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강훈 | 스튜디오 반전 디렉터
Interview
Q. 본인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A. 저는 부산에서 자랐고 지금은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당 소속은 없지만 예전부터 정치와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국회의원 보좌진, 스타트업을 거쳐 지금은 스튜디오 반전에서 기획 일을 맡고 있습니다.
Q. 왜 정치에 관심이 많이 가지게 되신 건가요? 정치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좋아하는 정치인을 찾아가 선거를 경험하고 뜻밖에 당선까지 되면서 국회를 경험했습니다. 바라던 일이긴 했지만 제3당 후보로 당선될 줄은 몰랐거든요. 그야말로 엉겁결에 세상을 바꾸는 매력적인 과정에 가장 가까이 있게 된 것이죠. 저는 정치가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영향력이 주는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Q. 반전에 들어오게 된 계기와 수강 중에 든 생각이나 느낌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다면?
A. 2020년에 모시던 의원님이 낙선을 하고 제가 몸을 담았던 정당이 와해되면서 제가 그동안 같이 정치를 하고 싶었던 사람들과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후에 다시 그런 기회가 올까 했는데 반전은 그 계기가 되어 준 것 같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너무 반갑고 좋았습니다. 그리고 6개월의 과정을 모두 거치고 난 뒤에 든 가장 큰 느낌은 굉장히 필요한 커리큘럼이었다는 거에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제가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알려준 커리큘럼이었어요. 담론을 제시하고 대안을 이야기하기 전에 기본으로 갖춰야 하는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알려준 시간이었고요. 기존 정당 정치학교의 모자란 한계를 넘어보자는 대안적 고민도 반가웠습니다. 반전의 기획에 참여를 하고 난 후에는 뭐든 스스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됐습니다. 주어진 것을 하기에 급급했는데, 반전에서의 저의 경험은 이전보다 한 단계 진화한 것이었고 구체적이고 실천적으로 고민을 동료들과 같이 만들어야겠다고 많이 느꼈던 시간이었어요.
Q. 반전 커리큘럼 중에 제일 좋았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A. 주진형 대표와 김성식 의원 두 분이 대담 형식으로 진행했던 국가 재정과 경제정책에 대한 세션은 그야말로 제 무지를 충격적으로 일깨워줬고 자극을 많이받았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강조하고픈 세션은 1박 2일로 밤을 새며 서로 담아뒀던 이야기를 나눈 해커톤 세션입니다. 하고 싶었지만 격식 차리느라 못한 이야기, 당과 성향은 다르지만 하고픈 일들을 나누며 마음의 경계를 허물 수 있었습니다.
Q. 반면에 반전에서 조금 아쉬웠던 점은 없었나요?
A. 수강생들이 너무 수동적인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저는 그것은 정치학교 너머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전반부는 수업 중심이었고 후반부로 가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시간들이 많이 있었고 그 결과 수강생들끼리의 관계가 더 좋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후반부의 수업을 앞으로 옮겼다면 그 시간이 더 빨리 왔을까에 대한 확신이 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전반부의 학습 시간을 함께 보냈기 때문에 후반부의 케미가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정치학교가 좋은 정치인의 탄생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저는 이건 다양한 계기와 경험을 공유하는 장이라고 생각하고 좋은 정치인 혹은 나쁜 정치인이 되는 것은 결국 그 개인의 역량과 노력에 달려있다고 보는 편이에요. 그런 관점에서 반전은 어느 정도의 역할을 했다고보는 편이고요. 다만 하나의 브랜드이자 프로그램으로 가져야 하는 반전만의 차별화된 특성은 꼭 유지되고 발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자연스럽게 관점을 넓혀서 한국 정치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해 볼까요?
A. 저도 지난 10년 동안 한국 정치를 선악구도의 관점에서 바라봤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선한 집단이고 상대는 악한 집단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들을 이겨서 세상을 좋게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고요. 지금은 이 생각 자체에 의문을 던지고 도전을 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돌이켜보면 그동안 제가 몸담았던 제3지대 정당이나 제가 따랐던 정치인의 방법론에 제가 동의를 했던 점도 있지만 그냥 그들이 옳기 때문에 내가 이것을 무조건 도와야 한다는 생각 역시 강했던 것 같아요. 반전에서 여러 선생님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지금의 한국 정치가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딜레마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선악 구도는 문제에 대한 해답이 명확하지 않을 때 또 빠질 수 있는 너무나도 쉽고 유혹적인 오류의 함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반복하지 않도록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Q. 그렇다면 청년 정치는 어떨까요? 지난 10년 한국 정치에서 청년 정치는 어떤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하세요?
A. 저는 지금이 청년 정치의 새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다양한 주장들이 있잖아요. 디지털화 같은 시대의 조류가 있고 페미니즘이나 생태주의와 같은 사상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우선 어떤 방향을 고민하기 이전에 이 논의들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역할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할 때 자생력이 생긴다고 봅니다. 지난 10년간 청년은 선거 때만 수혈하면 되는 그런 대상이었습니다. 다음 선거에는 새로운 청년으로 교체하고 그것이계속 반복되면서 청년정치라는 틀이 나이만 청년인 기생 정치인을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생력이 없는 집단인 거죠. 그래서 우선 청년 정치에 마침표를 한번 찍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터놓고 함께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이 선행되어야 가치 설정을 할 수 있고 그래야 사람들이 믿음을 줄 수 있는 유능한 정치집단으로 자리 매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Q. 마지막으로 반전의 미래나 기대에 대해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결국 반전이 가져야 하는 고민의 핵심은 주체성인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성공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결코 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반전이 가진 최고의 장점은 능동적 주체성을 만들어갈 수 있는 공간과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 1기니까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2기나 3기부터는 그런 이야기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겁니다. 사실 정치라는 게 그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고 또 그 의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역이잖아요? 그런데 권력 다툼이 심해지고 정치 혐오가 만연하면서 정치가 가진 본연적인 재미와 즐거움이 많이 잊힌 것 같아요. 반전이 그 본질을 다시 상기시켜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체적 미디어이자 플랫폼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기존 정치권의 문법이 아니라 반전만의 방식으로 만들어간다면 미래가 밝다고 보는 편이고요. 저도 거기에 일조할 수 있다면 굉장히 의미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