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나 | 공인 노무사 & 전 경기도의회 의원
Interview
Q. 우선 정치를 하시게 된 계기부터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저는 학교 다닐 때는 굉장히 평범한 학생이라서 사회 문제에 그렇게 관심을 갖고 살았던 건 아닌데요. 그냥 모범생으로 평범하게 자라다가 학교에 가서 이제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들어서 직업 탐색을 했는데 전공이 경제경영 쪽이다 보니까 회계사, 세무사, 노무사 이런 직업군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런데 숫자를 다루는 것보다는 사람 간의 관계를 풀어내는 직업이 저한테는 좀 더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중 노무사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노무사로의 삶을 시작하다 보니 다양한 직업군들을 만나게 됐고 법이 바뀔 때마다 그 분들의 일상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직접 경험하게 됐어요. 그런데 정작 그런 법 개정을 추진하는 정치인들은 노동자들의 삶보다는 본인들의 이해관계를 더 중시하더라고요. 그래서 막연하게 누군가가 현장의 목소리를 그들에게 전달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처음에는 누군가가 전달해줬으면 좋겠다로 시작했다가 제대로 전달 받을 사람을 찾아봐야겠다로 바꾸었고 결국에는 내가 하는게 제일 빠르겠다고 귀결이 된거죠.
Q.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저는 사익을 추구하고 싶다면 사업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요. 공공성 그러니까 내가 다수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하고 관련해서 어떤 결정을 했을 때 그 부분에 대한 책임까지 함께 질 수 있는 사람이 정치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책임의 무게와 사회의 이익을 서로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는 판단력 역시 정치인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자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Q. 사전 인터뷰에서 말씀하신 정치인은 많은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지만 결국 판단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한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A. 일단 의견을 주시는 것들은 다 듣죠. 다 듣고 의사결정은 제가 해요. 그리고 그 의사결정 할 때 그것에 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반대 의견을 주시는 분들을 설득할 자신이 있어야 해요. 그분이 저의 의사를 100% 이해하고 그래 네가 맞다 이렇게 이야기해주실 것까지 기대해서는 안되겠지만 최소한 제가 이러한 기준을 가지고 선택을 했다는 것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의사 결정에 대해서 그 정도의 자신감이 있지않다고 한다면 아직 정치인의 자질이 덜 갖춰진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자문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Q. 국회의원은 아주 단순하게 표현하는 법을 만드는 사람이고 장관이나 대통령은 그 법에 따라 정부를 운영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정치인과 법은 뗄레야 뗄 수없는 관계인 것 같은데 요즘 정치인들을 보면 법을 너무 경솔하게 실적 중심으로 만들고 금방 또 폐기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A. 맞아요. 저는 아무리 좋은 제도에도 그림자가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만큼 법을 만들 때는 신중해야 하는 거에요. 그런데 지금 정치권에서는 뭔가 뉴스에서 이슈가 하나 떴다고 하면 국회의원들이 앞다투어서 비슷한 법들을 우후죽순 식으로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마치 광고하듯이 이 법을 만들었다고 SNS나 현수막을 통해 지역에 알리죠. 근데 저는 법은 그렇게 자랑하듯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니까요. 완벽하게 다 준비해서 만들기는 어렵더라도 사전에 시행 시 있을 부작용들을 최대한 미리 생각해보고 기존 법안들과의 관계성도 고민해보는 기본적인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의 현실은 전혀 그렇게 돌아가고 있지는 않지만요.
Q. 노무사나 도의회 의원 활동을 지역에서 하셨기 때문에 법도 잘 아시고 정치 경험이 상당히 있으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어떻게 반전에 오게 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들어오게 된 계기는 이제 바른미래당 전 의원님을 통해서 반전이라는 곳이 설립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요. 그래서 검색해서 내용을 좀 보고 괜찮은 것 같아서 제가 직접 지원해서 면접보고 들어오게 됐습니다. 첫 느낌은 워낙 수업이 빡빡해서 약간 학원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여기 수강생 중에 나이가 많은 편인데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럴 줄은 몰랐거든요. 뭐 그렇다고 소통이 어렵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다들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셔서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만 그 융화라는 것이 서로 예의를 지키는 선 안에서 친해지는 정도였고 그 이상의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은 제 예상보다는 좀 적었던 것 같아요.
Q. 반전에서 했던 활동 중에 가장 좋았던 활동은 무엇이었나요?
A. 저는 오리엔테이션이 제일 좋았어요. 돌이켜보면 사실 그때가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것 같고요. 평소에도 수업 끝나면 뒷풀이가 있기는 한데 워낙 수업이 늦게 끝나고 지방에서 오신 분들도 있어서 오는 사람들이 좀 한정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오리엔테이션 같은 경우에는 수강생들이 거의다 오기도 했고 프로그램 진행하는 중간 중간에 이야기할 시간이 꽤 많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다음 2기부터는 이런 형태의 워크샵을정기적으로 적어도 2-3번 정도 더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Q. 그러면 대한민국 정치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를 옮겨볼께요. 생각하시기에 한국 정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세요?
A. 사실 제가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한 것은 5-6년 남짓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들어와서 보니 제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었어요. 저는 지금의 정치인 중에 본인이 의사결정을 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에 대한 깊은 회의감이 있어요. 한 20%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하거든요. 이 분들이 공천 때가 되면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공천제도가 잘못된 건지 선거제도가 잘못된 건지 아니면 정당법이 잘못된 건지 우리나라 정치권에 있는 정치인들은 일단 본인의 공천과 당선이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해요. 저는 그게 지금 정치권이 이렇게까지 변질된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그러면 이러한 현실에서 반전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지금의 청년 정치도 한국 정치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그대로 가지고 있거든요. 저는 반전이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사람들을 많이 키워내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사람들을 키워야 되는 것이죠. 정치권 안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지만 동시에 정치권에서 독립할 수 있는 자유도 있어야 되는 것이거든요. 그런 구조를 반전에서 만들 수 있으면, 대한민국 정치의 생태계가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