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강. 유승찬_왜 가치기반의 메시지가 중요한가?

유승찬 | 정치 컨설턴트


Preview  

주유와 제갈량의 이심전심. 삼국지에 보면 두 인물이 서로 사전에 의논하지도 않았는데 손바닥을 동시에 펴보니 화공이란 전략에 일치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의 정규 6강과 유승찬 대표의 정규 7강의 화두가 그렇다(유승찬 대표는 걸출한 전략가이니 나는 주유와 비유하는 것에 만족하련다). 6강은 자유주의, 공화주의라는 아주 추상적 정치철학의 영역이다. 7강은 메시지 전략이라는 아주 구체적인 실전 전술의 영역이다. 하지만 그와 인터뷰를 하는 순간 두 세션의 화두가 정확히 같다는 걸 발견하곤 놀라웠다. 그렇다. 유승찬 대표의 세션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메시지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그는 가치와 도덕에 기반한 삶의 공적 모험으로서의 메시지를 말하려 한다. 그리고 폴 털리가 개발한 메시지 박스를 활용해 최고의 실전 훈련의 장 속에 녹이고자 한다. 철학과 윤리, 개인과 공동체, 가치와 이슈, 시와 산문이 어우러진 매혹적인 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안병진 | 정치학교 반전 커리큘럼 위원장


Interview

 

안병진 | 어떤 문제의식과 화두로 이 세션을 진행하시고자 하실 생각인가요?

 

유승찬 | 청년 정치인에겐 늘 자원이 부족하죠. 인맥도 돈도 지명도도 상대적으로 약한데,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 목표가 있지만, 오늘 강의 목표를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메시지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것’입니다. 기억에 남는 임팩트를 가진 메시지를 낼 수 있는 정치인과 그렇지 않은 정치인의 차이가 모든 걸 결정합니다. 메시지에 정치 인생을 거는 이들이 반전에서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안병진 | 2018년 내셨던 『메시지가 미디어다』는 당시 아주 흥미로운, 도발적 화두를 던지셨습니다. 그 당시 문제의식은 어떠했고 그 이후 소셜 미디어의큰 변화 속에서 오늘날 문제 의식은 어떻게 변화하셨는지요?

 

유승찬 | 소셜 미디어 시대에 메시지(글이 아니라)는 더욱 중요해졌잖아요. 반응성을 즉각 검증할 수 있는 시대가 됐으니까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메시지를 만들 것인가? 즉 99%의 소음을 뚫고 도달할 1%의 신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하는 것이 핵심 문제의식이었습니다.

 

안병진 | 그간 한국의 선출직들이 메시지 전략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요? 청년들의 최근 정치적 성장 과정을 보시면서 메시지 측면에서 평가하신다면요?

 

유승찬 | 첫 번째는 진영대결이 너무 격화됐다는 겁니다. 서로 상대방을 공격하는데 에너지를 다 써버리죠. 정치가 상대를 비판하고 공격할 수는 있지만 공격을 하더라도 그 진영 너머의 국민, 진영 너머의 세상을 봐야 하는 것이 정치의 숙명인데, 지금은 진영 전쟁만 하고 있는 것이 문제예요. 두 번째는 일종의 엘리트주의가 있는데요. 우리 정치인들이 너무 가르치려고 해요. 정치적 메시지는 설명보다는 규정의 미학이거든요. 모든 전략은 상황을 규정하고 상대를 규정하고 나를 규정하는 데서 시작돼요. 이번 선거는 어떤 선거다, 상대는 어떤 사람이고 나는 이런 사람이다. 그러니 나를 찍어달라. 기본적으로는 이걸 완벽하게 준비해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데 설명하고 변명하고 지식 자랑하고 하다 보면 남는 게 하나도 없게 됩니다.

 

송주환 | 제가 이 부분에 대해서 나름 고민했던 부분이 있는데요. 악셀 호네트의 인정투쟁을 읽으면서 약간 힌트를 얻었습니다. 악셀 호네트는 자아를 I(내가 보는 나)와 Me(남이 보는 나)로 구분해서 분석을 시도했습니다. 저는 소셜미디어가 일상화된 후로는 Me가 I를 압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남이 보는 나’의 관점으로만 상황을 규정하다보니 나만의 메세지를 이야기하지 못하고 상황 규정이나 설명에도 실패하게 되는 것 같아요.

 

유승찬 | 그렇습니다. 그렇게 상황을 규정하는 힘이 약해지면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가 없어요. 결과적으로 임팩트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송주환 | 여기서 하나 덧붙여서 청년 정치를 하시는 분들을 보면 규정뿐만 아니라 설명 능력도  역시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전달할 때는 규정이 중요하죠. 하지만 새로운 것을 이야기할 때는 규정과 함께 설명도 덧붙여져야 하거든요. 그런데 요즘 세대 정치인들은 설명하는 행위 자체를 쿨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설명을 기피하면 당연히 그 능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규정 역시 구체성이 떨어지게 되는 거고요. 일종의 악순환인 것 같습니다.

 

유승찬 | 다른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정치인에게는 정말 중요한 능력이에요. 그리고 이것은 끊임없이 훈련을 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의 일상적으로 체화될 때까지 그 훈련을 멈춰서는 안 돼요. 정치인이 자신만의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매우 특별한 경쟁력이지만 만약 그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이 안 된다면 그 경쟁력은 무의미한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지금의 청년 정치는 두가지 문제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요. 나만의 메시지를 만드는 데에도 취약성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에도 약점을 드러내고 있어요.

 

안병진 | 좋은 메시지 전략 중 특히 선출직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유승찬 | 제가 요즘 가장 중요하게 연구하는 것은 에토스(성품)의 중요성이에요. 물론 로고스(논리)와 파토스(공감) 다 중요합니다. 연결돼 있고 상호의존성도 강한데요. 특히 요즘은 에토스, 즉 메신저의 자격, 신뢰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좋은 말들은 지천으로 널렸는데 그걸 누가 말했느냐가 가장 중요한 거죠. 내로남불이 큰 문제가 된 이유도 그것이거든요. 진실해야 합니다. 다 드러나니까 더 그렇죠. 특히 청년 정치인들이 진실한 삶의 경험, 이력들을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말하는 노력을 많이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일반적 주장이 아니라 나의 삶 속 가치와 결부시키는 능력이 없으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Review

 

세션을 들으며 좋은 메시지라는 것은 좋은 글을 쓰는 것과는 또 다른, 소통의 기술이라는 생각을 했다. 가장 PC한, 정치적으로 올바른 말을 뱉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에토스, 로고스, 파토스를 고루 갖춘 말을 하는 것은 다년간의 훈련 없이는 불가능하다. 자신만의 철학과 세계관을 갖출 시간과 역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메시지를 내는 상황에서 시대적 상황과 대중적 열망을 간파하면서도 자신의 주요 지지 세력을 실망시키지 않는 메시지를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지난 대선을 치르면서 선거캠프의 메시지팀과 함께 후보자의 메시지를 다듬고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나의 지지 세력(페미니스트, 소수자, 인권 감수성이 높은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면서도, 후보와 당의 색채, 그동안 쌓아온 핸디캡 등을 고려하며, 시기적 상황과 대중적 인식을 고려한 메시지를 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그래도 그 당시의 경험이 나에겐 정치인의 메시지가 무엇인가 고민해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유승찬 대표님의 강의를 들으면서도 그 당시의 기억들이 많이 떠올랐다. 그때 7가지 원칙을 알고 있었다면 좀 더 좋은 메시지를 고민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이번에 메시지 세션에서 배운 내용들을 바탕으로 차후 실질적으로 메시지를 작성해 보는 워크숍을 진행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겠지만, 좋은 메시지를 고민해 보는 좋은 훈련이 될 것 같다. 나부터 실천해 봐야겠다.

 

이재정 | 정치학교 반전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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