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박광석_정치인에게 왜 마음 훈련이 필수인가?

박광석 | 심리학박사


Preview  

정치철학 강의에서 파커 파머의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을 주 교재로 사용하는 경우가 드문 것으로 안다. 특히 정치학계에서는 제도 형성에 주로 관심이 있기에 이 책은 낯설다. 하지만 나는 모든 건 결국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문제의식이 강하다. 마음이 단단하지 않다면 그가 내리는 어떠한 판단이나 그가 만든 제도도 허약하게 무너지거나 변형될 것이다. 반면에 설령 마음이 부서지더라도 그 과정에서 다시 열리는 마음은 미래를 더 인간답게 만들어 간다. 그래서 나는 흔히 정치학교 코스에서 마음의 문제를 잘 다루지 않는 경향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반전에 박광석 선생님을 모셨다. 박 선생님은 외부에 원인을 돌리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성찰하고 능동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을 강조하는 선택이론 관점을 한국사회에서 수십 년간 화두로 제기해 온 현장 실천가이다. 내가 방학 동안 읽어야 할 책으로 제안한 윌리엄 글래서의 책, 『선택 이론』과 이 세션을 접하면 처음엔 너무 쉬운, 당연한 내용을 이야기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이를 삶 속에 적용하는 건 무척 어렵다. 우리는 수십 년간 부지불식중에 외부 통제 심리학에 너무 익숙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이 책을 이후에도 자신 주변 모든 분야의 행동 변화(주변의 다양한 관계와 지역 공동체 활동 등선출직 정치인의 영역에서)에 구체적으로 부단히 적용하려고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큰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


 
안병진 | 정치학교 반전 커리큘럼 위원장


Interview

 

안병진 |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내용은 자신의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전통적인 심리학과는 다른 느낌이에요.

 

박광석 | 맞아요. 전통적인 심리학은 주로 프로이트가 주장했던 방향인데요. 지금의 문제가 과거의 어떤 이유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 주장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외부 통제 심리학이라고 불러요. 외부 통제 심리학은 나름대로의 공로가 있어요. 인간은 원죄를 가지고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외부적인 요소(종교, 부모, 제도 등)에 의한 피해자다. 너는 아무 죄가 없다. 이렇게 지지를 해줬으니까 정신 장애의 원인을 당사자에게서만 찾았던 당시에 상당한 파장이 있었죠. 그 이후에 프로이트의 제자인 아들러와 융, 그중에 아들러가 프로이트에서 독립해서 자기만의 연구 방향을 정립했는데, 아들러가 주장한 것이 바로 지금의 선택이론과 맞닿아 있어요. 아들러는 우리는 그렇게 무력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서 스스로 무엇인가를 할 수있는 내적인 힘이 있는 존재라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을 내부통제 심리학이라고 부르고 선택 이론은 그 계열의 하나라고 할 수 있어요.

 

송주환 | 아들러는 저도 관심 있게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의 이론에 기반한 『미움받을 용기』가 한국에서 그렇게 베스트셀러가 된 데에는 전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트렌드는 기본적으로 결핍에서 시작된다고 봅니다. 지금 시대에 필요한 것이 결핍되었을 때 그것의 반대급부로 관련 서적이 뜨는 것이죠. 아들러의 주장은 ‘네가 과거를 탓하는 문제 중 상당수는 너에게도 책임이 있어.’, ‘이것을 극복하려면 지금의 너에서부터 시작해야 해.’, ‘네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와 같은 주체성을 강조한 내용이잖아요. 선택이론의 경우에도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우리가 어떻게 답을 찾아내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 같아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안병진 | 관련해서 보니까 선택 이론에서는 바람직한 리더의 리더십으로 보스 리더십이 아니라 리드 리더십을 이야기했더라고요. 관련해서 좀 더 추가로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박광석 | 보스 리더십은 내 의견이 옳으니 다 따르라는 식의 리더십이죠. 하지만 이런 리더십은 개별 구성원의 잠재력을 이끌어내지는 못해요. 그래서 성과도 떨어지죠. 무엇보다 보스와 구성원의 관계가 좋질 못해요. 그 반면에 리드 리더십은 리더가 거꾸로 구성원의 ‘좋은 세계’에 직접 들어가는 거예요. ‘좋은 세계’라는 말이 약간 생소하실 수 있는데 말 그대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집합체를 의미해요. 리더가 구성원의 ‘좋은 세계’에 들어가게 되면 잠재력과 관계가 살아나게 되죠.

 

송주환 | 여기서 궁금한 게 ‘좋은 세계’는 가치의 영역인가요. 아니면 주체의 영역인가요. 예를 들어 제가 환경에 관심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다고 하면 그들의 ‘좋은 세계’가 만들어지는 것이잖아요. 하지만 거꾸로 내가 어떤 사람을 정말 좋아하는데 그 사람이 환경이 관심이 있으면 저도 같이 환경이 관심이 생길 수 있는 거잖아요.

 

박광석 | ‘좋은 세계’라는 개념은 신념보다 주체가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리드 리더십은 기본적으로 리더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에 좀 더 집중한 개념이에요.

 

안병진 | 지금 세대들은 저보다 훨씬 더 검색을 잘하고 습득한 정보량도 엄청 많고 그것이 축적된 개인적 능력도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난데 그 능력들을 모아 조직의 에너지로 바꿔 나가는 데에는 아직까지 좀 약한 부분이 있지 않나 하는데요. 특히 리더십 부분이 더 그런 것 같아요. 이것 역시 ‘좋은 세계’와 연결이 되어 있는 것 같네요.

 

박광석 | 청년 정치인들이 함께 공유하는 ‘좋은 세계’가 무엇인지가 중요할 것 같고 특히 신념의 옳고 그름보다 주체가 가진 매력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A라는 사람이 리드 리더십 리더가 된다는 것은 나머지 사람들의 ‘좋은 세계’ 안에 진입해서 그들을 하나로 묶어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거든요. 신념은 중요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저 사람을 위해서 내가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 사람의 ‘좋은 세계’에 들어간다는 것은 그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는 것이고 그것은 내가 그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일종의 태도거든요.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는 확실히 이런 리더들이 드문 것 같고요. 사실 좀 더 들여다보면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은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잖아요.

 

안병진 |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말씀하신 내용은 청년 정치인들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박광석 | 청년 정치인들에게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이 바로 외로움인 것 같아요. 이제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의 ‘좋은 세계’와 나의 ‘좋은세계’가 연결되면 ‘우리’라는 게 형성이 되거든요. 그 사이에서 소통감을 느끼죠. 그러면 외롭지가 않아요. 그런데 내가 원하는 사람들과 원하는 만큼의 유대가 잘 안 이루어진다면 결핍이 생길 수 있는 거죠.


Review

 

정치는 내 기분과 상관없이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가 무수히 많다. 하지만 시간은 내 기분이 나아지기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 마음을 잘 조절하는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나에게 닥친 상황들을 그저 정보 값으로 활용할 경우, 더 나은 선택지를 내가 고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3일동안 그 훈련을 해보려 노력했으나, 마음처럼 쉽지는 않은 일이다. 아쉬운 점은 정치인에게 왜 마음 훈련이 필요한가에 대한 깊은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고 선택이론에 대한 개괄적인 수업이 위주로 진행된 터라, 기대하던 바를 충족하지 못했다. 그리고 당장 외부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이들을 경우, 외부적 요인이 아닌 책임을 온전히 자신에게 지게 하는 것으로 들리기도 했다. 각자가 처한 환경은 우리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 그동안 쌓여온 인식의 문제로 인한 불평등과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모든 책임을 내가 온전히 짊어지는 것은 공동체 사회가 아니다. 나의 선택을 통해 나의 기분을정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모든 선택에 있어 우리는 개인이 정할 수 없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정치인의 마음훈련이 더욱 중요한 것이고, 더 큰 그릇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마음훈련을 하는 연습을 많이 가져야겠다.

 

박지현 | 정치학교 반전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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