체험 수업이 일종의 접점이 있었고 그것들이 서로 상승 작용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2기에는 세션 강의와 현장 수업 그리고 정책 리포트를 통합적으로 설계하면 수강생들에게도 정말 좋은 경험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고 참여하는 수강생 입장에서도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이런 긴 호흡에서의 유기적인 조합의 커리큘럼이 반전 만의 차별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Q. 운영위원과 커리큘럼의 관점에서 말씀하셨는데 수강생 관점에서는 어때요? 수강생들이 고민해봐야 할 지점은 없을까요?
A. 수강생들이 사실 처음부터 굉장히 조심스러워 했고 일단은 민감한 이야기를 안 꺼내려고 했다는 점은 좀 아쉬워요. 사실 우리가 대학원 교양 수업 들으러온 게 아니잖아요. 우리는 현실 정치인을 꿈꾸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좀 더 치열하고 과감하게 논쟁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사실 우리가 그걸 좀 피한 면이 있었어요. 역으로 보면 반전 수강생들이 참 심성이 훌륭한 친구들이었어요. 그래서 다른 수강생들에게 혹시 상처가 될 만한 말을 하기가 싫었던 거죠. 그러다 보니까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의 친구들이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논쟁이 있었던 적이 그리 많지 않았어요. 물론 커리큘럼 후반부로 가면서 서로에 대해 좀 더 알게 되고 신뢰가 싹트면서 그런 장면들이 좀 있었는데요. 조금 더 일찍 조금 더 많이 나왔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이 부분은 향후 2기 커리큘럼 순서 정할 때 고민을 해봐야 하는 지점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시선을 좀 넓혀서 앞으로 사회의 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예측하시나요? 특히 엘리트의 역할을 중심으로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A.일단 저는 앞으로는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산업화, 민주화 이후 다원화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좀 의문을 가지고 있어요. 다원화된 사회로 가려면 기본적으로 사회적 안전망이 튼튼해져야 하잖아요. 그것은 결과적인 목적은 다원화된 사회지만 그 과정의 핵심은 복지제도 강화가 수반되어야 한단 말이죠. 또 다원화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상대를 존중하는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지금 사회는 그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징후가 있으니까요. 저는 과거처럼 엘리트가 앞에 나와 앞으로 우리의 패러다임은 이것으로 하자고 명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있어요. 그것보다는 한 단계 한 단계 과정을 설명하고 설득하면서 같이 만들어가는 모델이 중요하고 또 실제로 그렇게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가 흔히 규정하는 재벌, 언론, 로펌 등에서 활동하는 엘리트들은 이런 부분에 좀 취약한 것 같아요.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좀 보수적인 편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나마 기술 혁신에 의한 사회 변화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대가 있는 것 같아요. 결국 엘리트는 엘리트 나름대로 시민은 시민 나름대로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사회에 대한 책임감 혹은 소명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특히 엘리트의 경우에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기준으로 생각하지 말고 전체 사회의 관점에서 지금의 문제들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