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강. 조영남_중국은 어떻게 ‘실용의 제국’이 되었나?

조영남 |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Preview  

조영남 교수는 서울대 대학원 시절 같이 석사 과정에 참여할 때부터 나에겐 롤 모델 같은 학자였다. 그는 ‘용맹정진’이란 사자성어 그 자체이다. 언제나 치열하고 깊이 연구하는 그는 이제 세계적 학자가 되었다. 중국을 오늘날 거인으로 만든 비결에 대해 그보다 더 적절한 지성이 있을까 의문이다. 최근 그가 중국 공산당의 통치 기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낸 두 권은 특히 압도적이다. 조교수는 수강생들에게 2권의 1부 인사 통제를 정독할 것을 권했다. 아마 내 생각에 그는 한국의 리더십 성장 과정이 세계적 강대국들과 얼마나 괴리가 있는지를 생생히 느껴보라고 하는 취지인 것 같다. 조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용맹정진’하는 정치가의 문제의식을 가지면 더 바랄 게 없다.  


 
안병진 | 정치학교 반전 커리큘럼 위원장


Interview

 

안병진 | 현재 미국이라는 시스템이 지금 계속 오작동을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정치 엘리트의 몰락으로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중국은 아직까지는그 시스템이 유지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조영남 | 아직 당이 살아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당이라는 게 사실 소수의 조직이지만 워낙 일사불란하고 퍼포먼스가 좋다 보니 국민들이 신뢰를 가지는 것 같아요. 추상화된 이데올로기를 이야기하더라도 그 아래 경제 발전이 함께하니까 그것이 통하는 거죠. 당근과 채찍이 함께 하는 것도 그 힘을 키워주는 요소인데 중국에서는 마윈 같은 사람이 튀어나오면 바로 당이 정리를 해버리잖아요. 과학과 기술을 중시하고 모든 투자를 집중하지만 그들이 설정해 놓은 선을 넘었을 때는 가차가 없는 거죠. 그래서 중국에서는 일론 머스크 같은 인물은 나올 수가 없죠.

 

송주환 | 오늘 아침에 굉장히 재미있는 기사를 봤는데요. 미국 대학생들이 인턴으로 가장 가고 싶은 기업 1위로 NASA가 선정되었다는 거예요. 5위가 스페이스X입니다. 스페이스X가 테슬라보다 순위가 높았어요. 미국 대학생들도 다시 국가와 기술의 시대가 온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안병진 | 흥미로운 기사네요. 지난 세월 동안 NASA는 상당한 퇴조의 길을 걸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다시 반등의 기회가 오고 있는 거네요. 아직 중국의 미국 추월이 성급한 진단이라는 징후일까요? 

 

조영남 | 고등 교육으로 가면 인문계는 아직 차이가 있지만 이공계는 사실 차이가 이제 거의 없어요. 그리고 그 결과가 이미 지표로 나오고 있어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상위 1% 논문은 이미 중국이 미국을 추월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양으로는 이미 10년 전에 추월했고요. 이제 질로 보나 양으로보나 미국이 중국을 앞선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어요. 중요한 것은 투자 역시 평등하게 하지 않는다는 거에요. 맨 위에 칭화대와 북경대가 있고 그 아래 10개 그 아래 30개 그런 식이에요. 그렇게 집중적인 투자를 받는 중점대학이 3천 개예요. 특히 북경대와 칭화대에는 전 세계 화교들과 중국 기업들의 돈이 모여들어요.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자원이 모이는 거요. 북경대와 칭화대에는 천재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10살짜리 천재가 하나 나오면 그 아이에게 그 분야의 가장 뛰어난 교수 2명을 붙여줘요. 이 모든 게 가능한 이유는 우선 돈이 많기 때문인 거죠. 북경대 안에서도 교수 간 월급 차이가 열 배가 나기도 해요. 서울대만 해도 최대 차이가 두 배 정도거든요. 이것이 중국을 사회주의로만 바라봐서는 안 되는 지점이에요. 성과주의가 개혁 개방 때부터 자리 잡혀 있었어요. 이런 점들을 간과하면 중국이 지난 20년 동안 이룬 혁신을 제대로 볼 수가 없는거예요.

 

안병진 | 우리가 중국에 대해서는 많이 안다고 보통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면 그만큼 선입견이 많다고 할 수도 있는 거네요.

 

조영남 | 저는 우리나라 언론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해요. 호불호야 있을 수 있지만 정보 전달 자체가 제대로 안 된다면 그것은 문제잖아요. 우리나라 성인 80%가 중국에 대한 혐중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중 20-30대는 90%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는데 막상 이야기를 해보면 대부분 잘못된 정보나 막연한 혐오인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송주환 | 교수님께서 지난 몇 년 동안 책 작업과 함께 ‘차이나는 클라스’나 ‘최강1교시’ 그리고 삼프로의 ‘중국통’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것도 지금 하신 말씀의 연장 선상에 있는 건가요?

 

조영남 | 제가 ‘차이나는 클라스’에 나갔던 게 그때가 중국의 개혁개방 한 지 40년이 되던 해였거든요. 그때 언론에 가장 많이 나왔던 내용이 중국은 조만간 망한다는 이야기였어요. 제가 볼 때는 분명한 근거도 없는 추측성 논평이었거든요. 그때 정말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이라는 책을 내면서 그 이야기를 방송에 나와 한 거예요. 중국의 개혁개방 40주년 평가를 제 나름대로 정리해서 세상에 알린 거죠. 재미있는 건 그때 젊은 교수들까지도 저에게 그런 식의 대중 강연에 나서주기를 요청했다는 거예요. 본인들도 중국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벽을 많이 느낀 거죠. 저는 중국에 대한 오해가 사회 전체적으로 만연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병진 | 여기서 하나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미국에서 중국을 이해하는 수준은 어떤가요? 그들이 중국을 잘 연구하고 현장의 리얼한 감각을 가지고 현실화된 이론을 만든다고 생각하세요? 

 

조영남 | 제가 2006년에서 2007년까지 하버드로 안식년을 가서 미국의 탑클래스 학자들과 소통하면서 교류했는데 내가 그때 얻은 결론은 딱 두가지에요. 하나는 이 사람들도 헤매고 있다. 중국이 너무 빨리 발전하니까 학자들이 그것을 못 쫓아가고 있다는 것을 강하고 느꼈고요. 두 번째로는 생각보다 단편적이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두 가지가 결합하니까 현실의 중국을 분석하기 보다는 자신의 바람이나 신념이 섞인 결과물들이 자꾸 나오게 되었던 것같아요. 그래서 중국이 언제 망할지 모르니 우리가 그것을 대비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들이 그때 쏟아져 나오게 된 거죠. 

 

안병진 | 그런데 지금 현재 미국의 생각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중국을 넘어뜨리겠다는 것이잖아요. 현실적으로 이 방향의 정책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조영남 | 지금의 중국 견제는 사실 미국 정치권이 총대를 메고 진행을 하는 건데 전 이게 잘 안 될 거라고 봅니다. 미국의 위기의식이 높아진 것은 2010년 이후인데 결국 미국의 전략은 중국을 포위해서 소련처럼 망하게 하든지 일본처럼 주저앉게 하는 것인데 둘 다 어렵다고 봅니다. 우선 정치권의 이익과 기업의 이익이 다르고요. 그리고 중국은 자체적인 경제권을 가지고 있는 내수 중심 국가이기 때문에 그 전략이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여기에 유럽이나 여러 동맹들이 함께 동조한다는 전제도 사실 굉장히 의심스럽고요. 결국 세계는 복합 질서 체제로 갈 것이고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우리의 관점을 가지고 세계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그 점을 꼭 강조하고 싶어요.


Review

 

이번 세션은 우리의 미래와 현재에 대해 전반적으로 리뷰해보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6개월 뒤 마주할 우리는 어떤 합의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또 다른 실패에 지나지 않을지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가져본다. 우리가 분명히 알게 된 것은 한국의 제도가 수명을 다했고 낡았다는 점이다. 거대 정당과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매번 실패와 실망이 반복되는 와중에도, 정치 바깥에서 새 인물을 찾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근원적 문제가 인물이 아닌 제도의 낡음에 있음을 증명한다. 이 포착에서부터 우리는 변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다양성의 확보, 분절된 세대를 넘나드는 통합적 어젠다, 탈중앙화와 같이 기성 정치권이 담지 못하고 있는 주제를 끌어안는 정치를 해야 하며, 제도 또한 마찬가지의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넘어서는 새로운 통합적 어젠다를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중요한 합의다. 예정된 실패를 끊어내기 위해 공동의 목표를 함께 가질 수 있게 됐다. 낡은 제도를 포착함으로써 우리의 위치와 해야 할 일이 드러났다. 이 인지 자체가 너무 소중하고 주체적이기에 귀하다.

 

배강훈 | 정치학교 반전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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