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강. 조소담_미디어로서의 정치인이 되려면?

조소담 | 전 닷페이스 대표


Preview  

난 20대 시절 진리란 대상의 외부에서 엄숙하고 엄격하며 계몽적으로 내리꽂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 과정에서 나의 숭고한 진리는 시민들과 그만 멀어졌다. 대한민국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닷페이스는 그런 나에게 충격이었다. 외부가 아니라 우리 옆에서 때론 유쾌하고 때론 토닥거리며 각자 자리에서 지긋이 한발을 내딛게 한다. 그래서 조소담 전 대표를 만나러 가는 나의 마음은 좀 복잡했다. 나의 과거에 대한 부끄러움과 이미 온 미래인 조소담을 보는 것에 대한 설렘이 교차했다. 우리 반전의 졸업 요건 중 하나가 자신만의 영상 캠페인 클립이다. 조소담 전 대표의 세션은 이에 대한 기본 관점 형성을 위해 기획되었다. 짧은 3시간 동안 영상의 문법을 세부적으로 다룰 수는 없다. 다만 나의 바램은 선출직을 추구하는 우리는 미디어로서 어떤 매체이고자 하는가? 아니 그 이전에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잘 알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가? 하는 화두만이라도 얻어가는 것이다. 나는 기획자 조소담의 다음 발걸음이 정말 궁금해진다. 그리고 변화가 필요한 지점에서 우리 반전이 조 전 대표와 그것을 함께 직면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꿈꿔본다.  


 
안병진 | 정치학교 반전 커리큘럼 위원장


Interview

 

안병진 |. 우선 강의에서 어떤 말씀을 주로 하고 싶으신가요?

 

조소담 | 제가 이 제안을 받고 고민을 좀 해봤는데요. 결국 그동안 제가 한 일은 닷페이스라는 미디어를 기획한 일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유튜브나 페이스북은 어떻게 그 미디어를 소개하는 채널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나의 미디어가 있고 그것을 소개하는 채널이 있다고 한다면 미디어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해당 채널에 맞는 캠페인이나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것이 바로 제가 하는 일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미디어의 정체성, 그리고 개별 채널에 맞는 콘텐츠 그리고 그것을 연결하고 통합하는 캠페인 이런 식으로 구조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송주환 | 지금 하신 말씀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만약 저에게 이번 강의의 제목을 정하라고 한다면 ‘미디어로서의 정치인’이라고 할 것 같아요. 저는 정치인 한 명 한 명이 하나의 미디어라고 보고 있고 또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고 보고 있거든요. 그 점에서 닷페이스는 정말 좋은 사례라고 생각을 해요. 캠페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미디어 스타트업이니까요.   

 

조소담 | 제가 강연 요청을 좀 받을 때가 있는데요. 그때 강의 컨셉으로 요청 주신 것 중에 ‘자기 자신이 매체가 되는 법’과 같은 제목이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지금 말씀하신 내용과 연결되는 것 같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나만의 주제가 있을 때 그것을 어떻게 듣는 사람들을 함께 고려하면서 전달하고 또 확장해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도 이 강의와 연결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안병진 | 말씀하신 방향성은 정치인의 핵심 역량이란 점에서 수강생들에게도 정말 필요한 내용일 것 같아요.

 

조소담 | 매체를 구성하는 것은 결국 콘텐츠거든요. 그런데 그 주제를 잡을 때 어떻게 정의를 내릴것인지가 저는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것이 결국 정치인의 포지셔닝과도 연결되는 것이니까요. 예를 들어 난방비 문제를 다룰 때도 에너지 빈곤에 중점을 둘 것인가 아니면 자영업자의 전기세 부담에 중점을 둘 것인가 아니면 전기 생산 방식에 중점을 둘 것인가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맥락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거든요. 결국 이것들을 어떻게 구성하는지가 바로 그 매체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치인이 하나의 매체라는 전제에서 이야기한다면 그것이 정치인의 역량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같고요.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워크숍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안병진 | 지금 말씀은 다양한 가치의 경합과 이 속에서 포지셔닝의 이슈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를 자신만의 매혹적 스토리 속에서 잘 구현해야한다는 말씀이지요. 대표님이 과거 인터뷰하신 것들을 보니까 계속 일관되게 가치의 구성에 관한 이야기를 말씀하시더라고요. 제가 느끼기에는 인생의 미션 같은 것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조소담 | 아직 짧은 인생이지만 가치적인 것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저는 영상 캠페인 전략이라는 주제를 처음 들었을 때 영상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면 강의가 한계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오늘 말씀을 해주시는 것을 들어보니 이것은 스토리 에디팅이나 브랜드 기획의 영역으로도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사실 제가 영상을 직접 촬영하거나 제작하는 것은 아니고 스토리 에디터로서의 그 최종 책임의 역할을 담당한 것이었거든요. 대중과의 접점에서 어떻게 이 스토리를 알릴 수 있을까에 대한 부분을 많이 고민했었기 때문에 그 관점에서 강의를 진행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송주환 | 저도 그게 더 맞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PD의 역할을 스스로 하는 것이죠. 얼마 전에 저한테 어떤 분이 커뮤니케이션에서 스토리의 역할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경첩’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을 했어요. 경첩이 있으면 나무 조각이 문이 될 수 있잖아요. 그리고 그 문을 통해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고 또 문을 닫으면 그만의 공간이 생겨나죠.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철학이 있고 그것을 담은 메세지가 있다면 스토리는 그 두 가지를 연결해 주는 경첩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조소담 | 그래서 저는 수강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희도 영상으로 이야기를 만들때 보통 그런 과정을 거치거든요. 발산과 수렴이 계속 반복되면서 이야기가 완성이 되어가는 거죠. 취재는 발산의 형태로 많이 진행하고 그 이후에 수렴의 과정을거쳐 그것을 스토리화 하는 것이고요. 또 커뮤니케이션 할 때는 다시 그것을 발산의 과정으로 확대하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는 팀이 함께 모여서 그 과정들을 다 거치곤 했었어요. 그 상황을 정하는 거죠. 예를 들어 퇴근 후에 시끄러운 술집에서 이야기해도 전달이 될 수 있는 그런 스토리 구조라든지….저는 이것은 개인 작업보다는 팀 작업일 때 훨씬 더 효과가 큰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안병진 | 방금 우리가 이야기한 본인의 실제 모습의 장점들을 공적인 가치와 연결하고 그것을 좀 더 뾰족하게 드러내는 과제는 이번 강의는 물론 앞으로의 반전에서도 계속 고민해 나가야 할 것 같네요.

 

조소담 | 저희 같은 경우는 각 분야 별로 공유하는 가이드라인이 있었거든요. 매체 가이드라인도 있고 편집 가이드라인도 있고 결국 그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배경을 보면 ‘우리는 무엇을 하는 매체인가’에 대한 정의가 하나의 규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그 규정은 실제 커뮤니케이션의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계속 업데이트를 했어요. 저는 그것이 하나의 브랜드가 사회화되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미디어로서의 정치인’을 주제로 한다면 이런 점도 함께 강조되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각자만의 자기다움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강의가 될 수 있는 거죠.

 

안병진 | 이번 주 강의는 정말 기대가 되네요. 오늘 너무 좋은 내용의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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