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강. 조천호_가속화되는 기후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까?
조천호 |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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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호 교수는 언제나 나의 마음속에 격동의 에너지를 불러일으킨다. 도대체 그는 나에게 어떤 신재생 에너지를 주입하는 걸까? 과학적 근거를 철저히 유지하려고 하면서도 그는 언제나 공적 열정과 미래에 대한 책임으로 우리에게 죽비 같은 존재다. 이번 인터뷰도 예외가 아니었다. 최근 여러 일로 관심이 분산되어 기후위기 아젠다가 나의 1순위에서 밀려난 요즘 다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토록 줄기차게 위기를 경고해 왔는데 대한민국은 별로 앞으로 움직이기는 커녕 오히려 최근 퇴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결코 냉소적 지식인이 아니다. 일단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는 미래에 대한 다양한 구체적 구상에 대한 설명으로 눈이 번뜩였다. 우리 반전은 그와의 만남을 통해 '지성의 비관과 의지의 낙관'이란 무엇인지 배워야 한다.
안병진 | 정치학교 반전 커리큘럼 위원장
Interview
안병진 | 그동안 교수님은 국회의원, 지자체, NGO 등등에 기후위기 관련해서 많이 강연을 하셨는데 이 분들이 기후위기에 어느 정도 주목하는지요?
조천호 | 사실 생각한 만큼 관심이 많으신 것 같지는 않아요. 기후 변화가 국제적인 이슈가 되니깐 앞으로 관심을 가져봐야겠다 정도 수준이라고 봅니다. 의지까지는 연결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안병진 | 오랫동안 기후위기에 대해서 경고해 오셨는데 교수님이 보시기에 지금 상황이 어떤가요?
조천호 | 20년 전에 IPCC 3차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4-5도 정도의 기온 상승이면 붕괴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을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나오는 새로운 연구 결과들은 1.5-2도만 넘게 기온이 상승 되어도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예측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2100년까지 3도안에서 관리를 하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지금은 그것도 어려운 상황인 거죠. 지금의 추세라면 2030년에는 1.5도, 2050년이면 2도에 다다르지 않을까 예측하고 있습니다.
안병진 | 정말 얼마 안 남았네요. 2도가 넘어서면 상상 밖의 세상이 펼쳐지는 거잖아요.
송주환 | 우리 사회를 보면 어떤 문제가 있고 거기에 따른 이유 그리고 그것을 푸는 해결책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 중 가장 어려운 문제가 성공한 이유 때문에 실패하게 되는 경우인 것 같습니다. 기후위기가 정확하게 그 사례인 것 같아요. 보통 스타트업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피벗을 한다’라고 표현을 하거든요. 성공의 이유가 실패가 될 때 회사 전체 전략을 변경하는 것이죠. 그런데 기후 위기는 하나의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나 국가 그것보다 더 큰 지구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라고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교수님이 생각하시기에 전환을 하기 위해서 가장 좀 시급하게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조천호 | 저는 그 무엇보다 이 주제가 국가 단위 의제 선정 과정에서 우선순위에 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생존의 문제라고 봅니다. 독일의 예가 저는 아주 적절하다고 봅니다. 독일은 어떤 정권이 권력을 잡든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문제를 국가의 최우선 아젠다로 끌고 가고 있거든요. 솔직히 독일이 재생에너지를 만들기에 적합한 환경을 가진 나라가 아니에요. 우리나라보다도 좋지 않다고 할 수 있어요. 위도는 높고 인건비도 비싸고 땅값도 비싸요. 하지만 독일이 취한 태도는 지금의 압도적인 재생 에너지 비율의 구조를 만들어 냈어요. 국가가 앞장서서 전략적 태도를 취했기 때문에 나쁜 환경에도 불구하고 좋은 기술들이 개발될 수 있었고 시장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태양 에너지 가격은 90%가 떨어졌고 풍력에너지는 55%가 떨어졌어요. 그리고 거기에는 독일의 역할이 컸습니다. 산업의 전환은 결국 에너지의 전환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국가가앞장서서 다음 시대를 준비했고 그것이 현실화가 된 것이죠. 결론적으로 독일은 비용을 감수했고 재생에너지 시장의 퍼스트 무버가 된 것입니다.
송주환 | 그리드, 즉 전기 전력망에 대한 변화 방향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조천호 | 저는 이 부분 역시 공공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싶은데요. 재생에너지와 전력망을 연결한다는 것은 일종의 정치적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개별적인 개인에게 그리드 시스템 갖추는 방식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보도 또 개인들의 재산권과 부딪칠 수 있는 요소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결국 지방 정부가 중심이 되는 분산적 에너지 시스템이 재생 에너지와 함께 물려서 현실화하는 그림이 가장 바람직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금의 중앙 집중형 전력망은 이익은 중심으로 위험을 주변으로 보낸다는 점에서 굉장히 불평등한 면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재생에너지 중심의 시스템으로 가게 되면 당연히 지역 별로 전력 가격도 차별이 될 것이고 에너지를 중심으로 기업이 분산되는 효과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관련 산업도 함께 발전할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대의를 위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반대 방식으로 새로운 욕망과 상상력을 촉진하는 형태의 전략도 함께 고민해야 하고 그것을 의제화하는 일이 바로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하는 것이죠.
송주환 | 순서적으로 보면 처음에 공공의 영역에서 시작이 되고 지방과 산업이 연결되면서 그것이 구체화되고 나중에는 개인까지 가는 방식으로 생각하시는 거군요.
안병진 | 교수님 이야기는 결국 ‘기후위기라는 관점에서의 균형 발전을 이제는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것으로도 정리될 수 있겠네요. 현재 이러한 담론이 한국에서 구체화된 사례가 좀 있을까요?
조천호 | 아직은 없죠. 유럽을 보면 그 지역의 지방 정부가 에너지 공사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 사례들을 자세히 공부해 보면 결국 위와 같은 에너지 분산을 통한 균형발전과 연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을 좀 더 해봐야 합니다.
송주환 | 마지막으로 이 질문을 드려볼게요. 이와 같은 변화를 시작하기 위해서 누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기후 문제에 관심이 있는 전문가, 사회운동가, 정치인, 스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잖아요.
조천호 | 우리가 역사를 보면 결국 세상은 꼴통이 바꾸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 스웨덴의 툰베리라는 소녀도 사실 공감의 부분에서 문제가 좀 있거든요. 자폐적인 성향도 있고… 하지만 100년 전에 여성 참정권을 처음 이야기한 사람들이나 흑인 운동을 했던 사람들을 보면 정상적인 접근인 경우는 많지 않았어요. 물론 운동의 과정에서 사회화가 진행되기는 했지만 말이죠. 저는 주류에서 손가락질 해도 그것을 버텨내는 힘이 있는 꼴통들 때문에 세상이 조금씩 바꾼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시대를 담은 주제에 대한 소명과 정확한 해결책, 그러니까 정치인이라면 그 사회의 시스템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을 것 같아요. 꼴통의 기질과 시스템적 접근이 저는 변화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Review
이번 강의를 통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당연하게 이루어지고 또 유지되는 것처럼 생각해왔지만 현실은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강의를 듣고 왜 우리가 자연을 보호해야 하는지, 왜? 우리가 에너지를 아껴서 사용해야 하는지, 왜 우리가 친환경을 외쳐야 하는지의 답을 얻은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직접 겪어봐야 그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고는 한다. 하지만 기후는 경험하기 전에 보호하고 예방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되지 않고 다같이 함께해야 한다는 것도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이 문제에 앞장서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구상해서 법안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 기후 위기의 극복 과정이 또 다른 기회와 연결될 수 있는 점도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 조천호 교수가 강의 마지막에 언급한 “기후위기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이것을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 도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꼭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진욱 | 정치학교 반전 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