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강. 정준호_한국의 불평등, 어떻게 극복할까?

정준호 |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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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 교수는 지성의 비관주의란 무엇인가를 잘 보여주는 공적 지식인이다. 난 개인적으로도 그의 문제의식을 매우 좋아해서 농담조로 나는 '정준호 학파'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한국 경제의 긴 역사적 경로 속에서 생겨버린 고유한 특성과 단칼에 해법이 어려운 교착 상태, 무대 뒤에서의 진보, 보수 정치권의 협소한 판단력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그는 비관주의자일 수밖에 없다. 누리엘 루비니를 만나는 것 같은 닥터 둠인 그와의 대화를 통해 그래도 우리는 불평등을 극복하는 새로운 희망을 모색해 보았으면 한다.    


 
안병진 | 정치학교 반전 커리큘럼 위원장


Interview

 

안병진 | 우선 교수님이 공부하신 분야에 대해서 잠깐 소개를 해주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왜 그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는지도요.

 

정준호 | 제 원래 전공은 경제지리학이에요. 하지만 어릴 때부터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옥스포드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제 박사 학위 논문이 동유럽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이 어떻게 그 시장에 안착했는지에 대한 과정을 정리한 내용이었어요. 그리고 나서 한국에 돌아와 산업연구원에서 정책이나 구조 조정에 대해서 연구를 하다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 2년 정도 파견을 나가게 되면서 지역 관련 정책이나 FTA 관련 무역 업무도 했었어요. 그리고 지금의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로 오게 된 거죠. 저는 지리적이나 역사적인 관점을 중시하면서도 산업 혁신이나 경제 발전에 관심이많았어요. 굳이 제가 그동안 공부해 온 것을 한 단어로 정리한다면 발전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병진 | 교수님은 청와대에도 근무해 봤고 싱크탱크에도 있어 봤고 그 다음에 학계에서 계속 연구를 진행 중 이시잖아요. 그러면 지금 현재 선출직이 되고싶어 하는 청년들한테 지금 한국 사회의 구조와 불평등에 대한 수업에서 어떤 점을 특히 강조하고 싶으세요?

 

정준호 | 제가 의원 하신 분들을 만나보면 아무래도 지역에서 정치를 하신 분들이다 보니 지엽적인 이해관계 안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정치라는 게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그러려면 이해관계를 포함한 그 너머까지를 생각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건 비전과 실력이 있는 경우에만 할 수 있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그러다 보면 현실에 순응하면서 생존만을 생각하게 되는 정치인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은것 같아요.

 

송주환 | 보통 A안과 B안이 서로 첨예하게 맞부딪칠 때 그것을 함께 넘어설 수 있는 C안을 제안할 수 있는 비전과 능력이 있느냐가 중요한데 그러지 못하고 그냥 A안과 B안 중에 자신에게 이익이 될 만한 안을 선택하는 정도의 정치인이 되어간다고 해석해도 될까요?

 

정준호 | 네. 그렇죠. 처음에는 의욕이 있지만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선택을 하게 되다가 나중에는 그 의욕도 없어지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면 결국 공천이나 당선을 위한 아주 좁은 이해관계에 매달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건 결국 부정부패와도 연결 고리가 되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한국 정치에서 이런 과정이 어느 정도 구조화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안병진 | 그러면 이제 그 협소한 이해관계를 떠나서 좀 더 본질적인 문제를 봐야 되는데 정 교수님 생각에 한국 사회가 지금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거나 지역 격차가 벌어지는 것과 같은 현상 뒤에 있는 본질적인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정준호 | 저는 가장 큰 문제는 소득 수준 하위 10%가 겪는 불평등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나라가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고 그 수준도 생각보다 높은 편이지만 저는 그게 사회를 무너뜨릴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까지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하위 10%이 겪고 있는 문제는 굉장히 심각한 편이에요. 미국의 예를 들면 미국은 어쨋든 하위 10%에 있다가도 다시 그 위로 올라오는 비율이 꽤 있습니다. Social Mobility가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가 않아요. 한번 내려가면 올라오지를 못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건 굉장히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장될 수 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안병진 | 그럼 하위 10%에 대해서는 미국보다도 우리가 경직되어 있는 거네요. 미국보다 한국이 더 잔인한 사회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정준호 | 그렇죠. 사회 안전망에 문제가 있는 거죠.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중산층은 살기가 괜찮은 나라입니다.

 

송주환 | 저는 그 말씀에 대부분 동의하지만 다른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사회 안전망 특징 중 하나가 상당 부분을 가정에 그 부담을 넘긴다는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불평등지수는 미국보다 높지만 사회 자체는 미국보다 잔인하지 않은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정준호 | 네 저도 그 점에는 동의합니다. 미국은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한 사회이기 때문에 소수자들에 대한 잔인성은 우리보다 더 심하죠. 말씀하신 대로 우리는 그 상당 부분의 부담을 가정이 대신 지고 있는 것인데 문제는 이것 역시 거의 한계에 다다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가족이 빠르게 해체되어 가면서 이것 역시 함께 무너지려고 하는 그런 찰나라고 할 수 있죠. 이렇게 되면 미국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 오게 되는 겁니다. 가정이 그나마 방어하고 있었던 둑이 터지게 되는 것이거든요.

 

안병진 | 그러면 앞으로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밖에 없겠네요.

 

정준호 | 네 거기다 하위 10%에는 1인 가구와 고령층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고 정치인들은 이문제를 좀 더 직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불평등의 두 번째 특징이 우리는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 발전을 했잖아요. 그래서 직업이 다양하지가 않아요. 대기업은 효율성이 중심이 되지 다양성을 존중하지는 않거든요. 그러다 보니 직종 자체가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요. 직업이 다양하지 못하다면 그 사회는 다양성이 없는 사회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성장이라는 것은 수직적으로도 일어나지만 수평적으로도 함께 일어나야 하는 것이거든요. 사회적인 분업이 확대되어야 그 사회의 다양성이 유지가 되는 것이죠. 우리나라를 보면 제조업 고용 비중이 정말 드라마틱하게 떨어지고 있어요. 저는 서비스업의 비정규직과 아르바이트만 가지고는 수평적 성장과 사회적 분업이 일어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병진 | 그러면 세대를 주제로 한 불평등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준호 | 저는 세대 문제도 상당히 입체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세대 안에는 젠더와 지역 그리고 계층이 모두 존재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우리는 이 문제를 바라볼 때도 세대 내 불평등과 세대 간 불평등을 동시에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은 세대 내와 세대 간 불평등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는 국가이구요. 미국은 상대적으로 세대 간 격차는 그렇게 심하지 않은 편입니다. 그리고 세대 간 격차가 가장 심한 축이 드는 나라는 프랑스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프랑스의 이중노동시장은 심각한 수준의 불평등을 야기하고 있고 그 결과가 바로 얼마 전 발생한 연금 개혁 반대 시위로 이어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기존에 나온 신진욱 교수나 이철승 교수의 불평등에 대한 분석서는 이런 입체성이 전부 다 반영되지는 않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우리의 복합적인 현실 자체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 문제를 규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안병진 | 불평등 하나의 문제만 놓고 봐도 정말 여러 가지 고민해야 할 지점들이 많이 있네요. 교수님께서 평소에 연구하셨던 사례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은 수업 시간에 공유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수업 때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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