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강. 정인섭_에너지 전환의 과제 속에서 선출직의 역할은?

정인섭 | 에이치솔루션 대표, 전 한화에너지 대표


Interview

 

안병진 | 이번 세션을 어떤 화두로 임하시는지 먼저 여쭤보고 싶어요.

 

정인섭 | 저는 현업에 있는 사람이니 지금 현재 세계의 현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와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송주환 | 현재 에너지 전환이 사회적으로나 국제적으로도 큰 이슈가 되고 있잖아요. 대표님께서는 그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세요? 기후변화일까요?

 

정인섭 | 사실 저는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인식은 하지만 확신까지는 아직 완전하게는 못하겠어요. 인류가 화석연료를 많이 씀으로써 환경 오염 문제 특히 그중에 대기오염 문제가 많이 일어난 건 사실이지만 그게 기후 변화와 어느 정도까지 연결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화석 연료는 기본적으로 고갈 문제가 있고 지리적으로도 편중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에너지 안보 와도 연결이 되고 신재생에너지의 발현과 함께 에너지 전환의 모멘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병진 | 제가 대표님께 강의 요청을 드린 이유는 현재 한국 사회의 제도권 정치인은 사실 글로벌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 변화와 혁신의 과정에 대해서 둔감한 경우가 많거든요. 저는 수강생들이 이 혁신 과정에서의 숨가쁨이나 곤혹스러움의 그 리얼한 느낌을 전달해주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보면 현장과 맞닿아 있는 기업의 사례가 가장 임팩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정인섭 | 사실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선진국이 자신의 국가 산업을 위해 만든 법이 우리에게는 무역의 장벽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번에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전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공언해 온 BBBA(Build Back Better Act)이라는 인프라 구축 법안이있었는데요. 국내 기업은 사실 이 법안에 대해서는 거의 준비를 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당시 분위기가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보장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이 법안에 대해 미리 준비를 했어요. 왜냐하면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안 되더라도 결국 언젠가는 또다시 나올 이야기라고 생각했기때문이지요. 그런데 그 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 내부적으로 되게 어려웠어요. 왜냐하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 사전적으로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런 과정 하나 하나가 참 쉽지가 않아요. 미래의 불확실성을 보고 투자를 한다는 것 사실 그런 것이죠. IRA의 경우는 어떤 미국 정치인들은 이렇게 이야기를 하거든요. ‘우리는 미리 이야기를 해줬는데 너희가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 폭스바겐은 미리 예상하고 들어왔는데 너희는 안 그랬으니 지금 너희를 봐주는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안병진 | 이번 반전에서 하시는 세션은 두 개의 방향성이 있을 것 같아요. 하나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전문적 주제가 있을 것 같고 그다음은 지금 말씀해 주신 국제적 감각에 대한 살아있는 콘텐츠들이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둘 중에 후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에너지 전환은 공부하면 어느정도 알 수 있지만 글로벌 감각이라는 것은 쉽게 생기는 것이 아니잖아요.   

 

송주환 | 하나만 덧붙이면 저는 지금 정치인들이 답을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고민이 기업과의 관계인 것 같아요. 어떤 정치인은 기업은 부패와 연결되는 고리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고 어떤 정치인은 결국 사회의 부가가치가 기업을 통해 발현되기 때문에 정치인이 기업을 대할 때 적절한 서비스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두 가지 방향성의 간극은 점점 더 벌어지는 느낌입니다.  

 

정인섭 | 이 주제는 저도 할 말이 많은데 사실 우리나라는 과거에 정경유착이 너무 심했어요. 거기에는 불법과 비리도 많았죠. 하지만 이 문제를 정리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너무 정반대로 간 느낌이 있어요.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더 많이 그런 지점을 느끼거든요. 국내에서는 기업이 경영활동을 하고 정부가 그것을 관리하는 형태로 운영이 되지만 국제 사회로 나가면 사실 하나의 팀과 같은 파트너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할 때가 굉장히 많거든요. 정부가 나서서 외국에 우리 기업의 신뢰를 보증해 주고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파트너 정신이 과거에 비해 좀 줄어든 것은 사실이죠. 저는 수업 시간에 그런 이야기를 함께 좀 해보고 싶어요. 국가의 이익과 기업의 이익이 함께 얽혀 있을 경우에 정치인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리고 단기적 이익과 장기적 이익이 서로 맞부딪칠 경우는 우리는 어떤 선택을 같은 질문들이요.

 

안병진 | 말씀하신 내용은 우리 세션에서 토론해 보면 너무 좋겠습니다.  

 

정인섭 | 사실 에너지 전환에 관련해서 이렇게까지 몰입해서 일하는 회사도 국내에는 저희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기업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환경 단체나 기후변화 연구하시는 분들과 많은 논쟁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예를 하나만 들자면 ‘탄소 중립’이라는 개념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탄소 중립으로 가야 하는 건 궁극적으로는 맞죠. 하지만 질서 있는 전환이 필요한 겁니다. 만약 목표를 정하고 그냥 달리기만 한다면 그 과정에서 타격을 입는 것은 저소득층이 될 수밖에 없거든요.

 

송주환 | 지금 하신 말씀은 정말 중요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사실 청년이 정치인이 된다는 것은 기업 활동에 참여해 본 경험 없이 바로 정치를 하게 되는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정치가 기업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저는 비용 개념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시장에서의 결과에 대한 책임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인섭 | 사실 고성장의 시대는 끝났기 때문에 결국 우리는 저비용의 시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사회 시스템도 그렇고 에너지도 그렇고 말이죠. 지금 우리 사회의 모든 구조는 고성장 시대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거든요. 우리가 이 지점을 한번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정치인도 이제는 비용에 대한 개념과 인식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는 거죠. 에너지 전환 역시 이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안병진 | 오늘 인터뷰 너무 감사드리고 수업 때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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