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강. 강원택_한국의 정치제도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가?

강원택 |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Preview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는 흔히 정치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택시를 타면 기사가 물어도 정치학자란 직업을 잘 노출하지 않는다. 걸어 다니는 정치 위키피디아인 택시 기사분 앞에서 괜히 나의 무지를 드러내거나 혹시라도 정치에 대한 훈계 시간이 될 것을 염려해서 말이다. 그런데 정치학회 회장까지 지낸 서울대 강원택 교수조차 한 택시에서 내내 훈계를 들었던 모양이다. 우리는 장장 5개월에 걸친 반전 세션의 초반부에서 도대체 우리는 정치를 진짜 잘 알고 있는 걸까 하는 의외의 반전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정치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기본 정의를 다시 생각해 보고 싶었다. 이 질문들에 대해 강원택 교수보다 더 적절한 멘토가 있을까? 영국 런던 정치경제대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이후 정치학의 이론과 한국 현실 사이의 간극과 대안적 비전을 치열하게 고민해온 그는 저명하고도 걸출한 학자이며 미래세대에 대해 따듯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와 수강생들 간의 대화를 통해 도대체 우리는 정말 정치의 본질과 현장에서의 구체적 작동을 알고 있는가, 어디에서 다시 시작할 것인가의 화두를 탐구하고 싶다.   


 
안병진 | 정치학교 반전 커리큘럼 위원장


Interview

 

안병진 | 우선 이 세션을 이끌어가고 싶으신 핵심 문제의식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다면?  

 

강원택 | 일단 첫 시간이기 때문에 우리 정치 혹은 우리 민주주의가 어디에 있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면 어떨까 해요. 난 기본적으로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가 꽤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거든요. 그동안 변해왔던 모습 중에 긍정적인 부분은 그대로 전달하고 지금의 사람들이 가진 정치에 대한 불만과 욕구를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면서 내 생각도 함께 전달하면 어떨까 해요.

 

안병진 | 성취와 한계에 대한 통합적 시각?

 

강원택 |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 대한 우리 나름의 평가예요. 87년 이후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대해서 한 번 돌아보고 평가해야 제대로 출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사실 87년도 주장했던 것들이 지금 대부분 현실화되었거나 이제는 좀 실효성이 없어진 이야기들이거든요. 그러면 이제 지금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고민이 정치제도를 통해서 대표되고 있느냐가 중요하지요. 예를 들어 기존의 거대 담론의 고민에서부터 나의 삶과 관련되어 있는 생활 정치의 영역으로 지금 많이 옮겨간 것 같은데 기존에 있는 정치 구조는 여전히 산업화 세대 대표하는 세력, 민주화 세력 대표하는 세력, 거대 담론을 이야기했던 사람들이 여전히 권력을 잡고 있으니까 요즘 사람들의 고민이나 이런 것들이 효과적으로 정치제도를 통해서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나는 갖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세션에서 이야기하면서 이제부터의 변화를 추동해 내야 하는 전환 과제를 위한 새로운 정치 세력과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고 그것이 반전의 주요 소명이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안병진 | 그러면 지금 시점에서 기존 접근법에서 가장 반성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강원택 | 우선 선거제도는 좀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정당정치의 다당화가 중요하고 대통령제도 수정 보완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분권형 대통령제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앞으로 대통령이 직접 갈등의 정점에 서있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해요. 대통령이 국민 통합의 상징이 되어야 되는데 언젠가부터 대통령이 갈등의 정점에 놓이고 갈등 그 자체가 되어 버렸어요.

 

안병진 | 그러면 선생님께서는 의원 수 확대나 비례대표 확대도 찬성하시는 거죠?

 

강원택 | 모두 다 찬성이죠. 적극적으로. 독일식에 가까운 모델을 선호한다고 봐야죠. 저는 수강생들이 우선 제일 먼저 87년 이후에 한국 민주주의를 한번 각자의 시선에서 평가해 봤으면 좋겠어요. 아마 생각보다 고민을 많이 안 해 봤을 것 같아요.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는데 시민 참여 방식으로 진행하는 ‘운동으로서의 정치’와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방식의 ‘제도로서의 정치’의 역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송주환 | 관련해서 한 가지 질문 드리고 싶은데 사실 지금 세대 입장에서는 2016년 촛불하고 2020년 위성정당에 대해서는 꽤 관심이 많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직접 겪은 일들이니까.

 

강원택 | 난 요즘 그런 생각을 좀 하는데 이게 아마 한국 민주주의의 평가랑도 연결이 될 것 같아요. 사실 박근혜 탄핵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위대한 성과이기는 한데 대통령 제도에 대한 안정성에는 큰 타격을 입혔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벌써 퇴진 요구가 나오고 있잖아요. 일단 우리가 한번 경험을 해봤으니깐. 사람들이 5년을 꼭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걸 경험을 한 거죠. 제도는 기본적으로 안정성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거든요. 미국도 탄핵의 문턱에 간 대통령은 있었지만 실제로 탄핵된 대통령은 없었거든요. 그런 면에서 촛불의 일상화는 사실 제도의 안정성에 위협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송주환 | 저도 비슷한 생각인데 촛불이 자정 작용을 해서 잘못된 정치를 멈춘 것은 맞지만 그 자체가 어떤 새로운 가치를 완성한 것은 아니었는데, 당시에는 약간 우리가 우리 자신에 취했던 것 같아요. 과연 지금 세대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는지 되게 궁금해요.

 

강원택 | 그게 바로 운동으로서의 정치와 제도로서의 정치를 어떻게 구분하고 평가하는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라고 봐요. 이건 토론 거리가 되죠.

 

안병진 | 한 가지만 더 질문드리고 끝낼게요. 제가 여쭤보고 싶은 건 현재의 제도가 아무리 유권자 의식을 담는다고 하더라도 미래의 유권자들의 그것까지대변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미래를 위한 기구가 따로 존재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강원택 | 미래에 대한 고민은 현재 우리 사회가 못하고 있죠. 나는 결국 처음 추진은 대통령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통령실 아래 위원회로 시작해서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그것을 실행하면서 점점 키워나가는 방식이 현재의 상황과 구조 안에서는 가장 현실성이 있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안병진 | 혹시 수강생들이 미리 읽어보았으면 하는 추천하시는 책이 있을까요?

 

강원택 | 우선 제가 쓴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치』를 추천하고 싶어요. 생각보다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서 잘 몰라요. 정치인이 되어서 무엇을 하고싶다는 있지만 그 정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잘 모르고 관심도 덜 해요. 그래서 그 책을 쓰게 된 거예요. 저는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정말 쉽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Review

 

이번 세션은 우리의 미래와 현재에 대해 전반적으로 리뷰해보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6개월 뒤 마주할 우리는 어떤 합의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이 시도가 또 다른 실패에 지나지 않을지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가져본다. 우리가 분명히 알게 된 것은 한국의 제도가 수명을 다했고 낡았다는 점이다. 거대 정당과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매번 실패와 실망이 반복되는 와중에도, 정치 바깥에서 새 인물을 찾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근원적 문제가 인물이 아닌 제도의 낡음에 있음을 증명한다. 이 포착에서부터 우리는 변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다양성의 확보, 분절된 세대를 넘나드는 통합적 어젠다, 탈 중앙화와 같이 기성 정치권이 담지 못하고 있는 주제를 끌어안는 정치를 해야 하며, 제도 또한 마찬가지의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서는 새로운 통합적 어젠다를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중요한 합의다. 예정된 실패를 끊어내기 위해 공동의 목표를 함께 가질 수 있게 됐다. 낡은 제도를 포착함으로써 우리의 위치와 해야 할 일이 드러났다. 이 인지 자체가 너무 소중하고 주체적이기에 귀하다.

 

배강훈 | 정치학교 반전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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